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마케터로서의 업무와 역량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따라다니는 숙제 중 하나는 퍼스널브랜딩이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매력적일수록 그 사람이 운영하는 브랜드도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아니 브랜드 하나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호호히도 이제 겨우 '브랜드스럽게' 보이는데,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은데 나조차도 브랜딩을 해야 하다니.
여기에 많은 수익형 인플루언서들이 '퍼스널브랜딩'의 강조성을 이야기하고, 대개 퍼스널브랜딩을 잘 구축한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마련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퍼스널브랜딩은 영향력이 한껏 뒷받침되는 인플루언서 계정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곤 했다. 숱한 인플루언서 계정들을 보며 저것은 내결인가, 나는 저렇게 할 수 있나? 아니라면 어떤 계정이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계정이지? 하며 비교의 늪에 빠졌다. 요즘 뜨는 계정은 이렇다던데, 요즘 뜨는 콘텐츠는 이거라는데 혼란이 왔다. 멋진 계정들은 저 위에 있는 것 같고, 나는 아직 너무 초라했다.
그래도 하라니까, 막막해도 해보자며 기록들을 쌓아가고 있던 중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쟤 요즘 인스타 많이 하네'
혹시 남들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내 소식을 너무 많이 전달하는 것인가? 민폐일까? 자기 검열이 나를 막기 시작했다. '자주'라는 말을 쓰기 우습게도 피드는 일주일에 한 건 올릴까 말까, 스토리는 하루에 1개를 올릴까 말까 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가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겠다는 이유가 대체 뭘까'
남들이 하라고 해서 말고, 진짜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했다. 나 이거 왜 하려고 하지.
퍼스널브랜딩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 삶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것 같았다. 본인이 본인을 가장 잘 알고 있어 내실이 단단해 보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여기에 퍼스널브랜딩이 가져오는 이점들은 꽤 많았다. 기회는 꾸준히 기록하고 표현하던 자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퍼스널브랜딩을 하고자 했던 이유는 영향력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나를 더 잘 알고 싶고, 나랑 조금 더 잘 살고 싶었다.
'사실 나한테 아무도 관심 없잖아?'
반응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없을지도 모르는 타인의 시선을 눈치 보느라 나를 몰라주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었다. 대신 영향력이 없는 할 수 있는 퍼스널 브랜딩을 해보기로 했다. 내 안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세세하게 쪼개고, 다시 뭉쳐 명확한 단어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며, 내가 나를 무엇으로 정의하면 좋겠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가장 자주 쓰는 단어들, 자주 찍는 사진들, 자주 하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보기로. 그러다 무엇이 덩어리 졌다고 느껴졌을 때, 그때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잠시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일들을 반복해가면 인생을 나로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마케터로서의 숙제와 덕목을 내려두고 퍼스널브랜딩이라는 긴 호흡을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