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을 살아내는 법_<포레스트 검프>

by 정아름

로버트 저메키스(1994), <포레스트 검프>


오랫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그의 단순하고 바보같은 삶이 내 복잡한 머리를 한대 때려준다. 곧게 뻗은 남극의 해빙선 자국. 영화에 대한 두서 없는 몇 가지 정리.


1. 사랑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큐 75의 포레스트는 상처받은 소녀 제니를 사랑한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있다. 포레스트는 제니를, 제니는 '새가 되어 날아갈 하늘을'. 포레스트는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로, 삼류 술집의 벌거벗은 포크송 가수로 전전하던 제니를 만난다.


제니: 이런 식으로 자꾸 날 구해주려 해선 안돼.

포레스트: 사람들이 널 잡으려 했어.

제니: 많은 사람들이 그래. 계속 이러면 안돼.

포레스트: 어쩔 수 없어. 널 사랑해.

제니: 포레스트, 넌 사랑이 뭔지 몰라."


제니는 '날기 위해' 가수가 되고 싶다. 무언가 멋진 삶을, 멋진 사람를 만나고 싶다. 그녀가 보기에 아이큐 75의 바보는 사랑을 모른다. 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날 데리고 하늘을 날 수가 없다. 제니는 몇 번의 방황과 상처를 당한 후 포레스트 곁에서 다시 쉼을 찾는다.


포레스트: 왜 날 사랑 안해, 제니? 난 똑똑하진 않지만 사랑이 뭔지는 알아.


똑똑하지 않지만 명확하다. 그는 자신이 제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누가 사랑을 아는가? 머리가 비상한 천재가? 아니면 단순하고 순진한 바보가? 포레스트는 사랑을 정의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안다.


2. 운명이란 (멍에처럼) 지워지는 것인가, 바람과 같이 떠다니는 것인가? 운명이란 개척하는 것인가, 주어지는 것인가?


포레스트의 엄마는 죽기 전 포레스트에게 말한다.


포레스트: 제 운명은 워죠?

엄마: 그건 네가 알아내야 해. 인생이란 한 상자의 초콜릿 같단다. (그 안에) 뭐가 걸릴지 아무도 모르거든.


사랑하는 제니가 죽는다. 그는 이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제니의 무덤 앞에서 말한다.


"제니, 엄마와 댄 중위님 중 누가 옳은 진 모르겠어. 모든 건 운명인건지. 아니면 모두들 바람처럼 떠다니는 건지. 하지만 내 생각엔 둘 다 맞는 것 같아.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지도 몰라."


운명이란 열정을 가지고 개척하는 것이라 말하는가? 당신은 순진하거나 아니면 아직 진정한 운명의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영광을 얻는 것은 경솔한 운수가 해주는 일 -몽테뉴, 수상록' 이기 때문이다) 운명이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라 말하는가? 어쩌면 당신은 당신만을 위한 초콜릿 상자의 포장도 풀어보지 못하고 인생을 끝낼지도 모른다.


3. 포레스트는 왜 뛰는가?


제니가 떠난 후 포레스트는 뛰기 시작한다.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을. 이유는 없다. 기자들이 묻는다.


"왜 뛰시나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여권 신장을 위해서? 환경 때문에? 동물의 권리를 위해서인가요? 왜 뛰는 건가요?"


포레스트: 그냥 뛰고 싶을 뿐입니다.


포레스트는 그냥 뛴다. 그는 세계 평화나 인권을 위해서 뛰는 것이 아니다. 그냥 뛴다.


"엄마는 늘 전진을 위해선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셨죠. 내가 달린 것도 그래서였나 봐요."


머리가 복잡한가?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겠는가? 달려라. 마냥 달려라. 무엇을 계획하려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바로 세우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모든 것을 지우기위해 누구를 위해서 달리지마라. 달려라. 마냥. 아무 이유없이.


어느날 머리가 텅 비어버린다면, 이제 멈추어라.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이제 무언가를 할 시간이다.

4. 사랑과 우정이 시작되는 지점은?


포레스트는 평생 한 사람의 사랑을 만났고, 한 사람의 친구를 만났다.그 둘을 만난 것은 모두 버스 안.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옆 자리를 내주지 않을때 그의 사랑과 친구는 같은 말을 건낸다.


"원한다면 옆에 앉아도 돼."


5. 포레스트는 바보인가?


포레스트는 바보다. 그는 마냥 사랑하고, 마냥 달린다. 그의 아이큐는 75. 난? 난 분명 그 보다 똑똑한 것 같다. 훨씬 더 깊이있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데 왜 난 이 바보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6. 진정한 삶을 살아내는 방법은?


누가 진정한 삶을 살아내는 걸까? 제니는 하늘을 날기위해, 땅을 벗어나기위해 날개가 필요하다.


"우리가 기도했던 거 기억나니, 포레스트? 내가 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게 해 달랬었지."(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깃털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은 우연한 연출이 아니다.)


제니는 날고 싶다. 이곳을 벗어나 자유로운 하늘을 날고 싶다. 어떻게 날개를 달 수 있지? 유명한 가수가 되어서? 멋진 남자를 만나서? 그녀는 포레스트를 찾는다. 바보를 찾는다.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것은 이 바보 뿐이다.


진정한 삶을 살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자유하고 싶다.


난 똑똑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바보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가?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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