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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n 23. 2020

모든 빛깔을 망라하는 보석

오팔 OPAL




제가 오팔을 좋아하는 이유는 빛의 각도나 정도에 따라 원석의 색깔이나 깊이가 달라 보여서예요.

이곳은 그런 신비로운 겹겹의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고 싶다는 의미가 있어요. 단순히 옷이나 레코드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뭔가 엉뚱하면서도 의미 있는 그런 일을 하는 공간이고 싶어요. 




오팔 OPAL


서울 중구 을지로 16길 2-1, 2층

https://www.instagram.com/opalseoul.kr/



■ 먼저,  공간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요한 먼저 와이프는 패션 md출신이고, 저도 패션 쪽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었고요. 옷에 들어가는 그래픽이나 전반적인 브랜딩 관련된 것들을 만드는 일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 저희 거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을지로에 둥지를 틀게 됐고요.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생산되고, 많이 버려지는 이런 것들에 회의감이 좀 있었어요. 패션 산업이란 게 밖으로는 고상한 척을 하지만 반환경적인 것들을 지켜보게 되면서 -몇 톤씩 태우고 이런 것들이요- 그런 회의감이 있던 차에 저희가 또 옛날 물건들도 좋아하고 그래서, 사실 옛날부터 아내는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에요. 빈티지샵. 그래서 지금이 좋은 시점이라는 생각을 해서 시작을 하게 됐고, 제 입장에서도 요즘에는 유통에도 물건만 좋다고 팔리는 것이 아닌 시대가 됐더라고요. 뭔가 새롭게 큐레이션 된다던지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중요해져서 재밌는 일을 해볼 수 있겠다-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제 친구이자 DJ가 프로젝트성으로 같이 참여해서 음악 셀렉션을 해주고 있구요. 


■ 오팔의 의미는 뭔가요?


김요한 오팔은 보석이 가지고 있는 모든 빛깔을 망라하고 있는 보석이에요. 처음에는 원을 생각했고, 방범창 패턴에 영감을 받아 –저기 걸려있죠- 지금의 로고를 만들게 됐고요.   





■ 오팔이란 공간에서 큐레이션 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궁금해요.


DARKSIDE PARTY

김요한 작년 3월에 DARKSIDE PARTY를 진행했어요. 의류 디자이너들이 블랙에 대한 애착이 많잖아요. 거기서 착안해서 그 사람들의 옷들로 큐레이션을 하고, 검정색을 주로 쓰는 이유가 아무래도 형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색깔이 있으면 색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잖아요.

윤소영 저희는 그런 트위스트를 즐겨 해요. 사실 봄인데. 꽃이 만발할 3월에 다 시커멓게, 모든 행어를 다 까맣게 칠하고, 인테리어도 다 검게 해서 비주얼적인 면이나 청각적인 면이나 모든 거를 하나의 테마 아래서 코디네이션을 했었죠. 

김요한 음악도 아무래도 상업적인 공간이다 보니까 늘 신나는 노래가 나오거나 밝은 음악이 나오는 게 되는데 꼭 그래야 되나? 그런 생각이 또 드는 거예요. 어두운 음악들도 좋은 노래가 얼마나 많은데. DJ 친구와 그런 음악 리스트를 뽑아서 애플뮤직에 올려 공유하고 있어요.   


PURPLE RAIN

윤소영 4월에는 가수 프린스를 추모하는 달이라서 그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퍼플레인이라는 컬렉션을 진행했었어요 -프린스의 대표곡이 퍼플레인이에요- 다른 빈티지샵과 같은 주제지만 다른 아이덴티티로 같이 상생하는 협업을 진행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재밌어하셨죠. 

김요한 가게의 성향이 서로 달라서 아마 비교하는 것도 -고객들이 꽤 겹치기도 하거든요- 재밌었을 거예요. 


HELMUT LANG

김요한 90년대 헬무트 랭을 오마주로 작업 했어요. 굉장히 미니멀한 디자인을 보여줬던.

