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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Jul 25. 2020

감정의 롤러코스터, 동작 버튼은 내손에 있다

오르락 내리락 감정 롤러코스터를 잘 타는 방법


우리 집에 집돌이가 둘 있다. 하나는 남편 집돌이요, 또 하나는 아들 집돌이다.

안 그래도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남자들인데 코로나 덕분에 매일매일 찰떡같이 붙어 지내니, 쫄깃쫄깃 맛나야 하는 찰떡이 뭉개져버리는 날이 왜 없겠는가.




감정의 롤러코스터


때로는 속에 천불이 났다가 짜증이 났다가 화가 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하루에 일어나기도 한다. 그야말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놀이공원에 입장하면 반드시 타야 하는 필수코스가 있는 것처럼. 무섭든 싫든 무조건 이 코스는 거쳐야 한다.


내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이 롤러코스터의 특성을 (예를 들어 얼마나 높이까지 올라가는가. 얼마나 높은 곳에 오래 머무르는가. 속도는 얼마나 빠른가 등) 미리 파악해 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물론 롤러코스터의 크기나 규모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감정이 치솟고 - 정체하다가 - 하강하는 순서의 비슷한 코스를 통과한다. 그렇다면 이 '치솟고', '정체하고', '하강하는' 각각의 코스 특성을 파악한다면 조금 더 능숙하게 놀이기구에 탈 수 있지 않을까.




1. 가장 열 받고 치솟는 포인트 - 감정 폭주의 원인


'저 인간이 나를 짜증 나게 하네.'


내가 기대하는 반응이 상대로부터 돌아오지 않는 경우,  유순하게 흘러가던 내 감정은 경로를 이탈한다. 내 경우, 무시받는 기분이 들 때, 상대가 먼저 짜증을 낼 때, 싫어하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때 주로 발생한다.

 

남편이 늦게까지 잠을 자고 있을 때, 난 일부러 더 자라고 기다렸다가 늦게 깨우는데, 자고 있는데 깨운다고 오만 짜증을 다 부린다. 정말 얼음 다 때려 넣은 물 바가지 하나 퍼붓고 싶지만 그럼 또 이불 빨아야 하니 내가 참는다.

남편이라고 왜 짜증이 안 날까. 내가 졸졸 따라다니며 (굳이 따라다닌다기보다는, 몇 발자국 걸으면 대충 다 만나지는 집의 동선이 한몫함) 잔소리를 연발하면 (여보 여기 빵 먹은 거 부스러기 그냥 두면 안 되지, 새벽에 라면을 먹었으면 그릇을 물에 담가놓으라 했잖아, 변기에 묻으면 닦아야지 등) 그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렇게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나 상대의 반응 등에 의해 감정 이탈을 경험한다. 이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이탈한 감정은 끝을 모르고 하늘 높이 솟구친다.



2. 감정이 치솟은 상태에서의 반응 - 불편한 감정을 대하는 방식


마음에 스크래치가 났다. 기분이 나쁘다. 화가 난다.

이럴 때 난 주로 삐져서 혼자 방에 들어간다. 동굴형이다. 이불을 뒤짚 어쓰고 식음을 전폐하며 드러눕기 신공을 벌인다. 혼자서 감정을 추스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별로 건강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남편의 경우는 무조건 맞대면이다. '너 나랑 1:1로 대화하자'를 선호하는 대화형이다.

 

"왜 그러는데"

"..."

"도대체 왜 그러는데"

"...."


남편은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해주기를 원한다. 상대가 왜 토라졌는지,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기를 원한다. 안 그러면 답답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3. 화났던 감정이 다시 회복되는 일 - 감정을 추스르는 활동


감정의 피크를 찍고 나면 오래 머물든 짧게 머물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동들을 하게 되는데, 여기엔 몇 가지 건강한 방법들과 그렇지 못한 방법들이 있다.


일기를 쓴다

아무도 안 보는 일기장은 분노와 슬픔 아픔 등의 감정을 다 쏟아내기에 적격이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나면 분노가 60-70% 정도 사라진다. 달라진 건 없는데 참 신기하다. 내 좁은 마음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글로 쏟아내는 행위는 실로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몸을 움직인다

내 경우엔 혼자 좀 걷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별로 많은 생각을 안 해도 진정이 된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과 도파민 등의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 것 같다. 산책 말고 등산도 좋고 조깅도 좋고 뭐든 신체를 움직이는 건강한 활동이라면 다 좋다.

사람에 따라 어지러운 집안을 뒤엎어 청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저분하고 쓰지 않는 건 버리고 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쓰레기봉투 속 버려진 낡은 물건처럼 내 마음의 감정 쓰레기도 봉투 속으로 딸려 나가 버린다.


