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2 기록
회사에 데이터 조직이 따로 있는 경우,
아마도 대부분은 액션을 취할 권한이나 최종 의사결정권까지는 갖고 있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권한이 주어지는 역할의 조직이나 구성원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지원조직’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하는데 나는 이 단어가 굉장히 언짢다.
지원조직은 ‘돕는 것’에 특히 포커스를 둔다.
물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데이터를 통해 유저를 이해하게끔 돕는 것이 데이터조직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돕는다’는 것에 치중하게 되면 그 팀의 성장은 멈춘다.
일례로 조직의 목표는 그 조직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정의된다.
그런데 지원조직의 마인드셋은 다른 팀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에 우리 팀은 어떻게 더 잘 ‘도울’ 수 있을까? 에 기반한다.
요청 오는 일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고, 동료가 요청할 때 기대했던 결과를 내고 등을 우리 팀의 성과로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목표 달성의 측정 매트릭이 일정 준수율, 동료 만족도, 업무 건수 등이 된다..
(몇 달 전에 데이터분석가 채용 면접에서 한 해에 처리한 Jira이슈 완료건수가 제일 많아서 회사에서 상을 받았다며 본인을 어필했던 지원자 분이 있었는데 그런 걸로도 회사에서 상을 준다는 것, 그게 본인 어필포인트라는 것에 크게 놀랐던 적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점차 주도성과 책임감을 잃게 된다.
내가 책임 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동료가 요청한 일을 했을 뿐이고, 의사결정도 그들이 했고.. 서비스 개선에 실패하더라도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또 점점 수동적이 된다.
하라는 대로 하게 되고, 결과물에 내 생각과 고민의 흔적은 희미해진다.
이 업무의 목적과 의미도 점점 궁금해하지 않는다.
IT업계는 대부분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갖추어져 있다.
그렇다는 말은,
최종 의사결정을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의사결정의 근간이 되는 key factor는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는 우리 팀이 수집하고 만들고 분석한 것이다.
우리가 비즈니스와 분석배경,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사이트를 내거나 정확도&신뢰도가 떨어지는 저품질의 데이터로 분석하거나 특정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편향된 결과를 낸다면 그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은 그릇되고, 서비스는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최악으로는 그런 의사결정으로 더 퇴보할 수도 있다.
또 제대로 된 데이터를 줬다 하더라도 의사결정권이 있는 동료의 해석에 오류가 있거나 편향되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도 끝까지 F/U 하지 못한 우리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즉, 올바른 판단은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고, 반대 상황인 판단 오류 또한 잘못된 데이터로부터 초래되는 것이다.
이런데도 우리가 그저 돕기만 하는 지원조직인가?
우리의 업무와 내가 내는 결과물에 누구보다 주도성을 갖고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원조직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그 틀 안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이나 본인의 조직의 가치를 낮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리더라면 더더욱..)
가치는 데이터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Value Enabler가 아니다.
Value Creato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