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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n 25. 2020

디자인으로 더하는 사물의 표정

스튜디오플랫플래그

을지로 3가 사거리, 귀여운 캐릭터 간판이 눈에 띈다. ⓒ 스튜디오플랫플래그




학생 작품 환영 이런 게 쓰여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학생들이 올라와서 여기 아크릴 집이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내 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아티스트로서 메꾼다는 의미에서 제 캐릭터를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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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플랫플래그

염승일 아트디렉터, 방지숙 디자이너, 이현규 일러스트레이터


studioflatfl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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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3가 사거리에 있는 캐릭터 간판이 눈에 띄어요. 간판을 보고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공간인데, 스튜디오플랫플래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희는 아트 앤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보통은 클라이언트 작업인 브랜딩 디자인을 하고, 각자의 개인 작업과 전시도 하고 있어요.


세 분이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는지,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해요.


 일싸(이현규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 위주의 작업을 많이 하고, 저는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을 잡는 디자인을 위주로 하고, 작가님은 그 전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세요.


 일싸가 온 지 1년이 됐고, 방 디자이너와 3년째 일하고 있어요. 저는 그냥 아티스트였어요. 아트 작업을 하는데 어시스턴트가 필요해서 방지숙 디자이너와 같이 일하게 됐어요. 그러다 예술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어서 디자인을 슬슬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방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곧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3년 전에 스튜디오로 모습을 갖추고 일하기 시작했어요. 둘이 같이 만든 거나 다름없죠. 옆에 B동이라고 도예 공방도 있어요.


도예 공방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지금은 주말에만 공예 하는 친구가 와서 일하고 있어요. 작년에 삼성에서 도자기 작업을 요청했는데, 급할 때는 가마를 때고 공장처럼 만들어내는 작업을 했어요. 지금 스튜디오에 있는 도자기가 삼성 갤럭시 노트 체험관에서 전시했던 작품이에요.



스튜디오 한쪽 벽면에 자리한 도자기 작품.



스튜디오플랫플래그 이전에 을지로에서 작업을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저는 2015년에 왔어요. 상업화랑이라는 전시 공간이 있는데, 그 건물에 있는 공동 작업실에 먼저 들어왔다가 좋아서 지금 이 공간을 얻었어요.


위치가 너무 좋아요. 간판이 하이라이트예요.


 스튜디오플랫플래그 의미가 간판이 평평한 깃발 같다고 해서 붙이신 거죠?


 네, 여기가 원래 아크릴 집이었어요. 학생 작품 환영 이런 게 쓰여 있어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학생들이 올라와서 여기 아크릴 집이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내 걸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돈 벌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아티스트로서 메꾼다는 의미에서 제 캐릭터를 넣은 거예요. 캐릭터를 넣었더니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이색적이었어요. 지금은 어떤 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나요?


 떡 브랜드, 카페, 그리고 예전 클라이언트분들과 계속 연락해서 만들어나가는 것도 있어요.


 특이하게 대만의 밀크티 브랜드가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한 것도 있어요. 대만에서 밀크티 브랜드가 흔하니까 한국 디자이너한테 의뢰해서 신선하게 해 보고 싶었나 봐요.


홈페이지에 올린 브랜딩 작업을 봤어요. 예술 작품은 주로 어떤 작업을 해 오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하피라는 캐릭터로 책을 한 번 만들었어요. 하피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나서 이 캐릭터를 아트토이로 만들고 싶었고, 표면의 영롱한 느낌이 좋아서 도자기를 선택했어요. 공방에 다니면서 공부했는데, 어린아이가 하얀 도화지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얼굴을 그리듯이 저도 눈, 코, 입, 얼굴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보통 공방에 가면 머그잔이나 항아리를 만드는데 저는 여기에 얼굴을 넣기 시작했어요.


