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망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갑자기 망하는 것. 스캔들, 품질 사고, 대형 실수. 이건 눈에 보인다. 뉴스에 나오고,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매출이 급락한다. 모두가 안다.
다른 하나는 서서히 망하는 것.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그 브랜드 자신도 모르게. 이게 더 무섭다. 이 방식의 이름이 있다. '평균화'다.
평균화는 대부분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다. 더 넓은 시장을 잡고 싶다. 반응이 없는 고객층도 끌어안고 싶다. 그래서 메시지를 조금 부드럽게 바꾼다. 타깃을 조금 넓힌다. 뾰족한 부분을 둥글게 다듬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브랜드가 아무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무언가가 된다. 두리뭉실한 브랜드가 된다.
스타벅스가 잃어버린 것
2008년,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 CEO로 복귀했다. 그가 돌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스타벅스가 커피 브랜드가 아니라 패스트푸드 체인처럼 됐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스루가 생겼고, 아침 메뉴가 생겼고, 에그 샌드위치가 생겼다. 매장에서 계란 굽는 냄새가 났다. 커피 향이 사라졌다. 슐츠는 복귀 직후 미국 전 매장을 하루 동안 닫았다. 바리스타 교육을 다시 시켰다. "우리는 커피 회사다"라는 선언이었다. 스타벅스가 잃어버린 건 매출이 아니었다. 포지션이었다.
더 많은 것을 팔려다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 그게 평균화의 함정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처음엔 분명했다.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지, 무엇을 파는 브랜드인지,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진다. SNS 팔로워를 늘리려고 콘텐츠 톤을 바꾼다. 매출을 늘리려고 타깃을 넓힌다. 경쟁사를 따라가려고 메시지를 수정한다. 한 번 한 번은 합리적인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쌓이면 브랜드의 원래 자리를 잃는다.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 함정에 자주 빠진다. 프리미엄을 내세우다가 할인을 시작한다. 처음엔 시즌 한정, 그다음엔 회원 전용, 그다음엔 상시 할인. 고객은 정가를 내지 않게 된다. 브랜드는 프리미엄 포지션을 잃는다. 가격을 올리면 안 팔리고, 내리면 브랜드가 무너지는 상황이 된다. 평균화가 만든 덫이다.
평균이 되는 신호
브랜드가 평균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 첫째, 브랜드를 설명하는 단어가 많아진다.
"합리적이면서 프리미엄이고, 젊은 감성이면서 클래식하고, 트렌디하면서 오래가는."
수식어가 많아질수록 포지션이 없는 것이다. 둘째,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차이를 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한다. 셋째, 가장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이 떠나기 시작한다. 새 고객을 잡으려다 오래된 고객을 잃는 것. 이게 평균화의 가장 선명한 신호다
뾰족한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평균의 반대는 뾰족함이다. 모두에게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완벽한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 할리데이비슨은 조용하고 안전한 이동 수단을 원하는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 레드불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팔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남는다. 오히려 성장한다.
뾰족할수록 잃는 고객이 생긴다. 그게 무섭다. 하지만 뾰족할수록 남은 고객의 충성도는 높아진다. 그 고객이 브랜드를 전파한다. 광고 없이.
평균화를 막는 방법
방법은 단순하다. 정기적으로 이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브랜드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다. 뾰족한 브랜드는 반드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포지션이 있다는 증거다.
더 많이 팔고 싶은 욕심이 브랜드를 평균으로 만든다. 평균이 된 브랜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되지 않는 브랜드는 선택받지 못한다. 선택받지 못하는 브랜드는 결국 사라진다.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브랜드가 평균이 되는 순간, 이미 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판단이 먼저다. 제작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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