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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n 30. 2020

무엇을 감출 수 없었던가요

가삼로지을

을지로3가 공구 골목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40년된 택배사무실을 개조해 만든 4평 남짓의 작은 전시공간이다. 3인의 작가가 하고싶은 전시를 마음껏 하기 위한 곳으로 열게됐다는 공간에서는, 을지로삼가를 거꾸로 한 작명센스처럼 그간 기상천외한 기획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15길 5-6, 305호
공간운영  김똘똘 김윤정 김아라
인스타그램  @gasamrojieul





가삼로지을, 이상하게 어려워 보이는 이름인데 의외로 입에 딱 붙어요


똘똘  오히려 저희는 입에 붙기까지 3개월이 걸렸어요. 방문객들이 오셨다가 해시태그 달아주시는데 가람로지을 이렇게 달아주시기도 했고요. (웃음)

     



세 분이 운영하시는 콜렉티브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전시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라  네. 지금 다른 팀원 한 명(윤정)은 잠깐 호주에 가 있는데요. 작년까지는 세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이름 바꿔가며 전시를 했었어요. 올해부터는 대관 전시를 위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질문으로 공간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아라  전시를 하려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저희는 그런 거 다 떠나서 셋이 하고 싶은 전시 마음껏 하자. 아무거나 하자 해서 공간을 내게 됐고요. 실제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1년 정도 했었어요. 올해는 그것들을 더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잠시 공간을 다른 형태로 바꾼 상황이에요. 


저희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공간 운영을 하다 보니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신 분, 작업 활동 얼마 하지 않으신 분 이런 분들이 대관문의를 주시더라구요. 그런 분들이 마음 편하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똘똘  저희 연령대의 30대 작가들이 미대를 졸업하고 활동을 하다가 결국에는 좀 큰 갤러리에 입성 해야 그때부터 가게되는 코스가 있잖아요. 특히 화이트 큐브라던지 대안 갤러리라던지 나누어져 있어서 화이트큐브는 어디에서 레지던시가 된다던가 하고, 대안 갤러리같은 경우에는 어느 특정 공간에 가게 되면 그때부터 승승장구 하게 돼요. 저희는 이런 흐름 안에서 마음대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어요. 10대 20대 여도 전시할 수 있고, 30대에 중간에 한번 흐름이 끊기고 방황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은데, 그런 친구들과도 하고 싶었고 40~50대도, 할아버지 할머니 누구도 상관없어요. 누구든지 다음 스탭을 생각하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도 되는 곳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벽을 만들 때도 특이하게 빨간색으로 칠하려고 하려다가 흰색으로 남겨놓았어요. 아무렇게나 칠해놓고 너무 화이트 큐브도 아닌 만만한 공간으로요.


아라  다 해도 되는 공간이죠.


가삼로지을의 마스코트 로지, 가삼'로지'을에서 탄생한 작명이다. 김아라 作


두 분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아라  저는 드로잉을 주로 합니다.


똘똘  저는 다매체 작업을 해요. 영상을 주로 하긴 하는데, 이것저것 다 해요. 원래 회화는 잘 안했는데, 가삼에서 회화도 대가인 것처럼 해서 여러 번 했고요. 아트페어 같은 것도 키치하게 했어요. 5분 만에 그리고 1억 이렇게요. 그러고는 작가명을 존쿨 이렇게 했죠. (웃음)




가삼로지을 이름에서부터도 그런 기발한 센스가 느껴졌어요공간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거예요?

     

똘똘  호주에 있는 친구(윤정)가 지었어요. 처음에 여기는 쥐 나올 것 같은 곳이었어요. 대충 신문지 깔아놓고 이름을 정해야 되지 않겠냐 하다가 가삼로지을 쿨하고 단순해서 정하게 됐어요. 그런 걸 되게 잘해요. 한창 이름을 거꾸로 하는 게임에 빠졌었는데 그때 나온 이름이에요. 그런 식으로 해서 우당탕탕 나왔어요. 




가삼로지을의 운영진들




세 분은 어떻게 만나서 공간까지 운영하게 되었나요?


똘똘  대학에서 만났어요. 이 친구는 말도 안 되게 (웃음) 석사졸업을 했고, 저는 중간에 뛰쳐나왔고요. 너무 답답해서. 그리고 호주간 친구는 수료했고. (웃음)  제가 한 학기 다닐 때 학교가 미칠 것 같은 거예요. 사람들 눈치보면서 내가 내 작품에 해설을 해야 할 것 같고,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해야할 것 같고, 너무 쫄렸던 거죠. 작품을 내놓긴 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자유로운 것이었는데 하면서요. 그 때 이 친구들한테 그런 고민을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이 친구들도 같은 고민을 했고 그땐 결국엔 잘 안됐어요. 같이 수다나 떨다 말았는데, 학교를 떠나고 이 친구는 남아있고, 그 이후에 저는 회사를 다니게 됐어요. 이후에 세 명이 술 마시다가 갑자기 으쌰으쌰하게 됐어요. 이상하게 갑자기 술먹은 다음날에 제가 연차를 내버리고, 일주일만에 공간 계약을 해버리고, 일주일만에 이름과 로고를 만들어버리고, 일주일만에 가명으로 전시하자 해버리고 그러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공간을 낸 계기도, 말씀하신 가명 전시도 편하게 작업하고 싶었던 부분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똘똘 편하면서도 그렇게 해야 솔직한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세 명 모두 작업 성향 자체가 그런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유일한 공통점이죠.

