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아이에게 '삶의 힘'을 선물하고 싶은 당신에게

다시 무너져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기에

by 정은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과 무거운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오던 밤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10여년간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밖에서는 '선생님'으로 불리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었지만, 정작 퇴근 후 마주하는 제 내면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면 다 될 줄 알았는데, 나를 돌보지 않은 성실함은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삶의 중심이 흔들리니 툭하면 남 탓을 했고, 아이의 투정에도 쉽게 무너지는 불안한 엄마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밑바닥을 마주하고, 바닥을 치고나서야 비로소 자각했습니다.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요. 그 때부터 살기 위해 시작한 것이 '나를 채우는 연습'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5분만 독서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위한 책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새벽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사용하며 독서를 하고, 감사일기를 쓰고, 긍정 확언으로 나를 다독였습니다. 나에게 에너지를 채워가자 거짓말처럼 삶이 단단해졌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편안해진 것은 물론, 그 변화의 에너지 덕분에 육아서를 출간한 작가가 되는 기적같은 일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낳고 돌 전의 갓난아기를 돌보면서 저는 또다시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체력이 고갈되자, '육아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긍정의 다짐은 사라지고, 예전의 그 날선 예민함과 자책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육아서를 쓴 저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만큼 처참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작가까지 되었는데, 나는 왜 또 이 모양일까.'


그러나 주저앉아 울던 그 순간, 저는 비로소 진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삶의 힘'이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무너질 때마다 다시 털고 일어나는 힘이라는 것을요.


저는 다시 운동화 끈을 묶고, 감사 일기장을 폅니다. 넘어진 나를 비난하는 대신, '그럴 수 있어, 잠시 쉬었다 가면 돼'라고 다독이며 나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습니다. 비록 어제는 무너졌을지라도 오늘은 다시 아이에게 웃어줄 수 있는 힘, 이것이야말로 제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임을 이제는 압니다.


이 브런치북은 유치원 교사이자 작가이기 이전에, 매일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한 엄마의 치열한 '마음 충전'기록 입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거친 비바람을 막아주는 완벽한 방패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상처받고 돌아온 아이가, 그리고 육아에 지친 엄마인 내가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단단한 울타리는 되어줄 수 있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기에 우리는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이 솔직한 고백이, 오늘도 아이와 함께 자라기 위해 애쓰는 당신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