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만난 인연과 카르마
작년 한 달 살기 여행에서 만났던 언니와
올해 우연하게 같은 곳 한 달 살기를 같은 시기에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만나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내 나이 29살, 더 이상 인연을 만들 곳이 마땅치 않았던
나는 여행 중 우연하게 그리고 갑작스레 만난 인연인데도, 의외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특히 언니가 나의 이상한 개그에 웃어준다는 것이 가장 좋았고, 언니는 꽤 자유로이 살아왔다고 자부한 나보다도 훨씬 더한 자유로운 영혼이었기에 더 재미있었다
언니는 세계여행을 다니며 일 년에 삼사 개월 정도는
꼭 해외여행 가는 정말 자유로운 사람 그 자체였다.
여름에는 서핑 겨울에는 보드 그리고 여름에는 전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언니였다.
엄청난 부자라서 무조건 해외여행을 넉넉하게
어디든 갈 수 있어 가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 위해서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었다. 직업도 이렇게 살기 위해 안성맞춤인 직업을 가졌고, 그것은 언니가 의도한 바였다.
이런 사람은 평소에 보기 정말 드문데, 어떻게 그렇게
열정이 있고 할 수 있냐고 물으니 언니는 대답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고 그걸 다 겪어야겠어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생 손해라고 말하는 언니의
눈동자는 정말 맑고 투명했고,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이는구나 싶을 정도로.
그 언니를 보며 내 인생도 생각해 보았다.
난 그 누구보다도 언니가 느끼는 “재미”를 느끼는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여행을 한 달씩이나 계획했지만,
사실 그다지 재미가 있지도 않고(지금도 그렇다)
고민거리만 엄청 늘었다.
해외에 나와서 같은 장소에서 하루 종일 서핑이랑
요가만 반복해도 너무 행복해하는 언니를 보며 솔직히 말해서 조금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그 순간을 즐기며
온전히 행복하고 싶다고… 저렇게 온전히 지금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라고
나로 말하자면, 원래 인생을 그렇게 재미있게 느끼는 사람은 아니다. 어떤 것에 꽂히면 엄청나게 몰입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뭐든 금방 질려하고, 어디 장소에 가도 오래 앉아있기 싫어한다. 취미를 가져도 3개월이면 금방 질려버려 그만하고 싶어 한다.
내가 그나마 재미있어하는 것은 생각하기, 자기 성찰 그리고 그나마 요즘 재미는 퍼즐 풀기인데, 그 무엇도 이 언니만큼의 열정이 나오지 않았고 툭하면 인생 로그아웃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 언니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고 싶어 졌다.
어떻게 하면 언니처럼 느낄 수 있는지 궁금했기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다.
일단 밥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났는데,
이건 사소하지만 굉장히 큰 차이이다.
나는 맛없는 걸 먹으면 화가 난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칼로리는 정해져 있는데
맛없는 걸로 음식을 채웠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사실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여행지가 그렇게
밥이 맛이 있지가 않아서 화는 더 자주 났었다.
2번 중1번은 실패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비싼 돈 주고서도 맛이 그저 그랬던 적도 많았다. 그러자 어느 날 사건이 발생 됐다. 언니랑 같이 있다 브런치로 먹은 “머시룸 에그 토스트”에 애먼 팽이버섯과 간장베이스가 들어간 것이다. 괴식을 먹고 나서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맛없게 만들다니.. 어째서 이런 조합을 만들어냈지?
라고 생각했다.
언니에게 이거 한 번만 먹어보라고 맛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나만 이렇게 밥이 맛이 없는 건지 확인받고 싶었다.
사실 처음엔 “응 진짜 맛이 없네”라고 인정받고 내 불쾌한 감정을 인정받고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그런데 언니는 먹어보더니 "나는 밥 다 괜찮은데? 난 다 맛있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한국인이 여기서 이렇게 말을 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해를 한다 친다면 맛을
느끼는 미각의 기준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구나..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언니는 나랑 식당에 갈 때 내가
만족할만한 곳을 데려갔는데 그런 게 반복되다 보니 언니의 입맛이 아무거나 맛있다고 하는 막입이 아니라 맛있는 걸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인데 왜 저렇게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봤다.
"언니는 남한테 추천하거나 나랑 갈 때는 맛있는 데로만 가는데? 언니는 아무거나 다 맛있다고 하는데도, 나랑은 맛있는 데로만 가는 건 막입이 아닌 것 같은데? 사실 맛 잘 아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나는 물음표살인마였다.
입맛논쟁에 대해서 언니에게 엄청 집요하게 물어봐서
결국 진실을 알게 되었다.
언니는 내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말했다.
"그런가? 근데 나는 진짜 다 괜찮아서 그래!"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이다.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 자세하게 물어봤다
"그래? 근데 언니가 평소 먹는 것 중에 언니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저렴한 현지 음식들 있는데, 거긴 나하고 같이 안 갔잖아! 그건 왜 그랬어?"라고 물어보니 언니는 대답했다.
"그건 나한테만 맛있을 수도 있고 관광객기준으론 별로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그렇다면 언니는 맛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다.
아! 역시, 한국인은 그렇지 상향평준화된 음식의 나라에 살고 있는데, 그 차이를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지,라고 생각하고 나서 더 물었다.