 


    

앞으로 예정된 전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아라  익명전을 하자고 해서 모집하고 있어요. 여름에 익명전시를 할 예정이에요. 


똘똘  그것도 하면서 아무도 지원 안하면 어떻게 하지 하다가 그러면 그냥 우리가 또 하지 뭐 (웃음) 하고 있어요.


아라  그런데 신청 많이 오더라구요. 



 



요즘 고민이나 그런 거 있으세요공간을 운영하시면서 드는 고민이나 그런 거요.


아라  을지로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그런 고민들이요.


똘똘  작년에 저희끼리 전시 속여서 하다가 생각보다 인스타 팔로워가 많아져서 당황했거든요.

     



많이 나오더라구요을지로 전시공간 치면 가삼로지을 관련 피드도 여러 개 보이구요.


똘똘  인스타그램만으로 관심을 받으니 너무 기분 좋더라구요. 고민이라고 하면 없고요. 여기가 되게 만만하면서도 편한 공간이어서 없어지면 아쉽긴 할 것 같은데, 그런 상상 안하고 있어요. 그리고 없어지면 또 하면 되지. 근처에 다른데 또 있겠지 생각하면서요.




공간운영이든작업활동이든 가삼로지을이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똘똘  저희 모토가 대충대충하자 예요. 아무 생각 없이 대충대충하자. 그런데 또 그러다가도 너무 대충하면 야이건 그래도 이거 맞춰야지 할 때도 있고요.


아라  이상한 데에서 날서지는 부분도 있어요. 그래도 재미있게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똘똘  작년까지는 가명을 쓰고 전시했는데, 작년 12월에 <감출 수 없어> 라는 전시를 하면서 책으로도 공개했어요. 저희가 가명으로 한 전시들을요. 책을 말씀드리면 책의 기획은 가삼로지을 저자는 김똘똘, 참여작가는 저희 가명이 각자 8개가 있어서 24명의 작가가 전시를 하고... (웃음)


아라  가삼아트페어부터 매번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물어볼 때마다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니까. 너무 마음이 그랬는데, 오픈하게 됐죠. 그 분이 <감출 수 없어> 전시에 오셔서 이곳 전시들의 전말을 알게 됐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시며... (웃음)


똘똘  작년에 그것 때문에 고민을 했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요. (웃음) 저는 가명으로 조조Q에 안드레아 킴 등등 별거 다했거든요. 관객이 와서 "이 작가는 오프닝 안 해?" 그러면 그랬죠. 뉴욕에 있어서 못 온다고. (웃음)


     


가삼로지을의 활동을 기록한 아카이빙 북.  공간의 탄생과정 부터 가명 전시까지 자세한 스토리를 만나 볼 수 있다.





아라  여기 위에 계신 을지로 오브 분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거짓말 했었어요. 그분들도 작가 어떻게 컨택 하냐고 하셨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심장이 빨리 뛰고... (웃음)


똘똘  언제 한번은 밤에 와서 작품 설치하고 있는데, 어느 분이 오셔서  “이 작가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아 그래요?...아 배아프네” 하면서 회피하고. 그렇게 해오다가 마지막 전시에서는 밝혀야겠다고 했던 거죠. 


아라 그런데 사실 눈치 챘을 것 같아요. 왜나면 맨날 저희 셋만 있었으니까.


똘똘  아니야 눈치 못 챘었을 수도 있어. (웃음)

     



아직도 모르는 분들 계시겠죠.


똘똘  그럴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는 공개적으로 이렇다 라고는 안하고 클릭하면 찾아볼 수 있게 해놔서. 누가 누구 였다더라 라는 걸 썰로 풀어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똘똘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원칙대로 계획대로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대충대충 진짜 솔직하게 마음가는대로 편하게 할 때 오히려 정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뭐 이런거요. 


아라  의외로 생각 없이 살아도 잘 살아지고, 뜬금없이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똘똘  엔터같은 거 누를 때도 이상한 짤방 만들면서 될 대로 돼라! 하면서 누르거든요. 그런 정신이 가끔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같아요. 대충대충하는 거. 아니다. 대충대충 이상한가?


아라  맞잖아~~ (웃음)







을지로 예술가와 공간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예술가, 혹은 좋아하는 장소를 추천해주신다면



<시티커피>

을지로 3가역 지하상가에 위치한 시티커피

여기 너무 좋아해요. 보시다시피 '찐' 레트로 감성이죠. 저희 회의 장소이기도 해요. 따뜻한 커피가 맛있어요.

     



<인현시장 골목 어딘가>

맛이 엄청 있는 건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좋아요. 시장 골목에 술집들이 끝도 없이 있어요. 이곳도 '찐' 입니다. 친구들이랑 회포 풀 수 있고, 미친 듯이 먹어도 3만원 이하로 나와요. 재미있는 건, 메뉴가 있는 게 아닌데 사장님 추천 2만원 하고 음식 6개가 써져 있어요. 주문하면 사장님이 알아서 6가지 음식을 주시는, 사장님 마음대로 그런 느낌.









인터뷰이 김똘똘 김아라

취재 홍주희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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