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낡은 집 문 앞에
두 대의 TV가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한때는 저녁 시간을 밝히던 빛이고,
가족의 얼굴을 비추던 창이었고,
아이의 웃음과 주말의 명화가 머물던
작은 극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원도 끊기고
검은 화면만 남아 있지만,
기계가 버려졌다고
그 안을 채웠던 시간이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기술은 계속 얇아지고
세상은 더 빠르게 바뀌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던 빛
그 시간을 채우던 소리
함께 머물던 순간들은
형태를 잃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버려진 것은 물건이고,
남아 있는 것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시간은
꺼진 화면 위에서도
아직 조용히 재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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