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_<노킹온 헤븐스도어>

by 정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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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얀, 1997, 독일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


오랜만에 다시 보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OST 'Knockin on heavens door'는 처음의 감동처럼 다시 다가온다. 이 영화는 코미디다. 한데 주제는 죽음이다. 코미디에 깊이를 담을 수 있을까?


무슨 소릴. 가장 깊이 있는 것은 비극이 아닌 희극에 담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웃음으로 진실을 말하려는데 이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우신예찬'에 인용된 호라티우스의 '풍자 시'


어느 날 갑자기 며칠 후 죽는다는 선고를 받은 루디와 마틴은 천국 문 앞에서 마지막으로 영혼의 불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이 세상에서 느꼈던 이야깃거리를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만들려 한다. 이는, 바다를 보는 것.


'바다를 한 번도 못 봤어?


-응, 단 한 번도.


우리는 지금 천국의 문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거야.


-세상과 작별할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런 걸 못 봤단 말이야?


정말이야. 본 적이 없어.


-천국에 대해서 못 들어봤어?


그곳엔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


-바다의 아름다움과 바다에서 바라본 석양을 이야기할 뿐. 물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핏빛으로 변하는 커다란 공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느꼈던 그 강렬함과 세상을 뒤덮는 바다의 냉기를 논하지. 영혼 속의 불길만이 영원한 거야. 근데, 넌 별로 할 말이 없겠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관습과 규범을 깨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이제 시간이 없는 그들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내 안의 '영혼 속의 불길' 만을 따라간다. 그들은 연청색 벤츠 230을 타고 달린다. 부드러운 바람이다.


벤츠 사이드 미러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사물이 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죽음.

그들은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그런데 너무 많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이제 그들은 가장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만 선택하게 (해주게) 된다.


가장 하고 싶은 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 마치 오래된 앨범을 꺼내보듯 보게 되는 '영혼 속의 불길'. 영화에서 가끔 순간적으로 괴물처럼 생긴 지하철이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당신은 저 지하철을 타고 있는가.

괴물 같은 일상.

영혼 없는 일상.


당신은 이미 이런 질문조차 잊고 사는 것은 아닌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천국의 문 앞에서 이 세상에서 무엇을 했냐고 당신에게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 건가요?'


죽음.

죽음은 당신이 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보스는 돈을 훔친 그들을 놓아준다.


왜?

보스는 그들이 가진 '영혼 속의 불길'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네들 문제를 알고 있지. 계획은 세웠나?


- 네, 바다에 갈 겁니다. 본 적이 없거든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럼 뛰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영혼 속의 불길을 따라가 본 적이 있는가?

바다를 본 적이 있는가?


바다를 본 적이 없다면, 뛰어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S7jD66f_xo

Knockin' on Heaven's Door- ost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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