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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Oct 05. 2020

공간이 작가에게 줄 수 있는 것

공간형  

공간형, shift, 도록
@artspace_hyeong
을지로 105 이화빌딩 302호, 401호




공간이 옛날건물인데도 층고도 높고 바깥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을지로 스러움을 콘셉트로 잡지는 않았어요. 여기서는 저렴한 임대료를 기반으로 세 공간을 돌려볼 수 있다 라는 게 메리트였어요. 당연히 1번 출구 앞이니까 유동인구의 수요도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하면서 왜 미술하는 사람만 전시를 보러오지? 하는 갈증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카페에 오는 분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게 된 거죠. 


공간형과 shift의 윗층 공간 카페 도록



대표님이 생각하는 을지로스러움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여기 처음 온 게 6년 전이었었는데요. 처음 왔을 때도 이곳이 을지로 스럽지 않았어요. 지금의 을지로 스러움이라는 것이 카페나 와인바들이 만들어낸 허상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일하고 일하기 위한 무언가를 준비하는 곳이잖아요. 그런 도심에서 뭔가 괴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을지로 스러움이 아닐까 해요. 이게 자연스럽고 좋긴 한데, 궁금해요. 다음에 어떻게 될지. 


을지로 스럽다고 하는 것은 외부인들이 보는 모습인 것 같은데, 을지로에 있는 사람들에는 오피스 안에 있는 사람들도 있고, 이곳처럼 허물어지는 공간에 있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지금 을지로 스러움이라는 게 힙지로 스러움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그들이 힙지로 스러움을 계속 추구하면서 인더스트리얼하는 디자인들을 갖다 놓는 것 같아요. 외부인들이 너무 많이 유입되다 보니까 이게 내 동네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외부인들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어떤 거 사려면 어디로 가야 돼? 라고 물어보면 답해줄 수 있는데 어디 카페가 괜찮아? 하면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다음 스탭도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공간이 좀 더 커졌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여기서 옮긴다 라기 보다는 이곳을 거점으로 해 지방에 몇 개의 공간이 더 있었으면 해요. 단순히 서울에서 전시하는 작가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계속 노출빈도를 높이는 방식으로요. 공간형에서 전시한 작가가 광주에 내려가서 전시를 할 수도 있고, 전주에 갈 수도, 부산에 갈 수도 있는 식으로 돌릴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거기 상주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죠. 아직 구상 중이에요.




성격이 다른 세 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공간형>은 비영리 공간이고요. <쉬프트> 같은 경우는 미술계에서 일반적으로 취하고 있는 갤러리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도록>은 커피를 파는 공간이고요. 



공간형, shift, 도록의 공간운영자 장성욱 대표



공간 운영하시는 거 어때요?


저는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요. 저는 작가에게 돈을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공간이 최소한으로 보이지 않는 공간이 되어보기로 했어요. 작업만 드러나고 공간이 안드러났으면 해서 바닥도 하얗게 해놨어요.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기 위한 큐레이션을 하는 곳도 있지만 작가만 남는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공간은 작가를 남기는 쪽에 가깝다고 봐요. 그래서 작가들이 되도록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편이에요. 작가가 공간에서 이거 해도 돼요? 라고 하면 복구만 하실 수 있다면요 라고 해요. 


이번 전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공간 바닥이 다 일어났어요. 사전에 그런 이야기는 없었지만, 괜찮다고 했죠. (웃음) 그런 건 언제든지 보수할 수 있잖아요. 복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도와주는 게 공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이고,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지키려고 하고 있어요. 



바닥 관리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 닦고 있어요. 전시 보러오신 분들이 기분좋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에서 작품이 떠있는 상태가 됐으면 해요. 저는 여기 공간을 처음 시작할 때 기획자라는 타이틀 보다는 어시스턴트라는 포지션을 취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전시를 하면서 막히는 부분들, 진행하는데 도움될 것 들에 대해서, 하드웨어적인 것,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가 주변 동기나 지인들에게 항상 형이라고 불리거든요. 그들을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됐으면 좋겠고 그런 것들이 표현할 수 있는 중의적인 뜻을 담은 의미로 공간이름도 공간형이라고 하게 됐어요.




갤러리가 갖고있는 아이덴티티가 있잖아요. 그것을 계속 유지하시고 끌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구나 싶기도 해요.


욕은 먹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요. (웃음) 전시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이렇게 찾아준다는 건 그래도 못하고 있지는 않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중요한 건 전시장을 계약기간 끝날 때까지 하는 게 아니라 지속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작가들에게 피를 못주는 대신 공간이 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나중에 어느 기관에 포트폴리오를 낼 때 어느 공간에서 전시했는지 이력을 볼 때, 공간형에서 전시했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들이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것들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 질문을 받으면 쉽게 사라질 공간은 제발 안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공간형 ⓒ 류지영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이 을지로에 계시다고 하니까 너무 좋네요.(웃음) 공간 운영하시면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공간 바닥이 흰색이잖아요. 바닥에 관한 에피소드만 생각나요. 왜이렇게 때가 잘타. 때가 안탔으면 좋겠어 해서 매일 페인트 칠한 날도 있고, 원래는 무광으로 되어 있었는데, 유광이면 좀 더 때가 덜 탈까해서 유광으로 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애 하고 다 긁어 놓은 적도 있고. (웃음) 을지로는 바닥 좌우 평이 안맞는 곳들이 많아요. 저 쪽끝에서 이 쪽 끝까지 7센치 8센치 차이나는데도 있고, 심한 데는 건물이 기울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도 있어요. 공간형 처음 공사할 때 전시장은 그래도 평은 맞아야지 해서 시멘트를 40포 가져와서 다 깔고 바르고 했어요. 공간 만들면서 들인 돈은 별로 없지만 바닥에 들인 돈은 많아요. 언젠가 한번은 아버지가 와서 도와주신 적도 있어요. 바닥 때문에 작가가 화낸적도 있고, 오늘 전시인데 왜 아직 바닥이 덜 됐어요? 하면서 걱정한 친구도 있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바닥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죠. 이제는 끝났다 이번에는 최종이다 하면서 이번 바닥을 만들었는데, 작가가 아세톤을 부으면서 다 뜯어지고 (웃음) 이거 끝나면 또 보수를 해야죠. 이렇게 바닥에 대한 에피소드가 좀 있어요. 



공간형 ⓒ 류지영




을지로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신도시> 

힙지로의 시초 1세대 공간이죠. 운영진들이 미술하는 분들이라고 들었어요. 








인터뷰이  장성욱

취재  손원영, 김나래,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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