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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업가 정담 Sep 18. 2024

현역 대표가 알려주는 면접꿀팁

What the Company Thinks #6

지금까지 300 명 정도의 인터뷰(면접)를 진행한 것 같다.


직접 인터뷰를 보고 채용한 인원이 100명이 좀 넘으니 얼추 맞을 듯하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인터뷰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대표로서 의사결정을 내린 횟수가 300번이면 충분히 근거가 될 수 있는 수치이지 않을까 싶다.


300번의 사례를 통해 채용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지원자들을 보아왔다. 대부분 경력직이었고 그들의 경력이 포트폴리오로 제출되더라도 상당 부분 면접 자리에서 얻게 되는 정보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은 다르고 용모단정 등 기본적인 사항은 채용사이트에도 많은 정보가 있으니 현역 대표자가 줄 수 있는 도움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또한 전문경영인이나 임원을 채용하는 것도 배제하고 한창 실무로 일할 우리 팀장, 팀원분들을 위한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원자들이 생각하는 경쟁력 있는 자신의 모습과 회사에서 판단하는 포인트는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는 데까지는 나의 경우 인터뷰 시작 후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150분이 걸려도 설명이 부족할 만큼 뛰어난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15분이면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면접관이자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보는 팁이다.




나도 이십 대 시절 구직자로서 열심히 면접을 다녔는데 이에 대한 독특한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마케팅 인턴을 지원했을 당시였는데 사실 너무 긴장해서 뭐라고 답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영어 인터뷰에서 영어가 너무 서툴렀던 나머지 외계어를 횡설수설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수년이 지나고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멘토를 만나서 그때 나를 왜 뽑았었는지 여쭤보자, 예상 못 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 그때 네가 영어를 제일 잘해서."



신입행원 공채 지원을 했을 때의 경험이다. 은행은 보수적인 조직이라 면접도 엄격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넥타이를 바짝 맨 5명의 청년들이 나란히 각 잡고 앉았고 질문은 한 명 한 명 순서대로 이뤄졌다.


"우리나라 경제와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세요."

"금리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역시 경제 관련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내 차례가 왔고 나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지원자께서는 다른 분들과 다르게 왜 안경을 안 쓰시나요?"

"지원자께서는 주말에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내가 안경을 쓰지 않았음과 주말에 뭘 하는지가 당최 은행업무와 무슨 관련이... 나는 은행원으로서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렌즈를 착용했다고 답했고, 주말에는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늘 새로운 장소에 가본다고 답했다. 결과는 또 합격이었다.



나의 예상과 면접관의 결정이 전혀 달랐던 사례로 내 경험을 가져와 보았다. 도대체 당시 면접관들은 무슨 생각을 했길래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고 또 날 합격시켰을까? 당시에는 나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직접 사람을 채용하기 전까지는.




첫 아이컨택과 첫 말 한마디로 30%가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최초'의 힘에 대해서 많이 간과한다.


처음 나를 보았을 때 나의 모습, 처음 내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나의 말과 제스처, 행동, 목소리톤으로 이미 나에 대한 이미지가 70% 이상 형성된다.


'면접 시간이 1시간이니까 1시간 동안 열심히 얘기해야지'가 아니라, 처음 15초와 처음 15분으로 나머지가 모두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는 처음 입력된 정보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처음 입력된 정보를 뒤집으려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정보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 정보가 훨씬 크다. 예를 들면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받게 되는 첫 질문은 가벼운 것일 것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하거나, 아니면 오는 길이 막히지 않았냐는 등.


중요한 건 답변의 내용이 아니다. 처음으로 지원자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의 톤, 빠르기, 어조와 아이컨택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적절한 답변의 길이, 앉은 자세에서 느껴지는 애티튜드 등의 정보들은 매우 강렬하게 면접관의 오감을 자극하며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빅데이터로서 면접관이 그날까지 살면서 습득한 인재정보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매칭작업이 면접관의 뇌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이렇게 처음 형성된 이미지를 면접 중간에 바꾸기에는 더 많은 인풋이 필요하다.


이때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어느 정도 이미지가 형성된 이후에는 처음 형성한 이미지가 맞는지를 검증하는 질문들로 채워진다는 사실이다.



면접관은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지가 듣고 싶다.

