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간호사의 임상일기
4일의 근무 동안 함께한 71세 할아버지 J는 그리도 술이 좋으셨는지 입소해있던 병원에서 도망쳐 술집에 도달했단다. 한껏 취기가 올라 몸을 가누지 못했던 그는 CCTV에서도 그 모습이 선명할 정도로 꽝, 하고 넘어지고야 말았고 그 길로 급성 뇌출혈과 후두부 골절을 얻었다.
약 10일간의 중환자실 care 후 점점 상태가 호전되어 뇌, 기도, 정맥에 가지고 있던 큰 관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고 이후 집중치료실로 전실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중환자실을 떠나 4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는데, 엄청난 양의 가래와 염증수치 악화로 close 한 내과 treatment가 필요해진 탓이다.
잠시 한눈판 사이에 들끓는 가래를 시도 때도 없이 뽑아야만 적정 산소포화도와 호흡이 유지되는 그는 지남력이 꽤 살아있는 편임에도 스스로 가래를 뱉기 힘들어했다. 별 수없이 기다란 관이 목과 코로 넘나들며 흡인하는 고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몸에 큰 관도 있고, 낙상 위험성이 꽤 높았던지라 손발이 억제대로 묶여있던 그는 매 석션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내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현했지만 종국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용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5~6번째의 suction 중이었을까, 얕은 신음과 함께 그의 감겨진 두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린다. 기도를 자극해서 불수의적으로 튀어나오는 눈물과는 다른 결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기계처럼 가래를 뽑아대던 나는 그 짓거리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뽑아야 할 가래가 기도와 입안에 가득 차 있었지만, (그래서 큰 의미가 없었겠지만) 그에게 잠시나마라도 휴식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심호흡을 장려하며 눈가의 눈물을 닦아드렸다. 가슴 주위를 따뜻하고 차분하게 두드리면서 할아버지를 진정시켰다.
할아버지가 축 처진 고개를 겨우 들어 눈을 마주친다.
"할아버지, 거의 다 뽑았어요. 그래도 아직 많아서 한 번 더 뽑아야 될 것 같아요, 한 번만 더 해볼까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수긍한 그의 입을 airway로 거칠게 열어 흡인을 시작했다. 오늘 그의 눈물샘은 쉼 없이 가래를 뿜어내는 그의 폐처럼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 나는 그저, "할아버지, 진짜 거의 다 했어요. 좀만 참아요, 좀만" 하며 의미 없는 거짓말을 위로로 위장했다. 이후로도 20~30분 간격마다 석션과 눈물 닦기를 되풀이하다 보니 입에서는 "거의 다 뽑았어요"라고 녹음된 멘트가 자동으로 재생되고 있더라. 40cm에 달하는 suction tip보다 코가 더 길어진 피노키오가 된 듯하여 번듯한 양심에 금이 가는 듯한 근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