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생각 변화는 몸과 삶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 주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원물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온전함이라는 개념이 내부에 자리 잡았다. 식사에서 단백질 몇 그램 이상, 탄수화물 몇 그램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는 강박을 떼고 나니 음식에 대한 집착과 거부 같은 감정들이 옅어졌다. 음식을 조각내는 습관을 없애니 몸을 조각내는 습관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다이어트에 집착하지 않는다. 팔, 다리, 허리 등 부위별로 나오고 들어가는 완벽한 몸의 모자이크보다는 몸 그 자체로 건강한 상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 다이어트란 식사량을 엄격히 조절하고 먹을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깨끗하고 질 좋은 음식들을 먹는 빈도와 양을 늘려내는 것이다. 근육 합성을 위해 가공된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는 대신 햇빛을 충분히 맞고 자란 작물들을 온전히 먹고 움직인다.
음식도 인체도 하나의 시스템이다. 각 파트를 구성하는 요소들끼리 복잡하게 얽혀 있다. 거북목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말린 어깨를 피고 척추를 바르게 세워야하고, 다리의 살이 유달리 고민인 사람의 원인이 다리에 무리를 주는 걷기 방식이라면 엉덩이, 코어, 그리고 주변의 근육들을 같이 키워주어 바르게 걷는 습관을 들여주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신체를 인식할때에는 독립적인 조각이 아닌 다른 요소들과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생각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조각내고 평가하는 순간, 시스템은 그 기능을 잃고 만다.
자연식물식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문장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식물식을 시도하며 온전함에 대한 개념을 인지하고, 또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점점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형 그대로 먹는 식사를 통해 나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을 하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나는 이제 내 몸을 좋아한다. 근육이 잘 발달해서 운동을 재밌게 느끼게 해주는 내 몸이, 햇빛을 듬뿍 맞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따가움 없이 잘 타주는 피부를 가졌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발달한 허벅지 안에 깃든 체력은 많은 일에 호기심을 갖고 또 도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완벽한 몸의 잣대를 들이대며 내 몸을 평가하고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진 신체로 어떤 활동을 더 시도해 볼 수 있을지에 기대하고 있다.
몸무게, 허리사이즈, 눈바디 등등등. 우리의 몸을 평가하는 도구가 수많은 세상이다. 동시에 그 몸을 갖게 해 주겠다며 현혹하는 가공식품들도 넘쳐나고 있다. 음식 집착과 거부 양가감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내 몸이 혐오스럽다면 온전한 음식을 먼저 섭취해 볼 것을 추천한다. 트렌드에, 혹하는 메시지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음식들을 자주 넣어주다 보면 내 몸과 마음이 좋아할 만한 행동들을 찾고, 또 좋아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