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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철 Aug 28. 2017

헤르미온느의 타임 터너 (MOOC의 활용 사례)

안현성, 박정철

필자는 필자의 학생들을 상대로 "HTTP"라는 방식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 것은 Hermione’s time turner project의 약자로서 필자가 만든 개념이다.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는 헤르미온느가 마법의 목걸이 타임 터너 (time turner)를 이용하여 시간을 되감는 장면들이 나온다. 사실 헤르미온느야 말로 자타가 인정하는 공부의 아이콘이 아니던가. 그녀는 남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한 학기에 듣기 위해서 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시간을 되감아 다른 수업을 듣고 다시 시간을 되감아 또 다른 수업을 듣는 식으로 남보다 두 세배의 수업을 소화한다. 물론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해서 목걸이를 다시 뺏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헤르미온느가 타임 터너를 사용해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

지난 10년간 교직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대하고, 기타 외부 교육 현장에서도 많은 강의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수강생을 만나 보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학생들은 참 다양한 종류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그리고 그 들 중 분명 몇 퍼센트의 소수는 항상 남보다 두 배 세 배의 공부 욕심이 더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 속의 헤르미온느가 아닌

우리 곁의 혜림이 언니 라고나 할까?


이들 열정적인 교습자들은 교육자들이 제공하는 수업에 기본적으로 최선을 다해 따라오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부가적으로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강력한 학구열을 가지고 있다. 사실 더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를 준다면 실제로 이들은 그 부가적 과업들을 실제로 멋지게 수행해 내는 놀라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 한 바 있다. 필자는 이에 주목하였다.


교실 전체를 대상으로 끌고 나가야 할 진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도 소수의 부가적인 학습열에 대한 요구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어떻게 맞춤화 된 (customized) 교육을 1 대 다수의 교실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한번 상상해 보자. 필자처럼 치의학을 가르치는 이들이라면 치과에서의 응급상황에 대한 수업을 하다 좀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응급의학에 대해 좀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병원 경영에 대해서 경영학자의 관점에서 배워볼 경험도 가능할 것이다.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 수업 중에 화약의 발명과 전파에 관한 부가적인 교육도 가능할 것이며, 화산의 발생에 관한 과학 수업 중에 폼페이의 화산 폭발에 관한 역사 교육으로 파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확장하여 헤르미온느 수준의 지적 열망을 가진 학생들에게 해부학, 역사, 심리학 등등 다양한 과목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사실 시간적, 물리적, 공간적 모든 면에서 이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자의 지식의 한계도 있고 이를 따로 가르칠 시간도 없다. 또한 수십명의 학생들이 가지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한명 한명 피드백을 주고 코칭과 조언을 해줄 수도 없다. 게다가 학생들 입장에서는 필수 교과목이 아닌 부가적인 학습 상황이므로 그 성과와 진도에 관해 평가를 해 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가적 학습 후에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 (assessment)를 통해 부족한 부분과 잘 된 부분,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상담 또한 불가하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도입해 볼 수 있는 것이 HTTP라 생각되었다. 마치 헤르미온느가 타임 터너 목걸이를 이용해서 남들보다 몇 개의 과목을 더 듣는 것처럼 마법과도 같은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수업을 듣고 평가를 받고 이에 대한 인증 또한 받는다는 것이다. 타임 터너의 비밀은 바로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를 이용하는 것이다.


무크 (MOOC)는 흔히 알려지기로는 MIT 대학이 2002년 오픈 코스웨어 (Open courseware, OCW)라 해서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들어야 할 수업을 외부에 무상으로 공개했던 것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T 대학의 인기 있는 수업 하나의 내용을 그대로 외부인들도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 동영상 강의로 제공을 했을 때 대중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전공자이건, 비전공자이건 이러한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OCW는 MOOC와는 달리 일방적인 교육 방식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교육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쌍방향 MOOC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컴퓨터 공학과 교수인 Andrew Ng 교수와 Sabastian Thurn 교수가 각기 코세라 (Coursera)유다시티 (Udacity)를 만들었고 다시 MIT와 하버드 대학이 조인트 벤처의 형태로 에드엑스 (EdX)를 설립하였다. 현재 MOOC의 3대 업체로 성장한 이들 업체들은 전세계 유수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 코스의 형태로 만들어 전세계 누구나 언제 어디서 수업을 듣고 수료할 수 있도록 꾸며주었다. 모든 수업들은 기본적으로 무료이지만 일부 유료 수업들은 수업 종료 후 개설 학교의 직인이 찍힌 수료증을 발급해 주고 이 것이 실제 이력서에서도 정식 이력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여기서 잠깐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자 [1]


MOOC라는 용어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대학교의 Dave Cormier가 2008년에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같은  해  ‘Connectivism and  Connective Knowledge / 2008’ (CCK8)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마니토바  대학에서  ‘MOOC’ 수업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시도를 최초로 하였으며, 페이스북, 블로그, 포럼 등의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이  참가하였다. 당시 2,200명 가량이 가입하였고 170명이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2012년  Sebastian Thrun교수와 Peter Norvig 교수는  ‘인공 지능 소개’ 강의를  무료  온라인으로 제공하였는데 190개국 160,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등록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방대한(Massive) MOOC 코스의 막이 올랐다. 이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영감을  얻은  두  교수는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하였고 같은 해 코세라(Coursera)와  에드엑스(Edx)가 등장하였다.


