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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n 18. 2020

오타쿠 성지에서 담아내는 다양성의 예술

콜론비아츠 갤러리 



주소 서울시 중구 세운상가 4층 나, 다열 434호
웹사이트  www.colonbarts.com
인스타그램 @gallerycolonb 




이곳 세운상가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저희는 파인 아트 순수미술 갤러리로 시작했지만 순수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는 콘텐츠를 해왔어요. 그래피티나 애니매이션, 만화, 피규어 같은 서브컬쳐와 파인아트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어요. 사실 지금 전시들도 보면 정통 파인아트이지만, 주제나 스토리는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콘텐츠에 맞는 장소가 어디인가 를 서치해본 결과, 세운상가가 나왔어요. 세운상가는 오타쿠의 성지예요. 이곳은 장인 분들도 계시지만 한 분야의 오타쿠들의 집결지이기도 하거든요. 외국 분들도 오시면 이런 곳이 없다 라고 말씀하세요. 엄청난 규모의 오타쿠들이 모여있는 제대로 된 곳이다 라고요. 그리고 저희 갤러리의 성격과도 맞아서 온 이유도 있어요. 두 번째는 미술품이 고가가 많은데, 여기가 보안이 엄청 철저해요. 저녁때면 닫히고 휴일에도 아무도 못 들어가고요, cctv도 곳곳에 달려있어요. 또 설치에 필요한 공구, 페인트들이 주변 곳곳에 널려있어요. 인쇄부터 시작해서 원스탑 시스템이죠. 이런 것들이 삼청동이나 서촌에서는 힘들어요. 며칠 씩 걸리기도 하고요. 여기서는 인쇄소에서 시트 같은 것들도 뚝딱 뽑아서 붙이면 돼요. 




오타쿠들의 성지. 장소의 성격을 정확하게 짚으셨던 것 같아요. 콜론비아츠에서는 주로 어떤 전시가 진행되나요?

말씀드렸던 오타쿠 문화를 예술로 인정받게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타쿠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거든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요. 사실 제가 되게 오타쿠예요. 




어떤 오타쿠세요?

만화 오타쿠예요. 오타쿠는 굉장히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그 베이스를 가지고 창작활동을 하면 퀄리티가 이미 어마어마해요. 미니어처를 만든다던지 피규어를 만든다던지 이런 것들이 저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전시를 기획하신 적이 있나요?

네. 많이 했었어요. 초기에 공대출신의 작가님이 ar 전자 쪽 오타쿠이셔서 직접 ar 증강현실을 만들어내셨는데, 그걸 전시하기도 했었고. 또 패션 리폼하시는 분들이 오래된 옷을 업사이클링해 heritage 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창작성을 보여주셨던 적도 있어요. 패션디자이너 분들이셨는데, 한땀 한땀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이름을 찾는 식물들> 이라는 전시라고, 식물 세밀화 하는 분과 함께 작업했던 적도 있는데요. 국립 수목원의 작가이신데, 다 점을 찍어 작업을 완성했어요. 1mm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서 점으로 찍어서 그린 작품이에요. 그 작품의 경우 과학을 목적으로 했지만 결과는 예술이 된 것이죠. 이런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피규어 전시도 하고요.



콜론비아츠 안선영 대표


기획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전시가 있다면?

너무 많은데... 제가 일본에도 많이 가고 일본 아트센터나, 갤러리와 같이 협업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일본 사람들 중에 오타쿠들이 많다 보니까요. 기억에 남는 전시는 아라이 라는 작가가 있는데요. 그분의 전시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그 전시가 페미니즘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초현실주의 달리의 석상 같은 것도 보면 팔다리가 절단이 되어있고, 여성의 신체가 변형되어 있어요.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리얼리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전시를 시작하고 나서 여성단체 이런 곳에서...




비판이 있었군요. 

