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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Dec 10. 2020

철공소의 오아시스

DEN - Night Flight Club


DEN - Night Flight Club  사진 제공



DEN - Night Flight Club

서울 중구 산림동 산림동 1 1층




을지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3명의 팀이자이곳이 아지트라고 들었어요소개를 부탁드려요


류송이 팀 이름은 The Night Flight Club으로 생떽쥐베리의 야간비행인데요, 청년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나아가보자는 의미로 팀명을 지었어요. 그리고 은혜 디자이너가 예술가들의 소굴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 해서 Den 이라는 이름을 이 공간에 붙였고요. 앞으로는 종호 오빠가 식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 다른 방향으로 더 확장시켜 나가고 싶어서 공간 이름을 <Address 1>이란 이름으로 바꿀 계획이 있어요.  


이종호 여기 주소가 1번지예요. 1번지가 단순히 주소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행정구역 지도상 가장 중요한 지역을 1번지라고 한데요. 이곳의 주소가 1번지이고, 여기가 메인이었다고 사장님들이 알려주시더라고요. 저희가 초심을 가지고, 이 곳 본질에 맞는 일을 해보자 했어요. 


각자 어떤 작업을 하시는 지도 궁금해요.


류송이 저는 교육학을 공부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고요, 

위은혜 저는 패션디자인을 하다가 지금은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종호 저는 그동안 사진과 서예 작업을 했고요, 요즘은 식물 콘텐츠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다 식물로 주제를 잡게 되셨어요?


이종호 제가 정원도 만들고 식물을 계속하는 이유를 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색은 자연으로부터 나왔다는 거예요. 또 식물 덕분에 사람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러니까 나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되고, 식물을 다루면서 자연의 일부로써 사람이란 존재를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됨으로써 타인을 존중할 수도 있게 되고요. 작은 식물이라도 자연의 생리 그대로를 담고 있거든요. 모든 가드너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해요. 식물을 만지면서 인간으로서의 행위를 다 느끼게 된다고요. 제가 연구를 하는 이유가 그런 것들을 감각적으로만 알고 아직 체계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류송이 저는 오빠가 한 말 중에 와 닿았던 게 식물을 매개로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저희도 그런 점에 공감을 해서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하고요. 여기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서 푸릇푸릇한 공간이 된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어요. 저희가 해왔던 프로젝트들을 보면 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였고, 그런 방향에서 식물을 모티브로 삼고 가보려고 해요. 


앞으로는 각자의 영역에서 식물을 매개로 창작 활동을 보여주신다는 거죠?


이종호 그렇죠. 저는 사진과 프린팅 위주로 작업을 하게 될 것 같고,

류송이 제 작업의 소재는 식물이 되겠죠. 식물만 그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영감과 가치를 담는 거죠. 

위은혜 식물 자체가 예뻐서 그리기 좋은 소재이기도 하지만 식물 콘셉트 자체가 키워내고, 기르고, 정성을 쏟아야하고, 계절에 따라 다르고, 그 계절을 기다려야 하고 이런 것들이 담겨 있어요.




혹시 시작하신 작업들이 있으세요


이종호 을지로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작업이 하나 있어요. 이곳 사장님들 가게가 있잖아요. 거기에 다 식물이 배치되는 거예요. 사장님들의 생활 습관과 공간의 형태, 특징들을 고려해서 큐레이션을 통해 가게마다 식물을 놓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에 왔을 때 여기는 가게마다 식물이 있네? 하고 볼 수 있도록요.


너무 좋아요사장님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되겠네요그동안 교류가 있으셨던 건가요을지로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류송이 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이종호 저는 그 전에는 충무로에서 작업을 했고요.

류송이 오빠를 처음 만난 게 프래그 스튜디오에서 을지로 탐방 수업을 했었어요. 그 때 저희가 그 수업을 들어서 알게 됐고요. 그러다가 광화문에서 전시를 했는데 또 만나게 된 거예요. 그렇게 만나면서 같이 작업 해보자 했고, 멤버가 됐어요. 


가드너로서 식물을 다루고 계신다고 했는데제가 식물은 정말 몰라서요보통 어느 단계의 식물을 

사와서 기르시는 건가요?


