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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0원짜리 무드-스벅 베이글을 고르는 진짜 이유

제품이 아니라 ‘기분’을 파는 방식

by 언덕파

스타벅스는 종종 ‘집과 회사 사이의 제3의 공간’이라 불린다. 그 말에는 일종의 묘한 안도감이 담겨 있다.

어딜 가든 익숙한 인테리어, 유사한 음악, 일정한 친절의 범위를 유지하는 직원들. 흔하지만 규격화된 무드. 그리고 요즘, 그 무드 속에서 자주 보이는 하나의 풍경. 테이블 위에 조용히 놓인 바질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 누군가는 노트북을 펼쳐놓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조용히 무언가를 적는다.

그리고 그 옆엔 거의 항상 베이글과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란히 있다.

그건 이제 식사가 아니라 하루의 감도를 정돈하는 리추얼이 되어가고 있다.

나 역시 러닝을 마친 날이면 가끔 이걸 고른다. 굳이 뭘 먹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걸 고르고 받아오고 테이블에 놓는 일련의 행위가 내 하루를 단정하게 정렬해주는 기분이 든다.



이 샌드위치는 ‘한 끼’가 아니다

대부분은 식사를 한다기보다 무언가를 준비하거나, 하루의 컨디션을 정돈하려는 ‘태도’에 가까웠다.

베이글 옆엔 거의 항상 아메리카노 한 잔. 그걸 천천히 한 입 베어물고, 이어서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슬쩍 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써내려간다. 그건 단순히 브런치를 먹는 모습이 아니다. 하루의 리듬을 리셋하려는 루틴, 내가 나에게 주는 작고 정제된 선물 같은 행위다. 베이글 하나에 담긴 건 칼로리보다 분위기다.



브랜드는 기분을 설계한다

이 베이글은 바질 페스토와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사실 이 구성 자체는 요즘 편의점이나 유명 베이커리 베이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격은 2~3천 원대. 하지만 스타벅스의 바질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은 5,900원. 거의 두 배. 그런데도 다들 기꺼이 산다.

왜일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타벅스는 단순히 메뉴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그 메뉴를 고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한다. 바질, 토마토, 치즈는 하루를 감각적으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가볍고도 세련된 조합이다. 스타벅스는 그것을 “식사”가 아닌 “기분”으로 포지셔닝했다. “이걸 먹는 나는 오늘 하루를 무드 있게 보내려는 사람이야”라는 감정적 시그널을 설계한 셈이다.



가격이 아니라 무드를 사는 시대

예전엔 이런 말이 익숙했다. “베이글 하나에 6천 원? 너무 비싸.”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바뀌었다. “내 기분에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가격의 기준이 ‘배고픔’에서 ‘감정 소비’로 이동한 시대. 브랜드는 그걸 정확히 캐치했고, 제품 하나에 감도와 무드를 덧씌웠다. 스타벅스는 바질 페스토를 단순한 재료로 쓰지 않았다. 브랜드의 감도로 만들었다.



브랜딩은 결국, 감정 설계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판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파는 건 분위기, 온도, 음악, 여백, 선택지다.

그걸 먹는 순간, 그 베이글을 고른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 같고,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의미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 그건 음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만든 감정의 틀 덕분이다.

브랜딩은 제품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다. 제품을 통해 감정, 태도, 기분을 제안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바질 토마토 크림치즈 베이글로 ‘한 끼’가 아니라
‘하루를 감각적으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팔고 있다.



브랜드는 ‘제품이 좋다’가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내가 좋아 보인다’로 완성된다.

베이글 하나가 아니라, 그 베이글을 고르고 먹고 있는 ‘나의 모습’을 팔 수 있어야 그게 브랜드다.



스크린샷 2025-07-01 오후 4.27.01.png 모닝 리추얼, 아메리카노와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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