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핀란드 장거리 연애 4년 차, 드디어 핀란드에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타의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라니! 너무 신나잖아!
오미크론으로 인해 핀란드 입국 규정이 수시로 바뀌어 정신없이 보내다 12월 22일 출국날이 되었다. 인천공항은 한산했지만 핀에어만큼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유럽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 나라 별 입국 규정에 따라 입국 서류를 검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음에도 탑승 마감 15분 전에야 겨우 게이트에 도착해서 핀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운데 좌석은 비워진 채로 거의 만석인 비행기가 출발했다.
이렇게 시끌시끌한 비행기를 타보는 게 얼마만인지.
'나 진짜 간다!!!'
열 시간 남짓한 비행을 마치고 핀란드 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들의 90%가 transfer로 넘어간 덕에 빠르게 입국심사를 완료했고 마침내 나의 남자 친구 욘을 만났다.
Moi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반복되는 약간의 어색한 첫인사를 끝내고 짐을 싣고 탐페레로 향했다. 공항에 나온 시간이 오후 2시 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핀란드의 겨울은 해가 9시 반쯤 떠서 3시 반에 진다. 겨우 7시간밖에 해가 뜨지 않는다니! 앞으로 지낼 3주가 살짝 걱정되었다.
한국에서 보던 하늘과는 다르게 해가 낮게 떠있다. 석양이 질 때는 높은 하늘에서 서서히 물든다기보다는 수평으로 스쳐 지나간다는 느낌이다. 날씨에 따라 석양의 색은 다르지만 첫날 본 석양은 유독 진해서 처음에는 어디서 불난 줄 알았다.
다음날인 23일 아침, 크리스마스 마켓의 운영시간을 찾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은 바로 내가 입국한 날인 22일까지만 오픈했었다는 사실. 아니. 크리스마스는 25일인데 22일까지만 운영한다니, 너무.. 너무 이르지 않은가! 어제 마트를 가는 게 아니고 크리스 마켓을 갔어야 하는 건데.... 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
혹시 핀란드인들은 돈을 벌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욘에게 물어보니 그저 웃는다. 자기도 이해는 잘 안 가지만 24일 파티를 위해 23일에 이동을 할 것이니 22에 닫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평소 욘과 대화할 때에도 느끼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삶과 쉼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선은 시티로 나가서 뭐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로 했다.
때마침 눈이 왔다.
건물마다 라이트가 쏴지고 눈까지 펄펄 내려 거리만 걸어도 설렜다. 나는 시티를 둘러볼 때 시장을 꼭 함께 들른다. 시티에서 가장 활기찬 곳이기도 하고, 나라마다 시장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파악하기 좋다. 게다가 눈 돌아가게 만드는 음식들도 있으니! 시장 구경은 항상 재밌다. 탐페레에서 가장 오래된 마켓 홀(Kauppahalli)에 들어가 보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장식과 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하나 먹을래? 욘이 물었으나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내일부터 욘네 부모님 집으로 가면 초콜릿을 끝없이 주시기 때문이다. 마켓 홀 구경을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핀란드에서는 눈이 오면 부모님은 아이를 썰매에 태워 끌고 다닌다. 겨울이 길고 눈이 끊이지 않는 나라의 소소한 놀이거리이다. 아이들은 재밌어 보이고, 부모님은 가끔 힘들어 보였다. 볼 때마다 귀여워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간단히 둘러본 후 닫혀버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다. 이글루 하우스도 있고 간판도 본격적이었다. 산타의 나라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에 정말 진심이구나...! 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을 해봤다. 너무 아쉬웠다.
폭설을 맞고 있는 산타 엘프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욘이 내일 운 좋으면 산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