모든 회사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


해봤다는 것과 잘했다는 것은 많이 다르다. 해당 포지션에 지원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항상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된다. 내가 어떻게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저들보다 뛰어난지를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 '영업 지원 업무 수행'이라고 적었다면 면접관은 영업 지원 업무를 어떻게 했다는 건지를 반드시 물어볼 것이다. 답변 A, B를 보자.


답변 A) 저는 영업지원팀에서 일하면서 영업직들이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제안서와 자료 정리 일을 했었습니다. 제안서는 ppt와 구글 슬라이드로 주로 작업했고 이 외에도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CRM 툴을 이용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켓 리서치도 주기적으로 수행하면서 경쟁사들의 정보를 취합하였습니다.


답변 B) 제안서 작성과 CRM, 마켓 리서치가 저의 주요 업무였습니다.

제안서는 ppt와 구글 슬라이드로 주로 작업했는데, 30 페이지를 넘기지 않게 작성했고 항상 헤드 타이틀을 강조했습니다. 영업 상대방이 여러 제안서를 검토함에 있어서 30페이지가 넘어가면 주의력이 분산될 수 있고 헤드타이틀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CRM 툴을 체계화시켰습니다. 우선 영업직의 도움을 받아 영업 성사 가능성을 ABC로 분류했습니다. 순위가 높은 고객일수록 컨택 주기가 일주일이 넘어가지 않게 알람을 설정했었고요. 고객들이 남긴 코멘트 중에 해결되지 않은 부분은 3 영업일 안에 반드시 회신할 수 있도록 했었습니다. CRM 관리방식을 바꾼 이후로 영업 성사율이 15% 이상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리서치는 주로 경쟁사 동향을 취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뉴스피드를 설정하여 매일 아침 키워드로 기사를 스크랩해서 핵심을 영업직들과 공유했습니다. 서비스 변화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 모니터링 도구를 사용하여 경쟁사들의 홈페이지가 새롭게 바뀔 때마다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한 번은 경쟁 제품이 30% 이상 프로모션되면서 점유율을 순식간에 빼앗길 뻔했는데 홈페이지 프로모션 배너의 변경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 판매량을 오히려 20% 증가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비교하다 보니 답변이 조금 길어졌지만 모든 면접관이 B를 채용할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답변 A를 들었을 때 이 사람이 무슨 일의 종류를 수행했고 오피스툴을 사용할 줄 아는구나 정도를 알 수 있는 반면, 답변 B를 들었을 때는


1) 핵심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고,

2) 영업 활동의 효율성을 높여 본 경험이 있으며,

3) 업무에서 정량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고,

4) IT툴을 업무에 활용하는 것에 능하다


는 여러 능력치에 대한 정보가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면접관에게 입수된다.



본인이 각 잡고 하지 않은 일을 이력서에 쓰지 말자.

경력직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본인이 수행한 업무보다 더 크게 부풀려서 이력서에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 나는 인터뷰 때 T자형 접근을 많이 쓰는데, 지원자의 경력과 지원사유, 커리어의 목표, 등을 1차원적으로 파악하고 이 중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파고 들어서 매우 구체적으로 숫자까지 물어본다.


본인이 하드캐리하며 수행한 업무면 목표치와 달성률과 같은 숫자들을 곁들여서 매우 구체적인 답변을 한다. 그러나 본인이 수행하지 않았거나 팀의 성과인데 본인의 성과로 부풀려 이야기한 경우 구체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이런 경우 답변이 지나치게 짧거나, 부족한 구체성을 채우기 위해 상관없는 이야기를 자꾸 끌어와서 답변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영업직 인터뷰에서는 담당 고객의 특징과 허들이 무엇이었는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반드시 물어본다. 진짜배기는 당시 어려움이 기억이라도 난다는 듯이 표정부터 찡그리기 시작하고, 고객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가격전략을 변경하고 본사 승인이 특히 어려웠지만 결국은 목표를 200% 이상 달성했다는 둥 생생한 영웅담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허당은 어떻게 영업을 성사시켰는지 물어보면 구체성이 결여된 교과서적인 답변을 한다. '저희 제품의 핵심 포인트를 강조하였고 항상 자신감 있게 고객들을 대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예전엔 잘 팔리던 상품이 아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어쩌고저쩌고'. 그럼 나는 면접 메모란에 이렇게 적는다.


'지원자 해당 업무 경험 없음(그런데 했다고 적었음)'



슬기로운 질문 하나가 열 답변보다 낫다.

