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Jun 04. 2021

살면서 한 번은 장애를 갖는다

"엄마 장애인이 뭐야?" 딸아이가 물었다.

 

"몸이 불편한 거. 우리랑 조금 다른 거. 우리도 다치면 언제든지 갖게 되는 거.

  너 한국에 갔을 때 트램펄린 타다가 팔에 금이 가서 깁스했지? 그게 장애야.

  오빠는 아이스하키 연습하다 발목 다쳐서 보조기구 차고 학교에 갔지? 그런 게 장애야

  학교에서 보니까 어떤 아이가 목발 짚고 다니더라. 그런 거야"


딸아이가 1주일간 조각 수업을 받았다.

선생님 손에 손가락이 4개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때 선생님이 "나는 장애인이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각한 걸 보니 로댕 미술관에 갈 때가 되었다.


프랑스 인구 6,700만 명 중 1,200만 명 즉 인구의 20 %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2020년 통계가 있다.  

통계에 포함된 장애는 80만 명의 '중증 장애'인과 불안, 공황 장애, 불면증 등의 '정신적 장애', 근무 중 일어난 산재, 교통사고 등의 사고, 노령으로 인한 신체 불편함 같은 '신체적 장애'까지... 

한마디로 병원에 다녀왔다면 모두 장애를 가진 것으로 통계됐다. 

프랑스도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장애인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TV에 유명 MC는 얼굴에 커다란 붉은 반점이 있다. 

메이크업으로 가릴 법도 한데 오래돼서 그런지 그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그 자체가 자연스럽다. 

왜소증 배우들도 여럿 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영국 TV에서는 한 손이 없는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한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한국 종교방송에서 휠체어 타고 진행을 보던 남자분이 기억난다. 

왜 공영 방송에서는 중증 장애인을 볼 일이 없을까? 

우리가 그들을 불편한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닌가?


씨리얼 이란 채널에서 본 영상은 심각한 화상 환자가 사고로 본인의 신체뿐 아니라 어린 아들까지 잃고 이혼을 하게 됐다고 한다. 몇 년의 은둔생활 끝에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습을 하려는데 얼굴이 흉측하다는 이유로 채용이 거절됐다고 한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어디 가서 일해요?"

.

.

.


현재 그녀는 화상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34만 명의 장애아들이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중 28만 명이 일반 학교에 입학했다. 듣기, 말하기, 글쓰기에 문제가 없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장애아를 옆에서 도와주는 전담 교사와 함께 충분히 일반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장애인 협회에 지원금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다는 허가가 나면 전담 선생님을 배정받을 수 있다.


루마니아 친구가 중학교에서 장애인 1명을 전담하여 도와주는 보조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화장실에 데려다준다거나 물건 찾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다. 급여는 700유로 정도인데 교사와 똑같이 방학 때 쉬기 때문에 본인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친구는 몸이 불편한 아이가 끈기를 갖고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도 말했다.


아이들은 장애아들과 함께 수업하며 우리와 조금 다르고 몸이 불편한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도와주어야 할 존재 혹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 느낀다. 

장애인도 우리와 같고 우리도 언제든 다치면 장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공원에서 본 장애아는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걷는 게 불편한 아이였는데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 아이들은 오히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아이를 도와주며 뛰는 놀이 대신 앉아서 하는 놀이를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배려라는 것을 배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장애인들은 스스로 숨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놀림을 당할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학교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딸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장애인을 보고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아. 늘 그래 왔으니까. 그런 시선은 좋지 않아.

그들이 불편해 보일 때 살짝 도와주면 돼. 그 이상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어.

그냥 다른 거야. 우린 손가락이 5개인데 그 사람은 4개인 거."


딸아이가 대답했다.

"그래. 그게 뭐 어때서? 그럴 수도 있지."

작가의 이전글 노정 Nogent sur marne 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