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기성세대가 된 X세대가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
X세대, 1990년대 등장한 <X세대>는 모 광고회사가 만든 컨셉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X세대>는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Douglas Coupland) 장편소설 <Generation X: Tales for an Accelerated Culture(1991)>에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X>란 ‘정의할 수 없음’이며, <X세대>란 前 시대 가치관과 문화를 거부하는 새로운 세대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 X세대 아이콘은 대한민국 아이돌 1세대이자 엄청난 팬덤(Fandom)을 몰고 다닌 <HOT>였다. 지금은 구글(Google)에서 HOT를 검색하면 야한 사진만 검색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HOT는 대한민국 대중문화 그 자체였다.
HOT는 X세대 대표 아이콘인 동시에 당시 경제상황 때문에 X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존재이기도 했다. HOT 인기가 절정에 있을 때, 대한민국 경제는 외환위기로 침몰하고 있었다. 부도, 해고가 매일 뉴스에 등장했고, 생활고에 자살하는 사람들, 취업실패, 학업포기가 늘어가던 암울했던 때였다.
그렇게 시궁창 속에 살던 많은 X세대들은 편의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텔레비전에서 스포츠카를 탄 HOT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코 HOT를 탓하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은 알고 있으리라. 정말 그때는 그러했다.)
기성세대 가치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던 그 X세대가 어느덧 자신들이 그렇게 부정하던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세대들에게 자신들이 경험한 고민과 고충을 무용담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나 때는 말이야. 20대 초반, 내가 엄청 힘들었던 그때는 말이야. 단군 이래 최대 경제난이었던 IMF 때였어. 엄청 힘들었다고. 지금 20대가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그리 심각한 건 아니란 말이지.”
왜 이러는 것일까?
가정폭력에 노출된 미성년자가 ‘난 절대 폭력을 쓰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정작 성인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쓰는 경우가 있다. 목숨 걸고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세대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던 군기를 후배에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그 이유를 합리화에서 찾는다. 물리적 폭력과 정신적 폭력에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을 피해자로 합리화하면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바로 행동과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 감정적 관념을 뜻하는 콤플렉스(Complex)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힘든 과정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의 방점을 현재 고통에 찍은 것이 아니라 미래 희망에 찍었기 때문은 아닐까?
X세대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겠지만 누군가는 길거리 캐스팅에서 육성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연예 시스템을 내다보았을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HOT처럼 스포츠카를 타겠다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글ㅣ정천(靜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