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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은 Apr 05. 2021

시작하는 말

Day00. 바보

이 이야기는 단톡 방에서 시작되었다. (행운의 편지 아님 주의!)


박지현 작가님의 책 만들기 클래스를 수강한 이후 단톡 방으로 초대되었다. 박지현 작가님은 그 방을 '작가님방'이라고 부르는데, 독립출판을 위해서 글을 쓰는 분들의 방이었다. 처음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단톡 방에 들어갔을 때는 60여 명 정도가 모여있었다. 


나는 그 방에서 인사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숨죽여 있었다. 단톡 방의 주요 주제는 독립 출판 프로젝트나 작가 지원 사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본업이 아니었고, 자신이 없는 분야이다 보니 선뜻 관심을 갖기가 어려웠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단톡 방은 움직이고 있었다. 작가님은 열심히 수업을 했고, 몇 달에 한 번씩 단톡 방에는 새로운 분들이 들어왔다. 점점 인원이 늘어서 100여 명이 넘는 방이 되었다. 그리고 분위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출간을 하는 작가님들이 한분 두 분 생겨나기 시작했고, 독립 서점을 시작하신 분들도 계셨다. 정보 공유를 위주로 하던 단톡 방에는 텀블벅에 펀딩을 시작한 이야기도 나왔고, 열심히 사포질을 하고 있는 새로운 책방에 대한 사진도 올라왔다. 


나는 개발과 사업에 몰두해있었지만, 틈이 나면 새로 만든 책방을 찾아가 인사를 하거나 책을 읽어보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마음속에 응어리를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김에 다양한 도전을 해보자는 이상한 생각도 있었다. 아무 글이나 쓰고 울고, 아무 그림이나 그리고 울었다.

그렇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내다 보니 신기하게도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생겼다.


그리고, 도망을 치고 싶어 졌다.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 글이 공감이 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불안이 동시에 생겼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쓰기에 도망을 치고 싶어 졌다.



'마음을 풀어내는 글'을 쓰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작가님방'에 흥미로운 이벤트가 올라왔다. '나를 껴안는 글쓰기'라는 책을 쓴 슝슝 작가님의 이벤트 공지였다. 스무 개의 주제에 자신을 인터뷰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쓰기 책이라고 한다. '책의 안내를 따라 글쓰기를 해 볼 마음이 드는 분들에게 책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라는 문구에 갑자기 마음이 동했다. 한 번도 다른 사람과 함께 글을 쓰거나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 본 적이 없었지만 용감하게 손을 들었다. 



스무 개의 주제에 대해서 나에 대한 인터뷰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기를.

 



 #나를껴안는글쓰기 , #나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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