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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제이비 Dec 22. 2019

사라진 내 존재감 찾기


누구나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어해요. 꼭 관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존재가 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확인하고 싶은 건 당연한 욕구입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확 시선이 가는 사람이 있고, 계속 떠드는데도 잘 모르겠는 사람이 있잖아요. 사실 저는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때 수련회에서 '인기투표'를 했어요.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남자 아이들이 여자 숙소에 '인기 투표 쪽지'를 던져주고 갔지요. 제 기억에 제가 인기 '4위'였어요. 우리반에서 4등이라는게 12살 어린이에게는 어찌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에 저는 발표 대회로 구령대에서 상도 받고, 중학교 때는 응원단장을 했던 기억도 나요.


이렇게 존재감이 가득했던 이 아이는 30대에 이렇게 변하게 됩니다.


친구들이 예전 이야기를 할 때 “너 거기 있었어?” 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는거에요. 분명 엄청 말도 많이 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걸로 싸울 수도 없고, 기분이 '슥' 나빠지는 상태들이 몇 차례 있곤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비즈니스 미팅 때 협력회사들을 만나기도 하고, 미디어회사 등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가 미팅을 해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음 미팅 때 저에게만 '또' 명함을 주고 소개를 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거에요.


이런 일이 몇차례 생기다보니 민망이 몰려옵니다. 괘니 동료들에게 "사람들이 날 알아보지 못하는게 내 특기야. 봐봐 못알아보지?" 이렇게 실없이 농담으로 넘기곤 했지만, 사실 이런 일들이 잦아 지니, 저 스스로 "나는 병풍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적했습니다. 같이 미팅을 했던 동료도, "거 참, 저 분들 영업 못하시네~" 라고 둘러 대지만, 그녀도 알고 있을 거에요. 자기 친구가 지금 엄청 속상하다는 것을.


저는 나이가 들며, 제가 왜 존재감이 없어졌는지, 사실 알고 있어요. (여러 어려운 사정으로) 가장 좋은 20대 때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꽤 많이 썼습니다. 아니, 남들의 시선이 어쩌면 '목표'였을지도 몰라요. 모든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어서 그들에게 맞춰주기 시작했어요. 음식도 제가 먹고 싶은거 보다 남들이 먹자는 것을 먹었고, 제 미래 직업까지도 '남들'에게 사랑받는 직업이 무엇일까를 생각할 정도 였으니까요.


예상대로 결과는 반대로 났습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쓸수록, 이도 저도 아닌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존재감이 점점 바닥을 향해 갔습니다.






갑자기 10년간 없었던 존재감이 나 오늘 부터 '존재감 뿜뿜 할거야!!" 이렇게 결심했다고, 툭 튀어나와서 제가 어느 모임이나 회사에서 '퀸'이나 '여왕' 의 자리에 앉게 되는 일은 없을 거에요. 이건 수년간 제가 차곡 차곡 쌓아왔던 '무색'의 느낌들이 모인 결과니까요.


저는 지금 제 색깔을 찾아 나서고 있어요. '나다움' 이 무엇인지, 내 색깔이 무엇인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는 것보다 신뢰감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에 잔뜩 포커스 하고 있어요. 물론 존재감 만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 내면이 탄탄해지면 나라는 사람의 존재도 분명 확실해 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일환 중에 하나가 이렇게 틈틈이 글을 쓰는 일이고요. 이렇게 글을 쓰지 않는다면 저는 그저 "나는 징글징글하게도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다. 어쩌지?' 좌절하며, 손을 놓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무채색의 컬러가 켜켜이 쌓여 있지만, 결국 내 안에 있는 숨어있는 아주 선하고 탄탄한 관종끼가 지금 나오기 위해 준비 하고 있을 거에요, 그래서 언젠간 내 존재감이 불쑥 고개를 드리밀거라고. 다시금, 우리반 인기투표 4위에 빛나는'존재감' 터지던 나로, 다른 사람보다 내 스스로를 더 좋아하던 나로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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