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찰리 채플린 1940
코미디는 무엇인가?
패러디는 무엇인가?
찰리 채플린은 코미디언인가, 철학가 인가, 아니면 혁명가 인가?
현대인은 코미디 프로를 보고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댄다. 하지만 일상 어디에서도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다.
오직 TV 앞에서만 웃어댄다.
즐거운가?
행복한가?
아도르노는 말한다.
"웃을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 웃음을 터뜨린다... 행복의 순간은 웃음을 알지 못한다. (계몽의 변증법)"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는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하지만 그가 주는 웃음을 씁쓸하다. 이는 그의 영화가 어두운 사회와 정치를 풍자하는 코미디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오늘을 허둥지둥 살아내는 나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독재자!
(우선 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가 히틀러가 영웅으로 추대되고 2차 대전이 본격적인 양상에 치닫기 전(독일의 소련 침공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랍다.)
누가 위대한 독재자 인가? 히틀러?
아니,
나! 그리고 당신!
이 영화에서는 두 독재자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이다. 그 둘의 특징은 무엇인가? 거만함, 남보다 무조건 앞서려는 마음, 최고가 되려는 (지배하려는)야심. 그건 '열정이다, 꿈이다'라는 서술어를 잔뜩 붙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아닌가. 그리고 어쩌면 당신 아닌가.
이 영화의 마지막은 히틀러로 오인된 순진한 유태인 이발사가 전 세계에 희망의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채플린은 혁명가처럼 또 몽상가처럼 이상적인 미래를 말한다. 몽상가? 그렇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능력 있는 자가 아니라 몽상하는 자에 의해서이다. 미래? 미래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앞에서, 아니면 벤야민의 말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듯 등 뒤에서 아니면 위에서. 채플린의 마지막 몽상을 (좀 길지만, 몽상이란 원래 그런 것이므로) 들어보자. 그에게 미래는 분명 앞이나, 등 뒤에서 오는 것 같지 않다.
"미안합니다만, 나는 황제가 되고 싶지 않군요. 그건 내 할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다스리거나 정복하고 싶지도 않아요. 가능하다면 모든 이들을 돕고 싶어요. 유태인, 기독교인, 흑인, 백인이든 간에 모든 인류가 그렇듯, 우리 모두가 서로 돕기를 원합니다.
남의 불행을 딛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이 행복한 가운데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고 풍요로운 대지는 모두를 위한 양식을 줍니다. 인생은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방법을 잃고 말았습니다.
탐욕이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키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았는가 하면 우리에게 불행과 죽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급속도로 발전을 이룩했지만 우리 자신은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기계는 우리에게 결핍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정하고 냉소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너무 많이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거의 느끼는 게 없습니다. 기계보다는 휴머니티가 더욱 필요하고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비참해지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
그대들은 기계도 짐승도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당신들의 마음속에는 인류에 대한 사랑이 숨 쉬고 있습니다
증오하지 마시오.
비인간적인 자들만이 증오를 합니다.
군인들이여, 노예제도를 위해 싸우지 말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시오.
누가복음 17 장에서, "주의 왕국은 인간들 사이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 한 무리가 아닌 인간 전체에 바로 당신들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기계를 창조할 능력을 지닌 당신들 민족은 행복을 창조할 수 있는 힘도 지닌 것입니다
......
한나!
내 말이 들려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세요.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비치고 있어요. 암흑에서 빠져나와 광명을 찾은 거요. 이제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겁니다.
인간들이 그들의 탐욕과 증오와 잔인함을 초월한 더 나은 세상 말이오.
봐요, 한나! 인간의 영혼에 날개가 달려 마침내 날기 시작했어요
무지개를 향해 희망의 빛과 미래를 향해 날개 짓을 시작했소. 당신과 나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영광된 미래를 향해 말이오.
봐요, 한나!
위를 봐요!"
-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