해외 전시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해외 초청받아서 전시한 적도 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문래동에 있는 것들을 오브제로 만들고, 춤으로 표현한 전시를 했어요. 이것도 보시면 저의 독특한 동글동글한 조형성이 담겨 있고, 이 안에서 문래동의 철공소나 거리의 풍광을 다시 표현한 거죠. 대만에서는 레지던시로 3개월 정도 지냈어요. 일본 작가랑 2인전을 했는데, 대만에서 귀여운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했어요. 롯데갤러리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전시를 했고요. 비숑도 이목구비의 비례가 달라지면 귀여운 느낌이 달라지는데, 이런 것들을 느껴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죠.


 바퀴벌레도 표정이 있으면 귀여워질 수 있어요.


귀여운 것들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귀여운 것 같아요. 편안함을 느끼는 것. 사자도 보면 새끼는 귀엽잖아요. 나를 헤칠 것 같지 않으니까 귀여운 거라고 볼 수 있죠. 어린 시절에는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보호를 받으면서 잘 성장할 수 있고요.


혼자 작업하다가 같이 디자인 작업을 하는 건데, 어때요?


 같이 작업하면서 서로 부족한 것 더해주고, 보완해 가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지금 이곳에서 1년 차 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일싸가 그림을 엄청 잘 그려요. 브랜딩이 재미있어요. 커피 브랜딩을 한다고 하면 커피를 연구하고 알아가게 되는 것도 재미있고, 짧은 호흡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 로고를 만드는 과정이 예술 행위랑 비슷해요. 저희가 알고 있는 인문학 지식을 이용하는데, 한 가지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아빠가 육아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서 오대디라는 이름을 가지고 왔어요. 우리가 그 이야기를 듣고 타이포와 로고 등 디자인해 준 거예요.


 관련 정보를 찾다가 아빠 황제펭귄이 60여일 동안 추위와 맞서서 알을 품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펭귄을 로고로 만들었어요.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인문학 지식을 활용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좋은 식당에 가 본다든지 여행을 같이 간다든지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요.



스튜디오플랫플래그는 개성 있고 독특한 디자인 컨설팅을 선보인다.



의뢰를 받아서 하는 디자인 작업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예술 작업을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재미있어요. 오히려 개인 작업이 개인 작업대로 어려운 면이 있어요. 스스로 원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능동적이기 쉽지 않아요.


함께 일하고 있지만 멀리 보았을 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각자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스튜디오플랫플래그와 일치화되었기 때문에 자, 일싸 얘기해 봐. 일싸의 큰 꿈은 지구 반대편에 본인의 작품이 있는 거예요.


 지구 반대편에 제 그림을 놓고 싶고, 나중에 제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하나의 아이덴티티처럼 제 이름을 쓰고 싶어요.


일싸 뜻이 뭐예요?


 생일이 11월 11일이라서 1이 4개, 일사였어요. 그런데 약간 센 발음이 말하기 좋더라고요. 일사는 좀 맹해 보여서 일싸로 바꿨어요. 근데 검색하면 이상한 이미지가 나오기도 하고.


 그걸 일싸 이름으로 덮는 거지. 방 선생님 꿈은?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웃음) 저는 스플플에서 열심히 함께 아트 작업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싶어요.


 우리가 시간 날 때마다 이모티콘을 만들고 있어요.


카톡 이모티콘 말씀이세요? 또 엄청 귀여울 것 같아요.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사과티콘. 박수 치는 수박티콘. 아이디어는 같이 얘기하면서 짜고, 그림은 일싸가 그렸어요.


함께 다양한 일을 하시네요.


 브랜딩 일도 있지만 스케줄 중간중간 비는 시간이 있을 때 홈페이지 관리도 하고, 이런 이모티콘이라든지 캐릭터 개발을 해요.


 이것도 나름대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 기존의 예술보다는 상업적이지만 자체 기획물.


사실 작가님은 그걸 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상업과 순수 예술.


