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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un 04. 2021

유튜브에 남은 육아 앨범

샘터 - 2021.1월호 <행복일기> 기고 글

아침에 메일함을 보다가 유튜브에서 온 경고메일을 확인했다. 

내가 2년 전에 올린 동영상이 18세 이상 관람으로 연령제한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동영상은 자전거를 타는 첫째 아이의 영상이었는데 어떤 기준으로 18세 이상만 봐야 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AI 기술을 도입해서 연령제한을 설정한다고 나와 있는 걸로 보아 기계의 오류인 듯싶었다. 

내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건 10여 년 전, 멀리 떨어져 계신 부모님이 손주들 크는 모습을 보시라고 동영상을 올려두면서부터다. 요즘에는 카카오톡으로 영상을 직접 보내드리니 유튜브를 사용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경고메일 때문에 몇 년 만에 유튜브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그때는 내가 사생활 보호에 크게 예민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동영상이 전체 공개가 되어 있다 보니 아동보호정책에 걸려 이익 창출을 할 수 없다는 멘트가 달려있었다. 

동영상을 일일이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아이들의 10년 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100일 된 날, 앞니가 나온 날, 돌잔치 한 날,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한 날 등 모든 순간순간들이 동영상에 담겨 있었다. 

어찌나 예쁘고 귀엽던지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아이들이 예쁜 줄도 잘 몰랐었다. 

기저귀 치우고, 우유 먹이느라 바빠 그저 아이들이 잠들 때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금쪽같이 귀한 아이들을 나는 왜 더 많이 안아주지 못했을까?’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행복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들을 유튜브에 남겨두어서 참 다행이다. 



출처 - 샘터

https://www.isamtoh.com/monthly/monthly_list.asp?fulldate=2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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