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the Company Thinks #3
성공적인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는 아무것도 없던 토양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자라나는 것을 봐왔다. 이제는 익숙해진 플랫폼들, 물류, 핀테크, 커머스 등 기업들 중에서 불과 10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많다.
분명 유사한 아이디어들도 많았고 이들이 가장 선구자도 아니었을 텐데 왜 이들의 서비스는 우리의 삶 속에 안착하게 되었을까.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매크로 경제와 기술의 진보와 같은 운과 시대적적인 요소도 작용했겠지만 성공한 제품들에는 하나의 주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집착'이다.
남녀관계에서 집착은 안 좋은 버릇이겠지만 품질에 대한 집착은 얘기가 다르다. 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대중들이 이용하게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이 과정에서 허들에 부딪치면 적당히 회사의 가용 자원과 타협하고 결국은 별 특별할 게 없는 제품으로 남고 만다.
그런데 야속하지만 마치 변곡점처럼 이 지점을 넘어야 훌륭한 서비스가 된다. 그리고 이 변곡점을 넘으려면 보통의 접근과는 다른 광기 어린 집요함이 필요하다. 마치 스토커처럼 제품을 쓸 고객들을 매일 같이 관찰하고 추적하며 상상해야 성공적인 제품이 탄생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앱서비스든 중고거래든 채팅이든 대중적으로 쓰이는 서비스들은 모두 이 과정을 끊임없이 거쳤다. 지금도 쓸만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만큼 해야 비로소 기존과는 다른 영특한 제품이 출시된다.
그래서 성공한 제품을 만든 회사의 임직원들은 공통적으로 고객에 목말라한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 만나고 싶어 하고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한다. 마치 고객이 먹잇감인양 달려들어 붙잡고 물어보니 오히려 고객이 부담스러워할 정도다. 고객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스스로를 고객에 빙의해 몇 날 며칠을 제품을 착용하고 서비스를 써본다. 정말 스토킹에 버금가는 대단한 집착 아닌가.
반면 잘 기억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보통 회사에서는 어려운 과제에 봉착했을 때 주로 이런 얘기들이 공통적으로 오간다.
"지금 우리가 그걸 하기에는 사람이 부족합니다."
"더 중요한 일도 많은데 이 정도로 마무리하면 안 될까요?"
"기존에 쓰던 게 있어서 아직 (우리 제품을) 안 써 봤는데 다음 달에 꼭 써보겠습니다."
"저는 제품개발팀이 아니라서 제 일에 열중하려고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자기 제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없고서는 좋은 제품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을 영업을 못해서, 마케팅 예산이 적어서, 경쟁사가 너무 강력해서 등등등으로 돌리고 만다.
한 번은 입사 6개월이 지난 제품개발 팀장에게 우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비교해 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 사용을 안 해 봤다는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팀장은 한 달 후에도 같은 대답이었고 결국 우리는 그를 버스에서 내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는 직원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때 회사의 비용으로 전액 지원하고 있었는데, 제품개발팀장이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는 건 앞으로 훌륭한 제품을 기대하기는 힘들겠다는 명확한 반증이었다.
회사의 성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스타트업이 척박한 토양을 딛고 스스로 일어서려면 성장에 대한 강력한 집착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들도 위기가 닥치면 쓰러지는 마당에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의 반열에라도 서려면 얼마나 강한 추진력이 있어야 할까 상상을 해보자.
보통 창업자들은 태생적으로 성장에 대한 집착이 있다. 그런 창업자들이 회사를 성장시키려면 마찬가지로 같은 집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곁에 많이 두어야 한다. 그래야 동일한 관점에서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늘 성장이나 제품의 품질보다 다른 것들을 우선하여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의 입장이 창업자와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왜 악착같이 일해야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의 제품을 위해서 밤을 새우는 노력을 한다면 그 제품은 예외 없이 그 사람 것이 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
회사에서 내 공로를 인정 안 해준다 해도 직접 나가서 다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A to Z를 모두 직접 해본 사람은 그 정도의 배짱과 포부는 저절로 갖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내 인생을 살면서 내 것을 갖고 내 업적을 기록하고 싶어 하지 않나. 어디에 소속되든 나의 것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집착스럽게 성공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스스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Make things done."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이런 각오를 되새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집요함과 집착도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멋들어진 전략과 논리적인 설명보다 일을 되게 하는 것이 제품의 성공은 물론 인생의 성공에 있어서도 가장 필요한 자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