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흘러가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0과 100 사이 어디 즈음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체크하는
나의 비루함은 부끄럽지만 숙연하기도 하여
노을을 머금은 저녁볕 구름 같았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다
석양을 삼키는 순간 밤이 되어버린 찰나에도
나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늦은 것이다.
손가락 끝 마디마디가 움직이지 않는다
한 줌 모래조차 잡지 못한 무기력함까지 닿고 나서야
마음의 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열을 안고 타닥거리던 땔감과
더 이상 타지 못하는 재 사이에는
분명한 시차가 존재하므로
불이 채 오르기 전에 찬물을 끼얹어 꺼 본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은 꺼졌으나
이제는 완전히 마른나무로는
돌아갈 수 없는 애매한 땔감이 되어 버렸다
땔감도 나만큼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움은 주제넘은 행위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안타까움은
나의 마음이 편하기 위한 요식행위일 경우가 많다
마음은 이내 욕심과 마주한다
감사하게도, 한 줌 집어먹은 견과류처럼
딱딱하지만 고소한 흔적이 입안에 머물러
깨어날 수 있었다
깨어날 날과 잠든 날에 경계를 지어보는 것은
대단한 의미일랑 없겠으나
평온함을 바라는 것에 특별함이 있다
그저 그런 일들에서 특별함을 솎아내다가
겹겹이 쌓인 의미들에 압도당해
쉽사리 역행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 순간들의 자책이 모여
이제 덜 자책하는 뻔뻔함을 배웠음을 고백한다
고백의 말을 내뱉기 위해 끝없이 읊조렸을 단어와
삭힌 감정들이 스쳐간다
끝도 없이 스쳐 흐르다 보면
언젠가 큰 돌덩이에 막혀 축적되고
엉겨 붙어 웅덩이를 보듬을 것이다
웅덩이가 되자
면면이 살피는 시선 하나하나로
목마른 이에게 목을 축일 수 있는 웅덩이가 되자
물이 넘칠 즈음엔
유리병에 편지를 담아 보내듯 하나 둘 흘려보내자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시답잖은 농담과 웃음소리로
기어코 환희를 밝혀내던 우리의 순간들은
표지 사진: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