이종호 제가 농부까지는 아니어서 씨앗부터 기르진 않죠. 수입해오기도 하고요. 식물을 가져오는 거는 시간을 가져오는 거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 작은 건 10만원이고, 큰 건 50만원이에요. 작은 걸 이 크기로 기르려면 10년이 걸려요. 그러니까 10년의 시간을 50만원에 살 수 있는 거죠. 

 

다른 분들이 이 공간을 대관할 수도 있는 건가요?


이종호 아니에요. 저희가 따로 대관을 하지는 않고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우는 저희가 기획에 참여하거나 제안을 하거나 그럴 때예요. 

류송이 제가 멤버들한테 처음 제안했던 거는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전시 기회를 갖기 힘드니까 아직 작가라고 하기 애매한 사람들, 청년들을 지원해주자는 거였어요. 전시 기회를 가질 수 있게요. 


졸업하고 첫 전시까지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류송이 많이 힘들죠. 다들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고요. 돈도 들죠. 저만해도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한국으로 와서 미술교육을 공부했는데요. 그러다보니 한국에 베이스가 없어서 어떻게 전시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작업 활동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공모전도 찾아가면서 팀원들을 꾸리게 된 거예요. 그 때 우리나라 사회는 청년들이 실패할 기회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 졸업하고 만화 붙이는 작업부터 시작해도 괜찮고, 실패를 해도 또 할 수 있고,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그게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교육과정이 다르다기보다는 외국은 청년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주는 구나.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대를 졸업하고 나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고, 뿔뿔이 흩어지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와 다른 청년 작가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완충지대를 만들고 싶었고, 실험해 보고 싶었어요. 

 

특별히 을지로에 터를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위은혜 저는 그래픽을 하니까 프린팅을 하려면 을지로에 와야 하잖아요. 초반에는 사장님들이 바쁘시기도 하고, 복잡해서 저에게는 두려운 곳이었어요. 뭔가 마음을 먹고 가야하는 그런 곳이요. 지금은 자주 거래하는 곳도 생기면서 그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을지로가 삶의 터전이 됐죠. 을지로는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저에게 삶의 터전까지는 아니었어요. 숙제를 하는 곳이었죠. 그러다 여기서 살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많은 곳이고, 애증의 공간이기도 했다가 지금은 편한 곳이 됐어요. 제 삶의 터전으로써, 어떻게 하면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단계가 된 것 같아요. 학교 친구들이나 주변에서도 이제는 저한테 많이 물어봐요. 프린트 어디서 해야 되냐, 어떤 공간이 있느냐 이런 것들이요. 사람들은 알기 어렵죠. 을지로에는 힙지로로써 만들어지는 공간도 있지만 저희 같은 예술가로서 커갈 수 있는 공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류송이 저한테는 을지로가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터전을 잡고 은혜 디자이너 말처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 계기가 된 곳이었어요. 미술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게 크고, 저도 저의 삶의 질문들을 탐색하며 저의 세계를 만들어나다가 여기서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도 처음으로 하게 됐고요. 이곳에 애정을 갖게 됐어요. 한국에 와서 처음 뿌리내린 곳이니까요. 저에게도 이곳의 의미가 커졌죠. 

 

어떤 작가로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류송이 저는 평가받은 가치를 보여주는 사람보다는 예술의 언어로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위은혜 식물의 푸르른 기운이 됐든 뭐가 됐든 이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받고, 자신을 찾고, 즐거움을 얻고, 성장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서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류송이 오아시스 같은 곳이 좋은 것 같아요. 어른들, 청년 작가들의 아지트이자, 완충지대,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 자체가 크고 대단하진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하는 교육이나, 활동이나, 공간들이 사람들을 말랑말랑하게 해주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을지로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add coffee>

저희가 진짜 자주 가는 곳이에요. 3-4년 전만해도 이 근방에 커피숍이 정말 없었거든요.   


<7.8 막걸리>

에드 커피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곳인데 외국인이 운영하는 막걸리집이에요. 커피집 바로 옆에 있어요. 감자전이 특히 맛있는데 독일식 감자전이에요. 


<을지식당>

을지로3가역에 있어요. 세련되고 예쁜 곳인데 사람들이 은근히 잘 모르더라고요. 

친구들 오면 항상 거기 데려가곤 했어요.






인터뷰이_  이종호, 류송이, 위은혜 

인터뷰_  백유경, 홍주희

글&편집_  홍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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