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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May 26. 2017

30일

어제에 이은 그것, 교정쇄 오류




아침에 머리를 감으려는데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널브러진 새끼 곱등이들이었다. 어제 발견했던 장소 외에도 욕실 안 구석구석 어제보다 훨씬 많은 곱등이들이 죽어 있었다. 어제 욕실의 물기가 좀 마른 다음 유가 약을 뿌려 두었다는데, 그 때문에 어딘가에서 나와 죽은 것 같다. 보기가 괴로웠지만 씻어야 하니까 물로 흘려서 내보냈다. 그나마 크기가 작아서 다행이다. 또 나오면 어쩌나. (오후에 팔팔한 아이들이 또 나왔다. 으악.) 

아침으로는 어제 유가 만든 카레라이스를 먹고 점심으로는 찐 고구마를 조금 먹었다. 저녁으로는 쌀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난피자넌치킨에서 페퍼로니 피자를 시켜 먹었다. 라지 사이즈를 시키면 12,000원인데 도우가 얇아 일반 피자보다 많이 먹을 수 있고, 맛도 상당히 괜찮다. 토핑이 화려하지 않지만 도시 피자와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 맛이다. 여기 이름이 늘 네가 피자인지 내가 치킨인지 헷갈리는데, p언니가 잘 외우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난 (맛있는) 피자 넌 (맛 별로인) 치킨'으로 기억하면 쉽다. 그치, 맛있는 건 '내'가 먹어야지. 어쨌든 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 제주의 외식비는 상당히 비싼 편인데 1인 6,000원 정도면 가격도 저렴하다. 

며칠 전 맡긴 교정쇄가 의뢰인에게 도착해서 피드백이 왔다. 그런데 앞의 컬러 2페이지가 흑백으로 나온 것. 데이터도 이상이 없고 견적도 별도로 2페이지 컬러 조건으로 신청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인쇄소에 전화하니 내부 소통 오류가 있었다고. 이렇게 되면 그 부분의 인쇄 상태를 알 수가 없다. 본 인쇄가 옵셋이라 교정쇄와는 다른 인쇄법이지만 최소한 가늠은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종이의 느낌도 중요하다. 다음 교정쇄를 낼 때 그 부분을 다시 출력해 달라고 할 요량이다. 인쇄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낮에 유가 마당에 있는데 동네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 오셨다. 유는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꽤 오래 나누고 들어왔다. 사투리 때문에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마음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제주에만 사신 어르신들의 사투리는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지만,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도 대체로 표준어를 쓰신다. 제주분들끼리는 또 사투리로 말씀하시는 걸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제주 말이 빠르고 억양이 강조돼 어렵게 느껴져도 글자로 적어 놓고 보면 참 예쁜 낱말과 문장이 많다. 제주 말도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보존이 잘 되면 좋겠다. 

난피자넌치킨의 페퍼로니 피자 라지. 훌륭한 외식.



여기 와서 열심히 뿌리고 있는 벌레 약. 다들 바이오킬이라고 불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공식 명칭은 비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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