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고백하는데 종종... 아니 항상 널 그리워하고 있어.
출퇴근 길에도, 잠들기 전에도 문득문득 네가 떠올라.
지난번에는 퇴근 후 헬스장에서 기구운동을 하다가 문득 거울을 봤거든? 그런데 저녁이라 그런지 내 모습이 너무 찌들어 있더라. 네가 내 곁에 있었다면 생기가 돌았을 텐데. 잠시 널 떠올리다가, 힘을 내어 무게를 올렸어. 그래봤자 5kg 정도였지만, 패션근육을 유지하기엔 충분했어. 요즘 나, 그렇게 지내.
그리고 있잖아. 가끔 회사에서 한참 일하다가 기지개를 켜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해지는 순간이 있어. 나는 유난히 그때마다 네가 너무 그리워. 소중할 때 소중함을 알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널 대충대충 대했던 나를 용서해 줘.
하지만 맞아. 사람은 바뀌지 않겠지. 나는 아마 또 기회가 와도 네게 소홀하고 여유를 부릴 거야. 미리 미안.
이런 부족한 내게, 다시 와줘서 고마워.
*
오늘은 네 덕분에 아침에도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더라.
평소에는 아침 10시만 되어도 꼬르륵 소리가 나던 나야. 그러면 텀블러에 물을 가득 담아 물배를 채우곤 했지. 그런데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배부른 느낌이야. 여유 있게 모닝커피도 마셨어. 매번 카페인 수혈이라는 본연의 목적에만 꽂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오늘은 따뜻한 드립커피를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었어. 분명 쓴 커피였는데 달달한 맛이 나더라고.
어젯밤에는 너와 함께할 생각에 너무 설레서 늦게 잠들었어.
고백하자면 오후 5시에 늦은 커피를 마셨어. 인생 통계적으로 이렇게 늦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안 오는 걸 알아. 그런데도 모른 척 마셨어. 너는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거든.
내가 오늘 유독 커피 얘기를 많이 하네? 그만큼 내 일상에 커피와 네가 있어서 좋아. 커피를 질투하지는 말아 줘.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그래도 난 네가 더 소중하니까.
커피는 중립적이야. 잠을 잘 못 자게 하는 것 말고는 꼭 나쁜 것이거나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좋아. 그래서 여기저기에 카페가 그렇게 많나 봐. 세상의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잊게 해주는 중립지대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너도 그러해서 내가 좋아하나 봐. 걱정과 근심은 잠시 내려놓고 무해한 삶의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서.
*
주말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토요일, 일요일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토요일에도 학교를 갔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건지 이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뭐, 사실 맞아. 솔직히 나의 평일도 그리 나쁘진 않았어. 조금 바쁘긴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좋은 축에 속했지. 그래도 뭘 한들 주말만큼 좋을 수 있을까.
나는 너와 함께 하고픈 일들이 무궁무진한 사람이야.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부터, 운동이나 책 읽기, 장보기 같은 것들. 이따가 동네산책도 한 바퀴 다녀오려고. 곧 날이 풀리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도 한 바퀴 둘러볼 생각이야. 멋지지? 캠핑도 가고, 올해는 짧게 근처라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 좋겠네. 아, 조만간 하루는 날을 잡고 집 대청소를 해야 해. 그건 좀 귀찮은 일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삶이 꼭 비싸고 바쁘거나 특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비싼 파인다이닝 보다는 주말의 동네 카페의 여유 있는 브런치가 더 평범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은 아닐까.
곧 일요일 밤이 되고 나는 다시 너를 그리워하겠지. 하지만 이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지 벌써 수십 년째잖아 우리. 그러니 아쉽지만 서로 너무 서운해하지는 않기로 해. 함께하는 순간에는 내가 최선을 다 해볼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그리울 거야.
그리울 때는 오늘의 달달했던 모닝커피의 맛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하자.
표지사진: Unsplash의Yianni Mathioudak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