지원자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도 지원자에 대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준다.


대부분 회사의 질문이 먼저 끝나면 지원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 그런데 대부분의 지원자가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듯하다. 회사에게 질문을 하라는 건 지금까지는 회사가 짜놓은 틀에 맞춰서 답변을 하는 숨 가쁜 랠리를 진행했다면, 이제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시원하게 마음대로 스매싱 한방 넣으라는 거다.


이 마지막 기회를 잘 살리는 지원자는 전체 지원자들의 약 20% 정도 된다. 80%가 하는 대부분의 답답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1) 저.. 출퇴근 시간과 복지는 어떻게 되나요? 야근은 많나요?

2) 저의 팀 동료는 몇 명인가요?

3) 업무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질문(제품 판매 순위가 어떻게 되나요?)

4) 자료를 많이 찾아봐서 딱히 질문할 게 없습니다.


물론 이런 거 진짜로 궁금할 수 있고 질문해도 된다. 단, 정보획득을 위해서라면 인터뷰 자리가 아니라 나중에 HR에게 따로 물어보면 된다. 위에서 강조한 것처럼 인터뷰 자리는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 당신에 대한 정보가 되는 자리다.


귀중한 질문 시간에 출퇴근 시간과 복지를 물어보면 회사의 비전이나 자신의 성장보다 근무조건에 따라서만 회사를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정보가 입수된다. 팀 동료가 몇 명이냐는 질문 안에는 업무 자체보다 팀 내 역학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인상을 준다. 업무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질문은 입사 후에 해도 된다. 즉,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본인의 입사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없는 사람은 Q&A 랠리에서 정말 진한 문답을 주고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냥 회사가 어떤 회산지 구경하기 위해서 지나가다 들른 듯한 인상이다.


질문 시간은 다시 강조하지만 매우 매우 중요하다. 인터뷰 자리는 지원자 입장에서도 회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는 기회 아닌가? 슬기로운 질문은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지원자에게 이직이란 또 일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알게 해 준다.


정답은 없지만, 마지막 질문에 뽑아야겠다고 생각한 케이스들은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비전이 xxx라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회사는 이 비전을 위해서 어떤 성취를 해 왔고 앞으로 3년 간은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2) 제가 파악하기로는 회사의 제품은 이런 한계점이 있고 시장에서는 이러이러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회사는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고 최근의 성과는 어떤가요?


3)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내에서 뛰어난 인재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지며 개인이 회사 내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제도나 문화적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전 회사를 욕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

퇴사사유에서 자기가 다니던 회사를 욕하는 경우는 한 50%쯤 된다.


물론 본인의 행동을 결정지은 원인을 회사나 그의 상사로 돌리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개인의 주관이라는 것이 있고 객관적인 팩트가 존재한다. 그러니 항상 연애상담은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맞고, 법정도 피고와 원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퇴사사유를 이야기할 때 회사와 상사가 불합리했고(자신은 항상 합리적이었고), 신뢰를 저버렸다고(자신은 항상 신뢰를 지켜왔는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더 나아가서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안 좋게 변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퇴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해한다. 분명 불만족스러웠으니 지금 이 자리에 면접을 보러 오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당신이 지금 이야기하는 대상도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회사고, 이전 회사를 욕하면서 나왔다고 하면 우리 회사도 욕하면서 나갈 수 있겠네라고 자연스러운 오마주가 형성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퇴사 사유에 있어 이전 회사나 상사를 일방적으로 안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 회사의 경영진이나 당신의 상사는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군.'


나의 퇴사사유가 내 관점인 것도 당연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자리에서 이전 회사를 폄하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실제로 그게 팩트였을지라도 지원자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회사의 철학이나 방향과 나의 것은 달랐음을 이치에 맞게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전 회사의 철학과 방향도 분명 일리가 있다고 존중하는 것이 그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가 언젠가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서로 존중하며 헤어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할말이 많은가 글이 길어졌다. 사실 이 외에도 많은데 너무 '팁'만 적는 것 같아서 스스로 겸연쩍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신 역량보다 유독 면접 자리에서 작아지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때 쓰였으면 하는 팁들에 해당된다. 사실 이런 팁들보다 본인이 가진 역량과 만들어온 경험, 그리고 솔직하고 자신감있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모두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지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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