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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May 31. 2021

노정 Nogent sur marne 미술관

세 아티스트의 산책 (1800년대부터 2천 년대까지)

주말 딸아이를 무용 수업에 들여보내고 나에게 1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책을 읽으려고 가져갔으나 오늘은 문화센터 옆 건물인 노정 쉬흐 만느 미술관으로 올라갔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본 3인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작년에 방문했을 땐 신분증을 보여줬었다. 이번에는 어느 동네에 사는지만 간단히 물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한 팀이 도슨트를 따라 작품 설명을 듣고 있었다.

미술관 관장은 도슨트 할아버지에게 나를 소개하며 "예약을 하진 않았지만 같이 듣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별생각 없이 갔다가 행운을 잡았다.


Val de marne 지역 출신 1800년대 1900년대 2000년대 총 3명의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1. Albert Capaul (1827-1904) 스위스 태생으로 3백 점의 작품을 남긴 아마추어 예술가이다. 1880년과 1885년 사이 동쪽 파리지앵들의 장면을 기록해 19세기 때 발드만느 Val de marne 지역의 모습을 남겼다.


2. Jean Lefort (1875-1954)은 보르도에서 태어나 노정에서 생을 마감했다. 카폴의 활동 시기보다 60년이 늦은 1947-1950년 경 파리 근교 동쪽 지역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풍경, 도시화된 모습, 산업, 사람들의 취미생활을 크로키로 그려냈다. 1914년 파리와 프로방스에서 그린 전쟁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3.Sébastien Loubatié(1974 -)툴루즈 태생으로 노정에 거주하고 있는 철학가이자 사진작가이다. 그의 사진 속 신호등, 기둥 등 수직의 오브제가 눈에 띈다. 도슨트 할아버지는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위트가 넘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장소를 그린 세명의 작품이 재밌다. 

작품을 통해 어느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맞춰보는 일들로 관람객들은 많은 대화를 했다.

또 참석자 중 한 할아버지가 이곳 토박이인지 그림만 보면 어디서 찍었고 그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줄줄줄 설명했다. 도슨트 할아버지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작품을 다 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아이를 찾으러 가야 했지만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제일 왼쪽이 1880년대 그림, 가운데 1940년대 그림, 오른쪽이 2020년 사진

 작품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속적인 관리 및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 참 의미 있는 작업 같다.

 지역 아티스트 덕분에 역사를 알 수 있어 아이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자료를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아들도 학교에서 이곳에 단체 방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나와도 온 적이 있고.

예술은 우리의 일상이라는 예술 평준화 교육은 프랑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알베르 카폴의 그림
쟝 르포의 크로키
세바스티앙의 사진
작품 설명 후 영상 감상까지

나는 영화 감상을 하지 못하고 급히 아이를 찾았다. 

"엄마 방금 미술관에 다녀왔는데 너 찾아야 해서 다 못 봤어"라는 내 말에 딸아이도 미술관에 가고 싶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다시 들어왔다. 관장님은 아이에게 친절히 그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에는 미술 수업이 있다고 원하면 어른반, 아이반 수업 시간표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내가 사진 찍는 걸 주저하자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했다.

나는 미술관에서 '사진 찍지 말라'라고 제지를 당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얼굴을 찍으면 사람들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프랑스에서는 사람 얼굴, 아이들 얼굴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본인 허락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매년도 아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얼마 전 행사장에서 사진기사가 딸아이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본인들 행사 사진을 사이트에 올릴 사진이라고 했다. 나는 동의했다. 


이 날은 관장님 덕분에 편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매일 그림과 만들기로 지루한 저녁 시간을 때우는 딸아이는 자기가 쓰는 아크릴 물감으로 이런 그림들이 나온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술관에 데려가면 다리 아프다고 징징댔었는데 이젠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제법 진지하게 작품을 바라보고 작품 옆 글씨도 쳐다본다. (읽고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바닥에 저 검은 선 보이지? 저기 넘어가면 안 돼. 작품에 손을 대서도 안돼"

아이는 궁금하던 미술관을 방문해서 호기심이 풀린 듯했다. 

그리고 그 옆 건물인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한 곳에 미술관, 도서관, 문화센터가 모여있으니 참 편하다. 

이렇게 날씨 화창한 토요일 오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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