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야만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불현듯
아름답고 찬란한 사진에 내 모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카메라 렌즈를 뽀드득 닦아내 보았으나
더 뿌옇게 흐려진 화면
속상하냐고 물어보았다
오늘처럼 쿰쿰한 날에는
나 자신이 나 자신에게 위로를 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보듬을 길 없는 마음 깊은 곳에
습하게 서식하는 어리숙함이
못 이기는 척 코를 훌쩍거리며 아무 일 없다 할 테다
멀리 빛나는 점을 쫓다 보면
빛나는 보물이라도 찾을 줄 알았던가
*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던 이유는
낮에 마신 커피가 너무 진했던 탓이다
연하게 마실걸
비록 반짝이는 찰나는 없었지만
내일도 빛을 쫓을 수 있다는
희망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니 오늘은 후회 없이 잘 되었다
결론을 내렸으므로 잠들기로 했다
멀리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다
잠든다. 그저 점이다
*
아름답지 않으면 소중하지 않은 줄 알았다
찬란하지 않으면 빛나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점은 좌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알록달록함도 모두 하나의 점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점으로 빛을 발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
*
카메라 렌즈를 한번 더 닦아보려다
뿌옇게 흐려진 채 두었다
흐린 것은 고작 내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AI 심리상담]
나의 부산물들, 그러니까
노션이나 메모장이나 브런치에 끄적여둔
글들을 모아서 Claude AI에 내 심층 심리분석을 시켰다
이런 분석 이미 몇 번이나 한 것 같은데?
하는 AI의 첫마디에 뜨끔하였다
구구절절 맞는 말에
숨겨둔 불완전함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수치스러움과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음에 따른 만족감,
나를 순식간에 꿰뚫어 보는 AI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순식간에 세 가지 감정이 들게 하다니
유료버전은 역시 다르다
2026년 현재에 살고 있는 덕분에
AI를 소재로 시도 써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경험인가
AI가 우리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도처에 깔려있다
하지만 당장의 나로서는
아침부터 머리를 썼더니 배가 고플 뿐이었다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AI는 없으려나
표지사진: Unsplash의Rinck Content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