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운 관은 그렇게 뜨거운 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진짜 너를 보내야 했다. 장례식장에서는 울지 않겠다며, 집에서 충분히 눈물을 흘리고 너를 만나러 갔지만 마지막까지는 참지 못했다. 아마 그 눈물이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아주 오래전,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 귀여운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나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고 수줍게 말했었다. 너와 나는 동기들 중에서도 유독 친했었으니까, 1등으로 알게 된 너의 그 비밀 전화가 정말 반가웠다. 실없는 소리를 하며 특유의 어색한 함박웃음을 짓던 모습과 토끼처럼 크고 가지런한 너의 건치가 자주 떠올랐다.
왜 이렇게 못해준 것만 먼저 생각나는지. 군대 간 네가 전화 올 때마다 이번달 콜렉트콜 요금이 10만 원이 넘었다며 타박했던 기억과 졸업한 뒤에 동기 모임에 왜 이렇게 얼굴을 내비치지 않느냐며 구박하던 게 후회가 됐다. 그때 솔직하게 자주 못 봐서 잘 지내는지 궁금했었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해심 많은 너는 그 틱틱거림을 우정의 다른 표현이라고 잘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먼저 가버렸냐고 원망을 했고, 그리워했다. 네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주는 음식이라면서 하얀 일회용 접시에 담긴 수육과 전,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으로 밥과 국을 한 그릇 다 비웠다.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했다. 젊은 날 함께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며, 엠티 가서 술을 마시고 바다에 들어가 다 함께 점프하던 철없던 순간을 추억했다.
장례식장을 뛰어다니던 너를 조금 닮고, 아내를 많이 닮은 귀엽고 예쁜 아이를 보았다. 그 모든 것을 씩씩하게 잘 참아내는 너의 아내는 퉁퉁 부은 눈에도 기꺼이 웃으며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네가 가장 사랑했던 두 여자가 앞으로도 잘 살아가기를 기도했다.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했고, 너무 슬펐다.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면서, 아직도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삶의 용기로 바꾸었다. 너는 항상 나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므로, 그 응원의 힘으로 더 잘 살아보려고 한다. 너의 길지 않은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의 조각들을 우리와 함께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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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친구들과 네가 좋아하던 칸초를 가치고 면회 갈게. 물론 보여만 주고 우리끼리 먹을 거야. 우리끼리 엠티 가서 즐겁게 네가 좋아하던 YB의 너를 보내고를 디스코 템포로 부를 거야. 사랑투도 함께 불러야지.
그리고 먼 훗날 널 만나면 덕분에 신나게 잘 놀았다고 놀려줄 거다. 이제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 우리도 그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