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는 늘 붙어다닌다
골프도 그렇고 우리 삶도 그렇고 미스샷은 셀 수 없이 많이 나온다.
MISS SHOT.
실수는 모든 스포츠에서 디폴트다. 레전드들도 실수를 하고 그 실수가 대업을 이루는 모멘텀이 되기도 하고
결정적인 패배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그런데 경기 중 실수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골프 프로 대회가 끝난 후 우승자에게 가장 잘 맞은 샷은 몇 개냐고 물어보면 보통 한 두개 정도라고 대답한다.
라운드를 통틀어 한 두개 정도의 굳샷이 있었고 대부분은 미스샷이었거나 Not bad의 샷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에게 미스샷은 경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크, 스카이볼, 다양한 슬라이스와 훅, 뒤땅, 탑핑 등 한 홀에서도 미스샷들의 향연이다. 그러나 당연한 상황이다.
미스샷도 골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도, 어떤 아마추어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샷이다.
다만, 프로들은 미스샷의 확률이 낮고 굳샷과 오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추어는 어떤가. 어느 날은 드라이버가 말썽이고, 어느 날은 퍼팅이 뒷목을 잡게 만든다. 그 미스샷들 하나하나가 그날의 스코어를 만들고, 때론 흐름을 바꿔 버린다.“골프는 굳샷을 늘리는 게임이 아니라, 미스샷을 줄이는 게임이다.”
어느 날엔가 버디 후 연속으로 보기를 하고 있었다. 미스샷이 매홀 이어자고 있던 상황.
가끔 동반라운드를 해주시는 시니어 투어 멤버이신 김기호 프로꼐서 이런 팁을 준 적이 있다.
“보기는 늘 붙어다닌다. 보기한 바로 다음 홀을 신경 써라"
스코어카드를 보면 정말 그렇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다가도, 보기 하나 나온 후부터 흐름이 이상하게 꼬인다. 잘 가다가 보기가 나오면 그 다음 홀 또는 이후 홀들에서 줄줄이 보기나 더블이 나오곤 한다. 흔들린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마치 한 번의 미스가 다음 홀까지 따라온다는 듯한 기분. 전홀에 보기를 했다면 다음 홀은 필사적으로 파 플레이를 해야 한다. 파 스코어가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보기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기를 하거나 더블을 했다는 건 미스샷이 한 두번 나왔다는 얘기다. 그것이 슬라이스 오비든 뒤땅이든 생크든 쓰리퍼팅이든 좋지 않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확률이 높다. 몸은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스코어를 만회해야한다는 강박이 나도 모르게 몸에 각인되기 시작한다. 버디 이후 다음 홀에서 오비를 내거나 미스샷을 내는 골퍼들을 많이 봤다. 마찬가지다. 내기값이 두둑하니 마음이 두둥실 떠있게 된다. 버디를 자주 하는 골퍼들은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서 평정심을 찾지만 가뭄에 콩 나듯 버디를 하는 골퍼는 십중팔구 미스샷이다. 이 경우에도 다음 홀은 무조건 파 플레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티박스에 서야 한다.
90점 이상의 샷을 하기 보다 60점 정도의 그러저럭 갔네 정도의 샷을 보내면 그만이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똑바로 보내야겠다는 무모한 목표 보다 페어웨이 어디쯤 또는 러프 어디쯤이면 된다는 마음이 긴장을 줄여준다. 아이언 세컨샷 또는 웨지 세컨샷도 핀을 보되 온그린 되면 좋다는 전략이 그날 라운드의 전체적인 흐름을 좋게 몰아갈 수 있다. 스스로를 너무 타이트하게 몰아세울 필요가 없다.
마음이 흔들린 골퍼에게 드라이버는 멀리 보내는 클럽이 아니다. 아이언은 먹줄 치는 클럽이 아니다.
티샷은 살아있으면 좋고, 아이언은 온그린이 안되도 그린 근처에 있으면 좋고, 퍼팅은 쓰리퍼팅을 최대한 줄이자의 마음가짐으로 라운드를 해야 한다. 프로들의 라운드 전략을 배우고 따라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건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을 때의 경우다. 보기 스코어가 나오면 흐름을 거기서 끊으려고 해야 한다. 나만의 라운드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보기나 더블보기(실수)가 나오면 다음 홀에선 지르지 말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좋다. 흐름을 다시 가져오자는 것이다. 그래도 골프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도저도 안될 땐 즐겁게 산과 들을 보며 눈 호강하면 된다.
미스샷은 몸 보다 마음이 앞서서 나오는 것이다.
오늘은 미스샷을 하나도 안 치겠다는 마음보다,
오늘은 하나만이라도 덜 치겠다는 마음이 실전에 먹히는 전략이다.
그게 골프고,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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