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거리에서

by 정이든

생각이 복잡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유쾌한 하루였고 오래 묵혀둔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다만 자차로 퇴근하는 시내길이 유난히 막혔을 뿐이다


생각이 복잡했다

아니, 마음이 복잡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과 마음은 내 안에 존속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일련의 유사성을 갖지만

무엇이 무엇을 선행하는지 알기 어렵다


둘은 매번 비슷한 속도로 내 주변을 휭휭거리며

회전하고 있다

서로의 당김을 굳이 모른 척 한 채

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공전하는 위성,

위성 같다


사거리에 신호가 걸려 멈췄다

네 모퉁이와 대각선까지, 6개의 횡단보도를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건너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시선들

그 시선들이

우연적으로 등장하여 필연적으로 반복되지 않을

순간의 복잡함을 구축하고 있다


2분이 채 안 되는 신호가 갑갑했을까

아니면 내 마음도 덩달아 인파에 휩쓸리고 싶었음일까

운전석 창문을 끝까지 열고 팔을 꺼내 턱을 기댄다


거리의 소음들이 맞물려 하나의 음정으로 수렴한다

곧 파란불이 켜질 것이다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심호흡 한번 할 순간에 불과하다

경적에 쫓겨 바퀴가 구르면

거리에 남기지 못한 아쉬움을 두고 떠나야만 한다


알면서도 단박에 출발하지 못함은

턱을 괸 내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라 둘러대 본다

사실은

분주히 도망가던 생각을 마음이 움켜잡은 덕분이면서


고개를 들어 빌딩과 가로수 사이 먼 하늘을 바라본다

보통의 사거리 곁에서 유난히 붉어진 하늘이 경외롭다


심호흡을 할 것이다

그러면 마음을 남겨두고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