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추운 겨울 날 반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늘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라고 하셨지만 반 아이들은 시키는대로 하면서도 춥다고 투정을 부렸다. 나는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다지 답답하다고 느끼지는 않았기에 '아, 구지 추운데 창문을 열어야하나.'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몇 년전부턴가 답답함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조금만 답답해지려 하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거나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 어릴 때는 느끼지 못하던 답답함이기에 어느날부턴가 변한 내 자신이 의문스러워졌다.
어쩌면 어른이 되면 답답함을 더 잘 느끼는걸까.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매일 교실에 들어오면서 창문을 열라고 말씀하셨나. 지금 생각해보면 답답함의 원인은 참으로 여러가지다.
실내에 오래 있어서 답답하고, 일이 마음처럼 안돼서 답답하고, 걱정이 있어서 답답하고, 누군가를 미워해서 답답하고, 누군가 나를 미워해서 답답하고, 점심에 먹은 음식이 얹혀서 답답하고, 사람들이 너무 북적여서 답답하고, 너무 오래 혼자 있어 외로워도 답답하다. 조금 더 시간을 들인다면 답답함을 유발하는 원인들은 아마도 위의 열거한 것에 55배정도쯤 더 많이 발견될 수도 있다.
답답함의 이유가 이토록 다양하기에 선생님께서는 단지 공기가 탁하다는 이유만으로 창문을 열라고 하신건 아닐거 같다. 물론 교실 문을 열면 교실의 공기가 탁해서 숨이 막히셨을 때도 많았겠지만...(죄송)
아무튼, 당시 환기를 시켜야만 했던 수많은 답답한 이유들이 있었을거라고,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짐작해본다. 그 때 어른들은 환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환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