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1 기록
리더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 조직에서 일을 제일 잘하고, 업무 관련 지식이 제일 많고, 히스토리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리더의 정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것과 좋은 리더십을 갖는 것은 서로 다른 영역의 능력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는..
내 조직의 구성원들이 잘하는 것, 또 어떨 때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잘 파악하여, 최고의 결과와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업무의 기회 혹은 R&R을 잘 배치하는 사람.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제거해 주고, 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답이 아닌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면 팀원이 뭔가 해보려고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리더 본인이 다 해서 결론 내어버리는, 혹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이게 답이야 하며 수동적으로 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허무한 상황을 보기도, 또 겪기도 하는데 그럴 땐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나는 주니어 때 좋은 선배, 리더가 없었다.
첫 회사는 수직적인 조직이었기에 다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혈안이었고 열정과 호기심이 넘치는 신입사원은 그들에겐 피곤하고 귀찮은 존재였다.
나의 사수란 사람은 회사에서 매년 S를 받고 발탁과장이 된 인재 중에 인재였지만 그래서 다들 나한테 복 받은 거라고 부푼 희망을 불어줬지만, 기대와 달리 내가 그분한테 배운 건 “알아서 잘해봐”란 소리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저절로 키우게 된 생존력이랄까? 그뿐이다.
오히려 같이 프로젝트에 나가있던 나이 지긋하신 프리랜서분들이 케어 못 받고 고생만 하고 있는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많이 챙겨주시고 업무도 많이 알려주셨다.
그때 이를 갈며 다짐한 것이 있었는데..
난 좋은 선배가 되는 길을 걸으리라 하는 거였다.
저들처럼 직장 상사가 거는 기대에만 충족하여 예쁨 받아 평가를 잘 받고 라인을 타 고속 승진 하기 위해 입발림 말만 터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멋이 없었다.
차라리 공룡 선생처럼 교장/교감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더라도 내 학생들에게만큼은 빛 같은 존재가 되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물론 여전히 부족하여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계속 리더 역할을 연임할 수 있는 것도,
먼저 연락을 주고 잘 따라주는 고마운 후배들이 여럿 있는 것도 15년의 회사 생활을 하며 내가 느꼈던 선배에게 필요한 모습과 기대했던 리더의 역할이 있었고, 그 모습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 말이 있듯이
주니어의 마음은 주니어가 혹은 주니어였던 사람이 제일 잘 알고,
중간리드의 마음은 중간리드를 경험한 자가 제일 잘 안다.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그 상황의 어려움, 고민, 그리고 그때만 얻을 수 있는 혜안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난 나의 조직장은 주니어부터 리더에게 힘이 되는 시니어 팔로워, 또 중간리더 등의 단계를 모두 거쳐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본인이 욕심내지 않고 때론 희생하여 조직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도 경험해 봐서 안다며 조직원의 고충에 공감하고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버스 타지 않고 레벨 1부터 차근히 퀘스트를 깨고 있기에 지금보다 더 막중한 책임이 있는 높은 자리에 서더라도 그들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