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자전거

by 정이든

날이 좋아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렸다.


내 자전거는 1년 전 당근에서 구매한 오래된 로드 자전거다. 기어를 바꿀 때 털털 소리가 나고 브레이크를 잡으면 삑 소리가 난다. 하지만 나름의 레트로 감성과 도구를 따지지 않는 대범함을 품에 안고 출정했다.


나름 속도를 내려고 하는데 잘 안 됐다. 자동차로 따지면 풀 액셀을 밟아야 겨우 시속 100km가 되는 그런 오래된 자동차 느낌이랄까.


수많은 라이더 분들이 옆을 지나갔다. 비싸 보이는 로드바이크와 사이클 복, 각종 장비로 풀 무장을 한 라이더 분들이 쌩쌩 스쳐갔다. 가끔 틈틈이 느릿느릿 다니는 따릉이 라이더 분들은 나도 추월해 나가며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렸다.


한강에는 무척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다. 노래를 틀어놓고 강변을 구경하며 페달을 천천히 밟으면서 흥얼거리는 아저씨, 깔깔거리고 동시에 휘청거리며 2인용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이 인상 깊었다. 또, 러닝 하는 분들과,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 분들, 그리고 낚시하는 분들...(음? 한강에서 낚시를 해도 되는 건가?)


순간, 모든 이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게 사람 사는 느낌인가 보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또는 집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싸우고 피곤해하던 사람들이 이 순간만은 햇살을 받으며, 무리를 지어 생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 무리에 속해 있다.


봄이 온다.


한강변 어느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듬성듬성 벚꽃이 폈다. 다음 주면 곳곳에 만개할 것이다. 벚꽃은 한때 잠깐 피고 질 뿐인데 어찌 이리도 사람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다.


*


이 와중에 솔직히 말하면, 엉덩이뼈가 너무 아팠다. 이 자전거로 장거리는 처음이라 몰랐는데 안장이 내 엉치뼈에 잘 안 맞는 것 같다. 덜컹거릴 때마다 엉치뼈의 통증이 쿡쿡 올라왔다. 엉덩이 쿠션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아니다. 엉덩이 쿠션보다는 최신형의 가볍고 비싼 사이클 전용 자전거를 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똑같이 엉덩이가 아파도, 속도가 훨씬 빠를 테니 안장에 앉아 있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스스로 만들어 본다.


추월함과 추월당함, 그리고 통증에 집중하느라 풍경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대신 중간에 잠깐 편의점에 들러 너구리 라면을 사서 한강라면을 끓여 먹었다. 잠시 멈춰 앉으니 그제야 강 특유의 물냄새라든지, 강이 흐르는 광경이라든지 햇볕이나 바람의 오감이 느껴졌다.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가 오히려 왜 이렇게 편한 건지. 좌석의 평평함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


돌이켜보면, 그동안 유독 봄에 대한 글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만큼 봄이 주는 생명감이 내게는 인생의 여러 가지 표상들-의의나 이유, 의미 같은-을 안겨 주나 보다.


봄은 지나가고 금방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올해 2026년의 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지나간 봄들을 매번 그리워하곤 한다. 삶은 돌고 도는 것이라지만 젊은 순간에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하나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봄이 충분히 길면 좋겠다. 그래서 자주 광합성을 하고 싶다. 사실 광합성은 핑계고 그냥 놀고먹고 싶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브런치를 먹고, 카페인을 채운 후 자전거를 타고 봄 마실을 나갔다가, 편의점에서 과자랑 음료수 하나 사서 잠깐 벤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삶을 그린다.


생각만 하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밖으로 기어 나가자. 풍경을 파고드는 당돌함을 잃지 말자. 아픈 엉덩이는 금방 낫겠지만 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