반신욕을 한다

우리 몸의 온도를 1도 올려주면 면역력이 3배 커진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반신욕은 감정 이탈 상황에서 (상황만 허락한다면) 꼭 시도해 볼만한 좋은 활동이다.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고 땀을 쫙 빼면 속이 후련해진다. 여기다가 커다란 사각 얼음 여러 개 쏟아부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이 세상이 내 세상이구나' 하는, 세상을 다 가진 평안함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건강하게만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때론 별로 건강하지는 않지만 그 순간을 견디게 해주는 방법들을 택하기도 한다.


분노의 쇼핑에 빠진다

'네가 뭔데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흥? 다 필요 없어. 내 맘대로 돈 다 쓸 거야.'

특별히 상대에 의해 무시나 모멸감을 받았다고 느낄 경우, 지갑을 열어 있는 돈을 다 쓰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열이 받은 상태는 물건 하나를 결재하면서 조금 수그러든다. 내친김에 다른 것도 하나 더 산다. 나를 열 받게 했던 일이 무엇인지 뇌에서 잊혀 간다.

하지만 이런 쇼핑은 잠시 잠깐의 망각에 불과하다. 쇼핑이 끝나면 허무함이 더 크게 몰려올 수 있다. 제 때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계속 열 받은 상태를 유지하며 분노의 쇼핑을 이어간다면 자고 일어나 도착한 엄청난 택배 박스를 보고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먹는 것'으로 푼다

열 받는다. 화가 난다.

체온을 올려 혈액 순환을 돕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는 운동이나 반신욕 등의 건강한 방법도 있지만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 또는 술같은 음식으로 푸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어느 정도 매운 음식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다만 매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위에 구멍이 났다는 진단을 받기 십상이니 과하지 않는 선에서, 나를 위로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즐기면 좋겠다.



남 탓을 한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나에게 일어난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무조건 타인에게서 찾는다. 상대방에게 공격과 저주를 퍼붓는다. 편의상 이런 부류의 사람을 '남탓파'라고 해보자

이 남탓파 유형의 사람들은 분노의 감정을 품은 채 상대에 대한 원망과 분노, 비난을 시작한다.


"당신이 거기서 그렇게 말하니까 그렇잖아 "

"네가 이렇게 행동했으면 됐잖아"

"너 때문에 내가 지금 기분을 망쳤잖아"


물론 각각의 사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감정 상태의 원인을 모두 다 상대방(당신이, 네가, 너 때문에)으로 돌리게 되면 내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게 상대방이란 걸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상대에 탓을 돌리기보단, 이럴 때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으니 다음부터는 다르게 행동해 달라는 식으로 요청하는 게 좋다.

‘그 사람이’ 내 기분을 망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특정 행동으로 인해 ‘내가’ 나쁜 감정을 느낀 것이다. 그러면 내가 나쁜 감정을 느끼게 한 그 행동을 고쳐달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내 탓을 한다

'난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분노 슬픔 괴로움 화남 등의 부정적 감정에 휩싸였을 때 상대를  탓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책과 자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자학파'라 불러보자.

"내가 왜 그랬지."

"난 안되나 봐 난 그냥 죽어야 돼 난 쓸모없어."

"다 필요 없어. 이 관계를 끝내버리고 떠날 거야."


가만히 방치하면 생각은 더욱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더 깊은 어둠의 동굴로 몰고 가는 이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나 역시 아주 오랜 시간, 이 자학파로 살아왔다. 남 탓할 배짱은 없으니 힘들면 힘들수록 그 화살을 다 나에게 돌렸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해서..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아서..' 등과 같은 부정적 자기 암시로 최면을 걸고 어둠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근데 이것도 결혼을 하면서 많이 극복했다. 참새같이 쫓아와 왜 화났는지 뭐가 문제인지 코치코치 캐묻는 남편 덕에 나도 조금씩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됐다. (이건 정말 조금씩 해보면서 키워가야 하는 것 같다. 하루아침에 내 감정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사람은 없다.)


“사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너무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아까 당신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난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나도 이제 조금씩 내가 느낀 감정을 남편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 내가 말을 안 하면 집요하게 추궁하는 수사관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내 기분이 어떠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차분히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올라가는 것도 나고 내려오는 것도 나다. 동작을 움직이는 버튼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게 핵심이다. 내가 언제 롤러코스터에서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그때와 상황을 알고 있다면 조금은 여유롭게 이 감정 롤러코스터를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감정 롤러코스터에 누가 나를 억지로 앉혀서 벨트를 채우고 출발시키지 않는다는 것. 김정 롤러코스터는 내가 스스로 타고 내가 스스로 움직이고 내가 스스로 내리는 셀프 조작 놀이기구라는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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