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까지 일주일간 더현대 대구에서 조니스그로서리 팝업 매장을 꾸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백화점 팝업 기회였다. 페어가 아닌 팝업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또 고객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던 백화점 팝업. 매일 터질 것 같은 종아리와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감에 익숙해지기 무섭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누군가 '백화점 팝업 어땠냐', '어떻게 준비하면 되냐' 물어보면 떠오르는 대답이 몇 개 있다. 특히 기간이 길고 프로모터 고용 없이 둘이서 7일간을 쉼 없이 운영한 경험을 해보니 의외의 준비가 필요했다. VMD나 동선, 매대 구성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판매대에 서있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이니 이 부분에서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더라.
백화점은 운영시간이 길다. 보통 페어나 플리마켓들이 10-6시 사이에 열고 끝나는 반면, 백화점은 10시 반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주말은 30분 더 늦게 끝난다. 준비시간까지 합치면 꼬박 11시간 이상을 서있어야 한다.
첫날 페어에서 하던 것과 동일하게 오픈과 동시에 홍보를 시작하며 시식컵을 잔뜩 채웠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팝업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열심히 시식을 하고, 이제 조금 쉬어도 되나 싶어 시계를 봐도 아직 6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지쳐가고 있을 늦은 오후부터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너덜 해진 몸을 애써 무시하며 열심히 제품을 선보였다. 판매가 끝난 8시 반, 다음날이 두려워졌다. 내일은 또 어떡하지.
판매자의 체력이 가장 좋을 때와 방문객이 모이는 시간에는 갭이 있었다. 우하향한 판매자의 체력곡선과는 다르게 방문객 수는 오픈과 동시에 조금, 점심시간에 서서히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고는 4시 이후부터 스멀스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패턴을 알고 나서 우리는 '오전에 힘 빼지 말자' 전략을 세웠다. '사람이 몰리는 점심, 늦은 오후시간에는 둘이서, 몰리지 않은 오전과 이른 오후 시간에는 번갈아가면서 매대를 보았다. 번갈아서 매대를 보는 동안 남은 한 명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관리하곤 했다.
엄마 인간관계로 유명한 육아빠정우열 채널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10명 중 7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2명은 이유 없이 싫어하고 1명만 이유 없이 좋아한다고. 판매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팝업 매장에 관심 없는 사람은 너무 많고, 그분들을 아무리 붙잡고 설명을 해드려도 그저 흘러갈 뿐이었다. 시식을 하고는 우리 제품이 입에 맞지 않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인지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은 저 멀리서도 성큼성큼 걸어오셔서 이것저것 묻고 사가곤 했다.
열심히 호객을 하다 보면 은근한 기대가 피어오른다. 이 말을 듣고 누군가는 오겠지. 하지만 하나 둘 거절당하기 시작하면 기대는 조금씩 상처로 변하곤 한다. 상처로 힘을 빼기보다는 호객을 할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내 외침을 듣고 다가올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마음에 이롭다. 10명 중 1명만이 나를 좋아해 줄 것이라는 말. 9번의 거절은 있어야 1명 정도는 나를 봐준다는 말. 그래, 다른 사람들 마음 얻는 게 쉽나.
호객을 하는 것에 힘을 뺐다. 호객은 필요함은 있지만 자각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인지하게 만들어주는 것 정도로. 어차피 계속 거절당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필요함을 인지한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신뢰를 드릴 것이라고. 마음에 힘을 빼니 또 다른 힘이 생겨났다. 거절당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을 덜어내니, 제품을 더 알고 싶어 하는 분께 더 세심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누군가 나중에 백화점 팝업때 무엇을 준비해야하냐고 물어보면
'체력안배' 와 '심력안배' 이렇게 두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