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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l 02. 2020

필름, 그리고 관계를 맺는 현상소   

망우삼림 忘憂森林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

망 우 삼 림


을지로3가 346-3, 3층

https://www.instagram.com/mangwoosamlim/





망우삼림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망우삼림은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뜻이에요. 필름 현상소이자 스튜디오입니다. 

옛날만 해도 명칭이 사진관이죠. 거기서 다 찍고 필름도 다 현상했었는데 요새는 분리가 돼서 스튜디

오 따로 현상소 따로 더라고요. 망우삼림은 사진관이죠. 현상소든 스튜디오든 편하게 부르시면 됩니

다.  


을지로 이 공간은 어떻게 구하게 되신 거예요?


좀 우연적인 결관데, 사진관을 차리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저는 원래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었는

데 그렇게 생업에 종사하게 되면 작품을 만드는 게 힘들다보니까 이러다 붓을 놓게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조바심이 생겨요. 나름 혼자 집에서 앓으면서 고민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을지로 카페에서 일

하는 친구를 만나러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를 나왔는데 여기에 임대가 붙어 있었어요. 대로라 당연

히 비싸겠지 하고 올라오지 않다가 마침 2층이 또 부동산인거예요. 부동산이 아니었다면 다음에 물어

봐야지 하고 또 지나쳤을 거예요. 그래서 올라왔는데 가격이 제가 감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날 여

러 가지 물어보고 덜컥 계약을 했죠.

 

사진관을 딱 생각하고 계셨다가 계약까지 하게 된 거네요.   


고민의 시작이 사진관을 차려야겠다는 거였어요. 다른 스튜디오나 이런 건 제 성격이랑 잘 안 맞고, 

상행위를 한다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현상소가 좋았어요. 제 전공이랑 맞닿아있는 건 사진관 밖에 

없더라고요. 이 필름 현상소라는 건 1년이고 2년이고 마음에 든다면 계속 이용하고, 친분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저에게는 그런 관계적인 게 중요했어요.




을지로에서 공간을 운영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필름 현상계가 존재한다면 거기에 의미 있는 이름을 남길만한 장소로 만들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길 

생각하면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지역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어쨌든 남아있는 친구들 작업

실이 다 이 근처에 있고, 그들하고도 계속 교류를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상행위를 하지만 주변에 

전시도 있고 하니 감각이 떨어지는 것에서 좀 제재를 할 수 있는 유입들이 이곳에 많아요. 또 문화적

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을지로가 부흥하는 추세고(내려갈 지도 모르지만) 타 지역에 있는 것보다 남들

에게 알리기 수월한 그런 점이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역사가 오래된 것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그게 생뚱맞게 강남에 있다면 억지스러운 분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런 도기 바닥부터 여기 분위

기가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굉장히 잘 어울려서 장소로서도 접속이 굉장히 잘 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걱정도 있겠죠?


걱정은 하나밖에 없어요.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하는데, 서울이나 정부

의 정책 자체가 지키는 것 보다 포기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는 거예요. 외골수처럼 여기가 무조건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자본주의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이곳 현지인으로서 들리는 재개발, 공사 같은 소식들이 

너무 무분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언젠가는 이 자리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은 먹고 있어요. 시

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여기는 없어진다고 생각을 애초부터 하고 있었거든요. 투쟁을 하면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라기보다는 보존되면서도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지역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시는 편인가요?


제 작업 스타일이 원래 집 주변 지역, 장소들을 아카이빙 하는 거였어요. 다양한 매체로, 위트 있는 

방식으로요. 


인터뷰하기 전에 봤어요화성 프로젝트요.


제가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살고 있는 집 주변에 지역, 장소들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많이 했었어

요. 단순히 기록으로서의 사진으로 아카이빙 하는 것이 아니라 위트 있게 다양한 매체를 써서 다른 

것으로 환원한다던지, 시각을 달리 해서요. 매체를 다양하게 써서 작동방식이 전통적인 아카이빙 방

식이 아닌 걸 좋아해요. 여기서 아직까지는 아이디어가 없지만 뭔가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돈 버는 거에 너무 바빴네요. 


 

충돌되는 부분에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작품 활동을 하는 것과 공간을 운영하는 부분에서요


그게 제일 고민이고 현실화되고 있어요. 근데 제가 간과했던 부분도 있어요. 역시나 작품을 만든다는 

건 엄청난 돈이 드는데, 사실은 이 일을 하기 전까지 프리랜서로 일은 해오긴 했지만 불규칙적이었

고, 그 불규칙함에서 또 계속 전시는 있는 거예요. 작업은 해야 하는데 일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

도 있으니 빚이 쌓였어요. 전시를 하게 되면 기본 500만원 600만원은 깨지니까요. 나중에는 점점 돈

을 안 쓰는 방향으로 전시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작품이나 전시 퀄리티가 확 떨어지게 되죠. 이

제는 제가 필요한 장비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는 되고 어디 나가면 액자 값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정

도로 벌어요. 어떻게 보면 그 고민이 되게 바보 같았다고 생각하는 게 돈도 없는 놈이 돈부터 벌고 

작업을 해야지, 돈 없이 기금이나 지원을 받는 돈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받아썼지만.) 지금은 그 

딜레마가 많이 사라졌어요. 왜냐면 지금 당장은 바빠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요. 그런 부분에서 전업 작가들에게 지원이 많이 이뤄져야 해요. 