윤소영 선도, 디자인도. 그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거든요. 군더더기를 다 제하고 소재랑 실루엣만으로 표현한 브랜드로 사람들이 많이 놀랐어요. 그런데 한창 전성기를 누리다가 2000년 초반에 홀연히 사라져요. 아트로. 그래서 브랜드를 대기업에 팔아요. 다른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어서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저 때의 헬무트 랭이 진두지휘하던 시절을 그리워해요. 그래서 매니아들이 많아요. 저희가 오마주 컬렉션을 했는데, 진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김요한 그 때 당시에 옷의 미니멀리즘을 표현하면서 캠페인을 같이 했었어요. 그래픽 디자인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캠페인이었어요.

윤소영 저 때 제가 잡지를 모았던 시절이라 충격을 받았던 게, 얼마나 자신이 있으면 브랜드 로고만 딱! 두었을까. 보통은 다 옷 엄청 화려하고 디테일 다 보이게 광고 찍고, 모델 화려한 포즈 하고, 그런데 저게 나와서 충격이었죠. 


O MAJOR

김요한 여름을 맞이해서 음악의 장조로 좀 밝은 분위기로 가볍게 해보자- 해서 시작을 했구요. 을지로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종이를 쌓아놓고 천막 천을 덮어놓고 끈으로 많이 매 놓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보고 이걸 적용해보면 재밌겠다― 해서 인테리어를 했고. 또 여름이니까 휴가철 계곡에 사람들이 천막 쳐놓고 하는 거에 영감을 받아서 큐레이션을 했어요. 평소에는 무겁고 좀 불편한 가게일수도 있거든요. 저희 가게가. 그런 거를 좀 없애보려고 했죠. 

윤소영 그러고 한 달 후에 저 천막 천을 하루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가방을 만들었는데 딱 11개가 나오더라구요. 가게 VIP?? 이런 분들에게 드렸는데, 마침 오늘 단골분이 가방 사진을 보내오셨어요. 스토리에 올려주셨죠. 뒷얘기지만 이 가방을 원하시는 손님들이 많으셔서 천막을 더 사서 만들었어요.


기부 프로젝트

김요한 자선행사 많이 하잖아요? 바자회도 참여해보고 좋은 일에 쓰는 일을 해봤는데, 진짜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더라고요. 물건 준비하는 거서부터 당일 아침에 싣고 가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판매를 하고. 그 날은 굉장히 뿌듯했지만 계속 하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거죠. 첫 번째로 제 친구한테 물건을 받아가지고 그걸 저희가 물건을 팔면서 같이 판매를 해봤어요. 그 비용은 전액 기증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거죠. 좀 장기적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윤소영 8월 8일이 세계 고양이의 날이에요. 저희 야옹이들도 출연을 시켰는데, 저희 야옹이들도 사실 유기묘예요. 이 뜻을 기리어 고양이와 관련된 물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여기서 발생한 수입금은 유기묘들에게 주었죠.   



저에게 의미있는 오브제라면 이 오팔 문양의 열쇠고리예요. 단골 손님이 직접 만들어 선물로 주셨는데 너무 감동이었죠.



■ 을지로에서혹은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윤소영 제일 중요한 거는 큐레이션이에요. 저희는 거의 매일 인스타 피드를 올리는 편인데, 작은 신상품 하나라도 테마성으로 올려요. 을지로를 돌아다니면서 인상적인 거를 찍어서 저희 제품과 연결시키기도 하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을지로나 이 지역 분들한테 사실 고마운 게 많아서 이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너무 좋고, 참여하고 싶어요.

김요한 생각은 많이 하고 있어요. 그 중에 재밌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이 앞에 카페가 하나 있어요. 민카페요. 거기 간판에 COFFEE & TEE 라고 쓰여 있는데, TEA가 아니라 TEE로 돼 있어요. 그래서 우리 민카페랑 티셔츠를 팔아보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웃음)    

윤소영 제가 민카페를 자주 가요. 그 분이야말로 을지로 토박이시고, 도와드리고 싶고, 사실 제가 거기 흑당라떼를 좋아해요. 맛있어요. 

