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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May 26. 2017

31일

낫, 김치찌개와 단수



고양이 사료들은 보일러실에 보관하고 있고, 큰 사료 봉지를 뜯어서 고양이 방의 커다란 유리병에 채워 넣는다. 오늘은 새 봉지를 뜯어야 하는데 칼이 없어서 - 하지만 가지러 또 들어가기는 귀찮고 다리도 아프니까 - 그냥 옆에 있던 낫으로 봉투를 잘랐다. 낫은 한껏 녹이 슬어 있다. 낫은 항상 생각보다 더 무서운데 여기 와서 자꾸 쓰니까 또 덜 무섭기도 하다. 이렇게 쓰다가 손이 베이기라도 하면 파상풍 주사를 맞으러 가야겠구나 생각했다. 다음부턴 좀 귀찮아도 칼이나 가위를 갖고 나와야지. 사료 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고양님들이 못 참겠는지 보일러실에 따라 들어와서 야옹야옹 난리다. 니은이랑 비읍이는 사료를 그릇에 따르기 시작하니까 벌써 얼굴을 박고 먹는다. 귀여운 녀석들. 

유가 돌문화공원을 아주 좋아하기에 비자림을 추천해 주었다. 오늘 다녀온다고 택시를 불러 갔다. 비자림은 집에서 버스로 가기가 힘들다. 차가 없을 때의 한계는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다음에 제주에 올 때도 운전을 못 하면 스쿠터 연수라도 받고 오리. 어제 계획으로는 오늘 같이 해녀박물관에 갈까 했지만 아침에 느껴지는 발목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나는 외출을 포기했다. 내일은 나가볼 수 있을까? 오후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왔는데 이제 그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종이류 버리는 날.

오후에 일을 하고 있는데 윗집 언니가 오셨다. 물이 나오냐고 물어보셨다. 깜짝 놀라 부엌 수도를 틀어봤는데 평소의 절반쯤으로 수량이 줄어 있었다. 언니네는 전혀 안 나온다고 했다. 민박 운영을 하시는데 이를 어쩐다. 손님이 많이 불편하실 텐데 어찌 해결이 되려나. 

저녁 반찬으로 참치김치찌개를 끓였다. 얼마 전에 윗집 언니가 김치찌개 먹을 곳이 없다고 하신 게 생각 나서 한 그릇 가져다 드릴까 했는데 김치의 신맛을 잡으려고 설탕을 넣은 것이 과했는지 너무 달았다. 다음에 조금 더 자신 있을 때 드려야겠다. 흠.

밤이 될수록 점점 더 물이 적게 나왔다. 잘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져서 급기야 제주의 다산콜센터 격인 120번으로 전화를 했다. 구좌읍사무소 숙직실을 연결해 주었다. 새벽 2~3시나 되어야 물이 정상적으로 나올 거라고 한다. 그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클렌징워터로 여러 번 닦아보자 싶어 욕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까보다 물이 더 잘 나왔다! 희망이 보인다! 차츰 수량이 많아지고 있었다. 찝찝했던 기분이 나아졌다. 다행이다. 


햇볕에 뒹구는 이응이 



밥 먹고 쉬러 상시 설치된 상자에 들어가시는 니은님


둘이 데칼코마니

찌찌뽕(요즘은 이런 말 안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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