“그러면 언니도 일반적으로 맛있음과 맛없음의 차이를 잘 아는 거네? ”
"뭐.. 생각해 보면 그렇지? 근데 나한테는 다 맛있어!"
"그럼 일반적인 관광객 기준으로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는 어떤데? 그건 보편적으로 맛없는 거잖아!"라고 물었다.
언니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아 그렇다면 그건 재미있는 맛이네~! 하고 넘기고 말아 그리고 웬만하면 재밌네 ㅎㅎ 이러면서 다 먹어~"
나는 이 말을 듣고 러키비키 장원영 이상의 긍정걸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맛없는 음식을 "재미있다"라고 생각하며 먹지?
일반적으로는 나처럼 윽! 맛없어! 는 조금 과한 반응으로 치더라도, 그냥 맛없네.. 정도는 생각하거나
최소한 조그만 실망은 하지 않나?
심지어 그렇데 긍정걸인 장원영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품절되면, 잠깐 시무룩해한다거나, 가챠에서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무룩해하는 모습을 어딘가 영상에서 본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언니에게 자기가 먹고 싶은 가게에서 원하는 음식이 품절되는 상황이 오면 “다른 거 먹어봐야지~오히려 좋아^^“ 하고 넘길 것이고, 가챠를 돌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훈이가 나오다니 ㅋㅋ 아주 웃기잖아?” 하고 넘길 사람인 것이다.
결국 언니의 “다 괜찮다”는 말은 본인에겐 진실이지만
남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맛없음, 일반적으론 좋지 않음“ 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긍정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언니의 마인드는 놀라울 만큼 긍정적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밥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이 언니를 멋지다 생각하는 이유는 나열하자면 정말 많긴 했다. 언니는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남한테는 그것을 강요하지 않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자기와 같은 태도를 가지지 않은 남마저도 당연하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가졌다.
그리고 어떠한 삶이 옳다 그르다는 판단자체를
내리지 않고 전부 존중하며, 공감능력이 뛰어나서
나에게 상처가 될 말을 애초에 단 한 개도 하지 않았다.
태생이 엄청나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본인은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겸손함과,
불합리한 일이 있을 때의 정의감 같은 것(사회적인 문제나, 차별 학대 등 남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까지 갖고 있으니, 나는 언니가 지금 병들어버린 사회에 필요한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 같았다.
언니도 본인이 자기답게 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세상은 본인을 좋지만은 않게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행을 1년에 3개월 이상씩 다니는 자기를 자기 주변인들은 좋게 보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결혼 생각이 없는 것에 대해서 주변에서 자주
뭐라고 하는데, 자기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 바쁘고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 연애보다도 더 좋아서,
연애 생각이 있긴 해도 남한테 자기의 생활패턴을
이해해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 대한 비판보다도 "날 이해하지 못하네..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나는 바뀔 생각 없어 이게 나니까!"라고 말하는 모습은 뿌리가 굉장히 단단해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이것은 본인을 잘 아는 사람의 단단함이고 빛이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멋있고 용감하며 대단한 것인지 스스로 알아줬으면 했다.
사람들은 무서워서, 두려워서 남들이 일반적이라고 하는 평범한 선택을 한다. (특히 한국은 더)
그리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보며 방어기제를 세운다.
나를 공격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비난마저 그럴 수 있다며 받아들이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언니의 말에는 모순이 없었고 일정했기에 이것에서 언니의 진실됨을 느낄 수 있었다.
언니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 입장에서 언니는 이상적이다.
하지만 내가 장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삶에 대해서 누군가는 “튄다, 그래서 별로다” 라고 할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 같지 않음을 알고 있고, 오히려 나 같은 사람은 소수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평소 생각만 하고 실제론 본 적 없는 이상적인 세계관속의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 모습은 자유로웠고, 낭만 있었다. 세상을 경험하러 오는 경험주의 인간을 상상했기에 내가 상상만 했던 이상적인 사람의 표본을 보여준 언니에게 나는 찬사를 아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필 이 시기에 이 언니를 우연한 시기에 같은
여행지에서 또다시 만났다는 것, 여행지도 일정도 겹쳤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나를 온전히 긍정할 수 없을 때
하필 나타난 인연이라는 것.
세상이 본인을 부정하려 드는데도 혼자서 꼿꼿하게 본인의 길을 걷고 있는 언니를 만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언니는 나의 카르마 속에서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이자 배워야 할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나에게 그것을 깨닫기 하기 위한 인연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고 한다.
같은 파동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게 된다.
나의 파동과 언니의 파동이 공명하여 연이 되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일이었구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인간은 이렇게 우연 같은 필연이 반복되어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언니는 나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선택이나 생각에 대한
진짜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고 언니가 얼마나 멋진 선택을 한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나처럼 집요하게 물어보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언니를 만남으로써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꿈꿔온 세계의 이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를 더 자세하게 그려보며, 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일상을 잘 살펴보면, 본인에게도 이렇게 사소하지만 깨달음을 주고 받고, 배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있을 것이다.인생에서의 만남이란 사소한 인연으로 시작해서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준다.
결국 인생이란 계속 배우며, 깨달아가는 여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