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법조인 또는 법학을 전공한 주인공이 사건사고 현장에서 “민법 제OO조” 또는 “형법 제OO조”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막무가내인 상대방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꼬리를 내린다. 주인공 옆에 있는 미모의 여인이 지적인 주인공을 동경과 흠모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장면은 극적인 연출을 위한 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는 아무리 법률 조항을 들이밀어도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혹시라도 영화 또는 드라마 장면을 따라 할 생각이 있는 독자가 있다면 그 생각을 접기 바란다.
법(法)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따위”이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에서 법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기준에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우선 용어가 너무 어렵고, 문장도 너무 복잡해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가장 문제는 법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설상가상으로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까지 더하면 종류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그래서 아무리 법제처 홈페이지가 잘 갖추어 있어도 보통 사람들에게 법은 남의 나라 이야기 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유로 보통 사람들은 국가기관의 법률서비스를 찾는다. 그러나 그 법률서비스도 속 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다. 결국 변호사를 찾겠지만 자문, 소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너무 부담이 된다.
평소에 법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길…
필자는 대학교 주 전공이 행정학이었다. 다른 전공자들과 다르게 조직이론에 꽂혀 이 분야만 파다 보니 행정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에 대한 상식이 전무했다. 최소한 헌법, 행정법 정도는 공부했어야 함에도 법률지식은 거의 몰상식 수준이었다. 무법자(無法者)인 필자가 아는 법 지식은 서점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법률 100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맡은 분야가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정책이었다. 무법자(無法者)인 필자에게 최대 위기가 닥친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잘 안다. 아무튼 좌충우돌,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으면서 이제는 법에 대한 공포는 없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리 주변에 크고 작은 법률분쟁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접촉사고부터, 피서지 바가지, 휴양시설 사기까지 소소한 일상의 법률분쟁이 예상된다.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가기에는 비용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냥 손해보고 마는 경우가 많을지 모른다.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어렵거나 머나먼 정글에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평민들의 학문에 대한 접근을 막고자 한글을 거부하고 한자를 고집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평소에 법에 대한 관심과 상식을 쌓아가길 바란다. Podcast, Youtube 등에도 법률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채널이 많으니 평소에 많이 들어보길 권한다. 머스트 뉴스 칼럼에도 <김변의 생활법률> 코너가 있으니 평소에 읽어보길 권한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지만 아는 것이 힘인 것 만은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