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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름 Feb 28. 2024

여기 앉으세요, 인천지하철 2호선

사람처럼 말고 사람다운.

집은 부천,

직장은 인천.

늘 한가한 지하철에서 여유있게 출퇴근 할 수 있어 좋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송내로 가는데, 두둥! 버스가 12정거장 전이라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게 됐다. 인천지하철은 좌우가 좁아 몇 명만 서 있어도 꽉 차게 된다. 작은 놀이기구에 탑승한 것처럼 오밀조밀 사람들이 참 가까이에 있다. 요즘 듣는 김수영의 노래를 들으면서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 몸을 움츠려 핸드폰만 보고 있는데,



여기, 앉으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중교통에서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 그 말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아, 나이드신 분께, 몸이 불편한 분께, 아이들에게 ‘자리는 양보’하는 거였지, 라는 참담함과 부끄러움. 아무도 배려하지 않는 세상에 살면 모두가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변해버리는 거라는.


그런데 그 이후에도 두 번이나 이쪽 저쪽에서 들리는 “여기, 앉으세요.”의 목소리, 이날 따라 유독 그런건지, 친절한 그런 분이 지하철에 타신 건지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여기 인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인천은 묘한 기류가 있다. 교양과 세련됨의 수준을 서울, 경기, 인천으로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규정짓고, 공간도 사람들도 그렇게 레벨처럼 여겨버린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부망천처럼. 정말 망해도 될 말이군)


부천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말을 들었던가. 20년 가까이 살면서 거의 경험해 본적 없다. 그것 또한 확률일 수 있지만,  과연 인천보다 부천이 나은가?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다보니, 이것저것이 보이긴 했다. 깨끗하지 않은 거리와 까칠한 표정의 사람들이 다소 낯설었다. 괜히 조심하게 되고 경계하게 됐다. 그런데 인천 사람들은 인천을 좋아했다. 자부심 비슷한 건까지 느껴졌다. (부천 사람들은 보통? 아니면 서울에 대한 약간의 동경?이라면) 그런데 조금 더 인천으로 들어 와 사람들을 만나보니, 솔직해서 뒤돌아 수군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 지낼수록 순수하고 계산이 없어 찐친이 된다. 속이 따뜻하고 사람답다. (또 음식이 싸고 양도 많고 맛있다. 살기 좋은 동네는 이런 곳이 아닌가.)


나는 사람이 아닌, 사람처럼 살았던가. 되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며 이 관계에서 저 관계에서 조금 더 나에게 유리한 것들을 따지거나, 조금도 손해보기 싫어 웃는 얼굴로 그 자리를 피하고,(참 교양이 넘쳤구나!) 때론 자리 하나 양보하지 못해 피곤하지도 않으면서 잠자는 척이나 하는 인간같지 않은 인간. 추악한 거짓은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고 나니,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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