엄청나게요. 제가 리얼돌 전시를 한다고요. 절대 그런 전시 아닌데. 아라이 작가는 엄청난 만화(애니메이션) 덕후예요. 자신이 어렸을 때 접했던 여성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그것을 surrealism으로 재구성한 작업을 해요. 완성도가 어마어마해요. 모든 파츠, 속눈썹, 머리, 악세서리를 다 만드는 분이에요. 저는 덕후로서 너무 좋았는데 당시에 때려맞은 거죠. 그 전시를 통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진성 오타쿠들이 설 자리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해외에서는 그런 작품들을 작품으로써 인정해주는 편인가요? 비판적인 입장이 없는지 궁금해요.

예를 들어 리얼리즘인데 surrealism 작품을 결합한 인형의 작품이 있어요. 독일 작가인데, 한스 벨머(Hans Bellmer)라고 굉장히 유명하고요. 거기서는 하나의 장르예요. 




장르로 인정을 받는다...

예술장르로써 굉장히 고가에 거래가 돼요. 그곳에서는 예술품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개념이 없다보니 이곳이 리얼돌 전시하는 갤러리 이렇게 소문이 난 거죠.




그렇게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싶으셨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고 하신건가요?

저는 오타쿠 컬쳐와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딱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술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스타일을 만드시는 작가님 몇몇 분들을 알고 있지만 솔직히 그 정도 퀄리티로 만드시는 분들은 찾아볼 수 없거든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그 전시가 저희 갤러리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파인아트와 서브컬쳐의 접점을 만들어지겠구나 하면서 되게 좋아하고 설레서 전시했는데 말이죠.



콜론비아츠에서 진행된 <2019 Winter Show> 전시 中 ⓒ 류지영


다음 전시는 어떤 전시인가요?

다음 전시는 그래피티 하시는 분의 전시예요. 한국 1세대 그래피티를 하신 분인데요. 무한도전이나 서태지와 아이들 작업도 하셨어요. 한국 힙합 대상에서 그래피티 부문에서 대상을 받으셨던 분이에요. 그분과 작년에 업사이클링 그래피티라고 해서 그래피티 작품도 전시를 하고, 오래된 가방과 옷에 그래피티를 했어요. 그래서 전시도 하고 판매도 했었어요. 그 프로젝트를 다시 하려고 해요. 비슷한 콘셉트로 이번에도 업사이클링 개념을 넣어서 할 예정이에요.




세운에서 친하게 지내는 가게나 장인 분들이 계시다면 같이 알리고 싶어요. 

이정성님이시라고, 백남준 작가의 작업 함께하셨던 분이 계세요. 백남준 작가의 테크니션이시죠. 대림상가에 계신데, 백남준 작가 작품을 다 고치실 수 있어요. 작가가 활동했던 플럭서스(Fluxus) 라는 그룹이 있잖아요. 사실 저는 플럭서스(Fluxus) 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플럭서스(Fluxus) 정신이 뭐냐면 새로운 시도.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결코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향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 그것이 플럭서스(Fluxus) 정신이거든요. 백남준 작가가 새로운 material을 가지고 예술을 창조했듯이요. 그런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이셨기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을지로 예술가와 공간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하고 있어요. 세운상가 혹은 을지로에 있는 예술공간,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추천해주신다면


세운상가의 전시공간 세운아트스페이스 ⓒ 류지영


여기 3층에 세운아트스페이스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퀄리티가 엄청 높아요. 지금 오태원 선생님의 드롭드롭 시리즈라고, 물방울 전시를 하고 있어요. 거기 계신 분들이 순수미술 지향하시는 분들인데요. 그곳이 저의 베스트입니다. 그분들도 굉장히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표면적으로 섞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시각예술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다른 부분으로 계속 접점을 찾고 계세요. 그런 점에서도 좋은 공간인 것 같고요. 완전 파인아트 씬에서만 이야기 드리면, 그런 새로운 시도나 예술성을 강조한 작품들이 전시를 할 갤러리들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갤러리는 첫 번째로 작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얻어야 해요. 그러다 보니 너무 예술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과는 괴리가 생기는 지점이 있어요. 세운아트스페이스는 네 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만들었고, 각자가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공간이에요.  








인터뷰이 안선영

취재 홍주희,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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