 결국에는 다 상업이에요. 구조라는 게 밥을 먹고 살아야 팔을 드니까. 결국에는 작품이 팔려야 지속 가능성이 생기잖아요. 나 좋자고 하는 것은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블로그에 글을 써도 누군가는 읽을 거라는 걸 상정하고 하는 거고요.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캐릭터를 만들어서 인스타툰을 내고, 공예를 활성화하려고 해요. 공예 하는 친구에게 접시를 만들어 보라고 했거든요. 접시를 만들어주면 일싸, 방에게 주고 자신만의 색깔로 칠하는 거예요.


사업 머리도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웃음)


 작은 사업이긴 하지만 계속 사업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때 MBTI 검사하면 감성적, 무계획 이런 게 많이 나왔는데 사업을 하다 보니 계획적인 사고, 이성적인 사고가 늘어났죠. 저는 늘 가계부를 쓰고 각자 일정표를 쓰게 해서 일정 관리도 하고, 계획성 있게 살고 있어요.


 저희는 야근을 안 하거든요.


맞아요. 4시 반 퇴근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보통 디자인 회사 다닌다고 하면 야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짧은 시간에 몰입해서 일해요. 9시 반에서 4시 반까지.


거의 덴마크 워라밸이네요.


 을지로 속 덴마크. (웃음) 늘 이야기하지만 둘이 잘하니까 할 수 있는 거예요. 저도 회사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5시간 졸면서 일하는 것보다 맑은 정신으로 2시간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우리 보라카이 간 사진 보여 줘야지.


보라카이요? 워크숍이요?


 영감을 빌미로 여행을 잘 다녀요.


 브랜딩을 잘 하려면 많이 봐야 해.


맞아요. 중요한 것 같아요. 다음에 사람을 또 구하시면 경쟁률이 높겠는데요.


 보라카이 같은 곳에서는 자연을 보고, 도쿄 같은 도시에 가면 로고나 캐릭터 같은 것들을 봐요. 1월에 갔는데, 보이는 캐릭터를 다 찍었고 나중에 회의할 때 서로 보았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얘기할 수 있었어요.


 나는 살면서 여러분과 여행한 것만큼 재미있는 여행이 없었어요. 일싸 어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친구들이랑 가면 디자인 이런 이야기 잘 안 하잖아. 이랬던 사람들이 개인 시간 주니까 그렇게 좋다고. (웃음)


혼자 일하다가 다른 누군가와 같이 일하기로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최저임금이 힘들어요. 처음에 최저임금도 못 줬어요.


 처음에 말씀하셨던 게 돈을 많이 주지는 못 하지만 칼퇴근은 당연하고, 업무 시간을 조율해주겠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어시로 같이하고, 상업적인 작업을 안 했기 때문에 이 스튜디오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요.


처음 같이한 예술 작업은 어땠어요?


 큰 작업이었는데 계약금만 받고 중간에 무산되었어요. 방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잘하니까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기도 하고 미래가 불투명했어요.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구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와 시작하는 게 제일 좋아요.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랑 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요. 더 큰 일을 해볼 수 있어요.


 저희 안에서 어떤 결과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내부적으로 발전하니까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요. 작가님과 둘이서 일할 때는 나란히 앉아서 작업했어요. 서로 안 쓰는 기능을 발견하고, 알아가고.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일한다고 하면 프라이버시도 없고 어떻게 그렇게 일하냐는 반응을 보이는데, 저희는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는 게 좋고, 그게 제 방향이기도 해요.


을지로에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물결

옆에 있는 술집인데 을지로가 힙지로가 되기 전부터 있던 곳이에요. 을지로 카페 같은 데 가 보면 건물이 미로 같잖아요. 여기 도대체 어디지, 이런 마음으로 갔는데 딱 문을 여니까 다른 공간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N/A

N/A라는 갤러리를 좋아해요. 사진 찍는 실장님 두 분이 만든 곳인데, 전시를 되게 재미있게 잘해서 한 번씩 가요.








취재 길수아

글 & 편집 길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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