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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갈님 Aug 14. 2023

에세이 #6. 칭찬에 대하여

2023.06.15 기록

회사 안에서 업무 중에 오고 가는 칭찬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분명히 순기능이 많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고 있다.

누군가한테는 ‘인정’이 가장 강한 모티베이션이기 때문에 칭찬으로 자기 효능감과 근무 만족도를 채워 더 열심히 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협업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이에 조직응집력의 밀도도 높아지고 협업 퍼포먼스가 향상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

무분별한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생각이다.



심리학에 ‘도덕 저축’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를테면 “저는 평소에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까 이 정도 잘못은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이 문장처럼 자신은 과거에 이미 충분히 도덕적이었기 때문에 현재 혹은 미래에 덜 도덕적인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부도덕함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덜어내려는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나는 칭찬도 이처럼 ‘칭찬 저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팀 내에서 일어나는 무분별하고 습관적인 칭찬 혹은 우리만의 자화자찬은 ‘난(혹은 우린)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그거 조금 실수한 거 가지고 뭘 그래?’식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소위 칭찬뽕에 취해 진실을 보지 못하고 나태함만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또 조직응집력이 좋은 것이 나쁘게 작용하면 높은 방어벽을 쌓게 되어 눈이 멀고 귀가 막혀 타조직에서 오는 개선을 위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혀 수긍, 수용하지 못하고 ‘나(혹은 우리 팀)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데 너는 왜 나를 그렇게 평가 안 해? 네가 잘 못 된 거야. 난 고칠 필요 없어’ 식으로 생각해 성장의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고 본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스쿼드에서 주기적으로 스프린트 리뷰&회고 모임을 갖는데 KPT와 유사한 회고방법론을 사용한다. 그중 keep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협업하면서 갖는 행동양식이나 프로세스,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계속 이어나갈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누군 이래서 칭찬하고 감사하다. 나는 이래서 스스로를 칭찬한다.’의 칭찬릴레이로 변모되는 것이 좀 아쉬워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왕 칭찬릴레이로 갈 거면 의미 있는 칭찬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응당 해야 하는 업무를 가지고 매번 칭찬하는 것은 의미 없는 나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협업 태도나 역량 혹은 업무의 결과물이 선한 영향을 끼쳐 생긴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이 의미 있고 그분도 진심으로 기뻐할 좋은 칭찬일 것이다.

이런 의미 있는 칭찬은 매번 난무할 순 없는 것이다.

그리고 피상적인 칭찬을 할 바엔 나는 차라리 이런 점은 개선되면 좋겠다는 부정의 피드백이 낫다고 생각한다.

칭찬은 던지기 쉬우나 부정의 피드백을 당사자에게 전달하기는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빌런들은 후자를 막 뱉지만 이는 논외로 하자.)

그런 에너지를 나에게 쓴다는 것도 애정이 있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잘 수용하여 보완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에 나한텐 오히려 그게 훨씬 득이라는 생각이다.



내일도 회고 모임이 있다.

만약 내일도 피상적 칭찬릴레이가 지속된다면 분위기가 불편해지더라도 이 글과 같은 내용의 말을 구성원들에게 전할 생각이다.

그래서 보다 우리의 목표대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회고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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