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장갑 벗어봐야 안다."
라운드 도중에 흔히 듣는 말이다.
보통은 마지막 홀컵에 공이 들어갈 때까지 승부를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18홀 내내 죽을 쑤다가도 마지막 한 방으로 대회 승부가 갈리거나 내기 결과를 역전하는 게 골프니까.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승패가 아니라 '사람'도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뜻으로.
4시간 내내 우리는 장갑을 낀 채 골프채를 휘두른다.
새하얀 양피 장갑은 일종의 '예의'이자 '가면'이다.
그 하얀 가죽 아래에 땀이 얼마나 찼는지,
굳은살이 얼마나 박여 있는지, 긴장해서 손이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진짜 그 사람의 실체는 라운드가 끝나고, 락커룸이나 사우나에 들어가기 전
장갑을 찍- 하고 뜯어내는 그 순간에 드러난다.
비즈니스도 똑같다.
화려한 PPT 장표, 명품 슈트를 입은 영업사원의 미소, 번지르르한 제안서...
이건 '비즈니스용 장갑'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잘 다림질된 하얀 장갑.
수많은 경쟁 PT를 다니며 느꼈다.
진짜 파트너십은 그 화려한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악수할 때 결정된다는 것을.
"이 프로젝트의 리스크는 이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막아보겠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장갑)를 벗어던지고, 땀 냄새나는 고민의 흔적(맨손)을 솔직하게 보여줄 때,
클라이언트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나는 광고를 할 때 늘 경계한다.
내 카피가, 내 기획이 그저 예쁜 장갑이 되지 않기를.
속은 텅 비었는데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지는 벗겨지는 순간 탄로 난다.
조금 투박하고 거칠어도 좋다.
장갑을 벗었을 때 보이는 손바닥의 굳은살처럼,
오랫동안 고민하고 치열하게 부딪힌 '진짜 생각'을 파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골프이자, 내가 지향하는 마케팅이다.
화려한 장갑 대신 정직한 맨손을 내밀며 새해 첫 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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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위에서는 66타 골퍼 '언덕파'로,
비즈니스 필드에서는 브랜드 전략가 '비사이드웍스 대표'로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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