 

제일 애정 하는 카메라가 여기 있나요?


중요한 질문하셨는데 이런 거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는 못돼요. 왜냐면 좋아하는 카메라가 없

어요. 정해놓고 쓰진 않거든요. 그때그때 필요한 거 아니면 눈앞에 집히는 걸 써요. 카메라는 렌트해

서 쓸 수도 있어요. 현실적으로 돈이 없으니까 한번 샀다가 프로젝트 끝나면 바로 팔고 하는 게 되풀

이 되니, 어디 하나에 정붙이기가 힘들어요. 제가 여유로웠다면 하나씩 저의 장롱 속에 갖다 놨을 텐

데 한 번도 1년 이상 제 손에 있어본 적이 없어요. 이런 적은 있었어요. 제가 당시 120만원에 렌즈 

세 개랑 구성을 샀는데 10개월 뒤에 160만원에 팔았어요. 그럼 40만원 이득을 봤잖아요? 그런데 그

로부터 5년이 지났거든요. 지금 그 세트를 사려면 무려 450만원이 들어요. 갖고 있었으면 3배 재테

크가 됐겠죠. 물론 지금 그게 있으면 안 팔겠지만. 심지어 그걸 다시 사고 싶거든요. 좋은 놈이라. 


필름이 단종 돼서 가격들이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다 그런 건 아니고 아직 많이 나오는데 이정도만 유지해줘도 쭉 나올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앞으로 

더 줄어서 안 나오게 되면 그때는 힘들지 않을까 해요. 지금보다 더 오르면 쉽게 이용하기에는 젊은 

친구들에게 비싸거든요. 현상료는 싸도 필름 값이 너무 비싸서요. 만원에 36장을 찍는 다는 건 사치

거든요. 그러니까 필름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젠가 끝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어요. 빠르면 

3년, 길면 10년 정도로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위압감은 사실 크게 없어요. 하는 동안 최대한의 효율

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이게 오래되면 좋겠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여기서 스스로 그만둘 일은 없지만 외압적인 것에 의해 그만두게 된다면 받아들이

려고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을까요?


망우삼림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테크닉을 가르치기보다는 사진의 역사 같은 것들이요. 코닥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유명한 작가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도로요. 재미있게 하

려고 해요. 사진관이 결국에는 손님한테 물건을 파는 건데 제가 원래 활동하던 영역이 있다 보니 내

심 그 영역을 자랑하고 싶은 거거든요. 제가 어떤 업적을 이뤄왔다가 아니라 이런 영역이 있다는 걸

요. 그 자랑이 곧 미술계와의 링크라고 생각하고요. 그것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요즘은 유튜

브 같은 미디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뭔가 가르치는 걸 좋아해요. 그게 고압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떠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도 제 에너지를 어딘가에 풀어야하는데 여기서 못 푸니

까 거기에라도 풀려고 하고 있어요. 




을지로에서 좋아하는 곳이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에이스포클럽>  

도록 2층 에이스포클럽 가보셨어요? 저는 거기 사장님과 친한데 왜 친하냐면 공사를 비슷한 시기에 해가지고. 제가 도록 공간 형이랑 쉬프트랑 친하니까 여기도 많이 도와줬고. 그 때 같이 시작했던 동기 같은 느낌이에요. 그냥 동기만 같았으면 추천을 안 하는데 저분들이 나이가 어린 부부세요. 예술적이라던 지 그런 쪽으로 지식이 풍부하다 그런 건 아닌데 사람이 철학이 확고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저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는 게 저는 살면서 왔다 갔다 하는데, 거긴 되게 올곧은 면이 있어서 계속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요. 가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에이스포하우스>

에이스포클럽이 있고 바로 옆에 2호점인 에이스포하우스라는 곳이 있어요. 2호점은 소위 말하는 앤틱숍이에요. 저는 철제 그런 걸 좋아하는데 거기는 저의 취향과 대척점에 있는 미드 센츄리 이런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지금은 한국적인 걸 좋아해요. 그런 걸 또 모으고. 저보다 훨씬 어리지만 학습의지가 있는 분이라 앞으로 제 나이가 됐을 때 저보다 훨씬 더 풍부한 지식과 그런 것들을 갖게 될 것 같아요. 을지로에 엔틱숍이 몇 군데 있는데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인터뷰이 _ 윤병주

취 재 _ 김성현, 홍주희

글 & 편집 _ 홍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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