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Written By 변지영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만든 세기의 캐릭터가 있다. 바로 아르센 뤼팽이다. 변장술에 능해 그의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라데, 복싱 유단자이다. 역사, 문화에 전문가이며 다양한 언어구사능력이 있다. 괴도로 알려져 있지만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에서 그는 괴도라기 보다는 협객이고 탐정이자 로맨티스트이다.
나는 모리스 르블랑의 광팬이며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뤼팽을 선택한다. 내가 뤼팽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 능력 때문이 아니다. 그가 가진 감정조절 능력이 가장 부러웠다. 어떤 순간에서도 냉철할 수 있는 감정조절 능력, 탐정이 되고 싶었던 어린 내가 가장 뤼팽에게 끌렸던 요소이다.
누구나 한 번쯤 감정을 통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감정 특히 분노, 슬픔 두 가지 불가피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냉정함을 가지려고 노력도 해보고 꿈도 그려봤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슬픔, 그리움, 죄책감, 수치심, 불안감, 배신감, 원망, 분노, 두려움 등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정리해주는 내용이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솔직히 말해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잠깐 여행을 다녀온 기분 같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데도 유체이탈을 한 것 같은데도 기분이 좋다. 아마도, 나랑 같거나 나보다 더 힘든 감정변화에 휩싸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 같은, 나와 다르지 않은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마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