실제 필자는 필자의 학생들에게 MOOC를 통해서 필자의 수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의료인으로서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만한 수업을 추천하였고, 이를 완료하기를 권장하였다. 안타까운 점은, 이 과정에서 이 과목들을 수강한 학생들에게 학점 가산점을 준다고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취지와는 달리 단순히 학점 취득을 위한 목적으로 이를 대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점은 분명 잘 고려하여 시스템 적으로 잘 대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여하튼 그 이후에도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평소 관심이 있는 과목을 위주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수업을 듣기도 했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몇몇 학생들이 유명 대학의 직인이 찍힌 수료증을 받아 액자로 만들어 두기 위해 수업을 신청하는 일까지 발생하였음을 목격하였다.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어찌되었건 꿀을 발라도 책을 볼까 말까 한 학생들이 학생들이 스스로의 동기 부여에 의해 남들 보다 더 많이 부가적인 학습을 하게되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MOOC는 과목의 특성 상 대학교와 같은 고등 교육에 아무래도 집중되어 있다. 이에 초, 중, 고교 수준의 교육에서는 이러한 HTTP를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2006년에 또 다른 형태의 MOOC가 등장을 하였다. 바로 칸 아카데미 (Khan Aademy)이다.

ko.khanacademy.org 에서는 한글화된 수업도 무료로 누릴 수 있다.

이 온라인 학교의 설립자 살만 칸은 원래 MIT에서 수학, 전기공학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던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헤지펀드 매니저'였는데 워낙 숫자에 밝아서 였는지 원거리에 있는 어린 사촌에게 수학 과외를 해야 할 일이 생겼다고 한다. 결국은 원격 화상 수업을 통해 동영상으로 수학을 가르치게 되어서 그 내용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얼마 뒤 놀라운 일이 생겼다고 한다. 전세계 어딘가에서부터 ‘동영상을 잘 보고 있어요 고마워요.’ ‘우리 아이가 이 동영상을 보고 수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등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조카들을 위해서 만든 수학 과외 동영상에 전세계의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러한 방식의 교육이 가진 가능성에 열광하게 된다.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비영리 단체인 칸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구글 프로젝트 '세상을 변화시킬 다섯 가지 아이디어'에 선정되었다 [2]. 또한 Windows의 전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자녀들이 칸 아카데미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 것이야 말로 미래의 교실 모습이라고 생각하여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발전 과정을 거쳐 칸 아카데미는 이제 완전히 전세계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양질의 교육의 대표선수가 되었고 이제는 역사, 문학, 과학까지 가르치게 되었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들이 영어로 되어 있지만 전세계에의 인증 받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통해서 한글화 작업이 상당수 진행되었다고 하고 실제로 국내에서도 많은 교육자들이 이를 적용하여 놀라운 성과를 얻고 있다고 하신다.


칸아카데미를 정규수업과 병행하신 사례는 한국 칸 아카데미 전문가이신 대구 하빈초등학교의 신민철 선생님의 블로그 '신쌤의 좌충우돌 스마트한 교육 일기'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3]. 공부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헤르미온느들이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TED-ED 같은 사이트에서도 좋은 교육 자료들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어 사실  눈을 돌려 주변을 잘 쳐다보면  HTTP를 적용 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실 것이다.

영감을 주는 좋은 강의들로 가득찬 TED에서도 교육에 특화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미래의 헤르미온느들로 하여금 남들보다 배로 힘든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지치지 않도록 늘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 해법을 필자가 겪었던 미군부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속해 있던 부대의 지휘관은 부대원들의 군기가 빠지거나 무언가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가 생기면 "Drop and give me 30!" 를 외치며 "엎드려 뻗치고 푸쉬업 30개!"를 외치곤 하였다. 이런 얼차례는 군대가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필자의 지휘관은 그렇게 외친 뒤에 자신도 같이 엎드려서 푸쉬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더 빠르고 더 완벽한 자세로. 일방적 얼차례가 될 수 있었지만 그 순간 필자와 함께 엎드려 우리를 압도하는 능력으로 동일하게 푸쉬업을 하는 그의 리더십은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를 압도했으며 체벌을 받았다는 부정적인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저런 모습의 리더가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공부 하라고 수도 없이 외치지만 정작 자신은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교육자들의 경우에는 학생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학생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공부를 하면서 실제로 학생들에게도 공부 하라고 권하는 모습 앞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불평할 수 없으며 자연스레 그 모습을 본 받게 되지 않을까.


Great teachers are great learners.


일단 좋은 교육자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학생이 되어야 한다.


필자 역시 HTTP 기간 중에 학생들과 동일하게 9주짜리 교육 코스를 듣고 수료를 받았다. 아마도 학생들 역시 부가적인 공부를 권했던 필자 역시 부가적인 공부를 하는 모습에 큰 불만은 없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물론 이 후에도 필자는 계속적으로 Coursera와 Udemy를 통해 공부하고 성과를 얻고 있다. 학생들 공부시키려다 오히려 이 재미에 푹 빠져버린 셈이다.  

전세계 치과대학 순위 1위를 차지한 홍콩대학의 임플란트 코스 수료증이다.

헤르미온느와 같은 공부 매니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교육 컨텐츠들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또한 반대로 학습 흥미를 느끼지 못 하는 학생들을 위한 솔루션들도 만만치 않게 나와 있다. 지난 회에 언급한 게이미피케이션이 그 좋은 예이다. 이제 교육자들의 편에서 다양한 ICT 도구들이 백업을 해주고 있다. 다음 회에는 영화 "300" 을 소재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참고문헌

[1] http://moocnewsandreviews.com/a-short-history-of-moocs-and-distance-learning/

[2]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0/09/25/0303000000AKR20100925048500009.HTML

[3] 신쌤의 좌충우돌 스마트한 교단 일기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james1920

[4] TED-ED https://ed.t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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