김요한 을지로는 뭔가 허술(?)하면서 재밌어요. 저희 처음 여기 왔을 때도 열쇠를 받아서 카피하려고 맡겼어요. 5시에 오라고 해서 갔는데 아직 안 됐다고 내일 오라고 해요. 내일 가서 계산하고 와서 돌렸는데 이게 또 안 맞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뭔가 허술한 게 있어요. 그게 그런데 저희는 사람 냄새가 나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윤소영  앞으로는 빈티지를 취급하지만 단순히 중고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웬만한 브랜드와 견줄 수 있을 하이 퀄리티의 룩북도 촬영해보고 싶고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엉뚱한 프로젝트라도 주변 이웃들과 함께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의미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그런 기획들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오팔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윤소영 저희 이름 오팔. 제가 오팔을 좋아하는 이유가 원석이 빛의 각도라든지 빛의 정도에 따라서 색깔도 달라 보이고 깊이도 달라 보이더라구요. 그러한 신비로운 겹겹의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고 싶다는 의미가 있어요. 단순히 옷이나 레코드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뭔가 엉뚱하면서도 의미 있는 그런 일을 하는 공간이고 싶어요.

김요한 저는 더 많은 공감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여기 오는 사람들하고. 예를 들어서 음악도 내가 잘 모르는 음악이니까 관심이 없다가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하면은 훨씬 더 사람 사이에 가까워지는 게 있잖아요? 


■ 을지로에서 좋아하는 곳들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경일옥>

윤소영 저희 방문객들은 거의 97%는 인스타 보고 오시고. 나머지 2~3%는 밑에 경일옥 피자 손님분들이 올라오시기도 해요. 경일옥 피자하고도 저희는 굉장히 좋은 이웃인데요. 비슷한 시기에 오픈을 했어요. 

김요한 거기 가보셨어요? 맛있어요. 가보세요. 거기 메뉴에도 오팔이라는 메뉴가 있어요. 오팔피자는 고수하고 엔초비가 들어가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윤소영 그게 사장님이 먼저 제안해주셨어요. 이태리에서 공부하셨는데, 나폴리 지역에서는 흔한 거래요. 단골의 이름을 따서, 그 분이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서. 인스타 보시면 경일옥 사장님이 또 한 포토 하셔서........ 직접 찍어서 다 올리시거든요.


<더 엣지 The Edge>

윤소영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운영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 모르겠는데, 을지로에 둥지를 틀 생각을 아무도 안 할 때 프랑스 남자 두 분이 레코드 가게를 여셨어요. 

김요한 프랑스 인디, 일렉트로닉 음악을 판매를 했었고, 지금은 좀 더 확장해서 와인을 마시면서 한쪽에서는 디제잉을 하고. 

윤소영 클럽 아닌 클럽. 그런데 음악이 좀 남다르고, 와인 셀렉션도 굉장히 훌륭해요. 그분이야말로 을지로 1세대인데 다들 충격을 받았죠. 이렇게 허름하고 접근성이 어려운데, 계단도 막 높고.... 이릏게 이렇게 가면 의외의 공간이 펼쳐지는 거죠.

김요한 신도시하고 수선화하고 클리크 레코드 하고 1세대....... 클리크 레코드에서 에지로 확장을 한 거예요. 클리크가 모태인거죠.  

윤소영 그런데 그 분이 인터뷰가...... 되시지? 프랑스 분 두 분이신데 재밌는 게, 프랑스 프랑스 한 분이 있고, 다른 분은 한국분인데 프랑스 국적을 가졌어요. 그런데 프랑스 프랑스 분이 더 한국말을 잘하세요. (웃음)

김요한 근데 모르겠네요. 지금은 어떻게 분리를 하고 운영을 하고 계신지. 다시 합친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인터뷰이   김요한, 윤소영

취 재   백유경, 홍주희

글 & 편집  홍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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