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홀컵의 지름은 108mm다. 고작 10.8cm.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보이지도 않는 크기다.
200미터 밖에서 이 작은 원을 향해 공을 보낸다. 바람이 불고, 경사가 있고, 심리도 흔들린다.
그런데도 목표는 단 하나다. 108mm. 골프는 넓은 필드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결국은 가장 작은 지점을 향한 싸움이다.
브랜딩도 비슷하다. 많은 브랜드가 더 많은 고객, 더 넓은 시장, 더 큰 매출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108mm가 없다. 이 브랜드가 정확히 어디에 공을 넣어야 하는지, 누구의 머릿속에 어떤 문장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포지션을 차지해야 하는지 그 작은 목표가 정의되지 않는다.
목표가 작지 않으면 스윙은 커진다. 메시지는 과해지고, 광고는 넓게 뿌려지고, 콘셉트는 설명이 많아진다. 그리고 공은 그린 근처 어딘가에 떨어진다.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홀컵에 들어가지 않은 공은 결국 스코어가 아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인지도가 조금 올라갔고, 트래픽이 늘었고,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결과는 그린 위에 멈춘 공일뿐이다. 들어가야 끝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묻는다. 이 브랜드의 108mm는 무엇인가.
모든 사람에게 좋아 보이려는 목표는 108mm가 아니다. 그냥 잘 되는 것도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이 시장에서 반드시 차지해야 할 단 하나의 자리, 경쟁이 아니라 구분이 되는 위치, 고객이 떠올릴 때 망설임 없이 연결되는 한 문장. 그게 홀컵이다.
흥미로운 건, 홀컵은 작지만 모든 전략은 그 크기에 맞춰 설계된다는 점이다. 클럽 선택도, 샷의 높이도,
공략 루트도 모두 108mm에 맞춰진다. 브랜딩도 그렇다. 타깃 설정, 카피의 톤, 채널 선택, 콘텐츠의 깊이와 결. 모두 작은 목표 하나를 중심으로 정렬되어야 한다. 홀컵을 보지 않으면 플레이는 산만해진다.
방향은 대충 맞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린다. 브랜드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너무 넓게 시작해서 아무 데도 정확히 꽂히지 않는다. 브랜딩은 확장의 기술이 아니라 집중의 기술이다. 108mm를 정하지 못하면 아무리 멀리 쳐도 스코어는 줄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어디에 넣을 것인가를 먼저 본다.
필드는 넓다. 하지만 목표는 작다.
그리고 그 작은 원을 정확히 정의한 브랜드만이 멀리 치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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