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May 27. 2022

파리 건담 프라모델 매장

건프라 프랑스 챔피언


12살이 된 아들은 요즘 부쩍 건담 타령을 했다.

"넌 한국에서도 별 관심이 없더니 왜 그러니 갑자기?"

"맞아 그땐 별 관심이 없었지. 뭔지 잘 몰라서 그랬어"


한국으로 휴가 가서 프랑스에 돌아올 때마다 건담을 두세 개씩은 들고 왔었다.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가면 건담 매장에서 무료 체험하라고 그냥 주고 다이소 가도 있고 문방구에도 늘 있기 때문에 쉽게 살 수 있다.

그렇게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파리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웠다.


몇 주 전 파리 박람회에서도 건담 프라모델을 찾아 돌아다녔다.

결국 찾지 못해 아마존 프랑스에서 건담 모델 하나와 설치대를 주문했다.

사고 싶은 건 재고가 없고 모델도 몇 개 없었다.

주문하면서도 의심스러웠다. 이게 진짜 일본에서 온 건지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오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마존에서 시켜도 중국에서 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찍어둔 박람회 사진을 다시 찾아봤다.

장난감 부스를 찍은 사진에서 파리의 건담 프라모델 매장의 주소를 찾아냈다.


그리고 파리에 총 3개의 매장이 있다는 것을 구글에서 확인했다. 신뢰감 있게 인터넷 사이트도 있고 페북도 있는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토요일 아침, 10시 매장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위치는 10구 리퍼블릭 광장 바로 옆이었다. 10시 이전에 도착해서 거리에 있는 다른 일본 피규어 매장들을 구경했다. 골목에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 관련 매장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닌텐도 조종기도 투명하고 예쁜걸로 산다고 미국 아마존에서 주문했는데.. 매장이 이렇게 많다니
이날 알았다. 이 녀석 때문에 아들이 귀를 뚫어달라고 했다는 걸.

매장 밖에서 보면 작아 보이는데 들어가면 미로다. 물건들이 엄청 많았다.

길을 건너 원래 목적지로 향했다. 직원이 그 사이 출근해서 문을 열어놓았다.

말수도 적은 아들은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설명을 퍼붓기 시작했다. 순간 매장 직원인 줄 알았다.

 

파리 도서전에서 봤던 골도락도 있었다.

이 매장도 들어가니 미로처럼 여기저기 지하에도 어마어마하게 물건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아들은 물건을 고를 수 없었다. 이렇게 물건이 많은데 우리 부부는 프랑스에는 건담 안 판다고 한국 가서 사주겠다고 한 건가..

심지어 아마존보다 금액도 저렴했다. 설치대를 11유로에 샀는데 매장에서는 6유로에 팔고 있었다. 건담들도 가격이 저렴해 아들은 2개를 골랐다.


"천천히 골라. 어차피 2시간 매장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어"

"고마워 엄마"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트로피이다. 이건 뭔가??

건프라 빌더즈 월드컵 GBWC 대회가 있다는 것을 이 가게 페북을 통해서 봤었다. 프랑스 챔피언의 2019년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작품 옆에 소개되어 있는 챔피언의 페북을 그 자리에서 팔로잉했다.

https://www.facebook.com/feeloo.workshop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건프라 빌더즈 월드컵은 15개 도시에서 5월부터 예선을 시작해 12월 17일 일본에서 세계 대회 결승전이 진행된다. 이 대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라고 한다.


15개 도시는 일본, 중국 본토, 홍콩, 대만, 한국, 태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미국, 캐나다, 유럽&중동 이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총 3개 부분으로 나뉘며 공작, 도색, 아이디어의 세 가지 항목으로 각각 채점하여 심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https://bandai-hobby.net/GBWC/southkorea/index.html


https://www.youtube.com/watch?v=GA3X92gZAB4


 

계산을 하면서 나는 직원에게 적립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직원은 구매가의 10%를 카드에 적립해 주며 다음 주에 물건이 많이 들어오니 또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나는 아들에게 "다음에는 그냥 이 가게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해도 되겠다" 말하니

"나 크리스마스 때 또 올 건데?"

"너 크리스마스 선물을 벌써 봐 둔 거니?"

"ㅎㅎㅎㅎㅎㅎㅎ"


아들은 지하철 안에서 적립카드는 뭐냐고 물었다.

"100유로의 10%는 얼마야?"

"10유로"

"그렇지 10유로가 오늘 니 카드에 입력이 된 거야. 다음에 25유로가 되면 돈처럼 사용할 수 있어

근데 네가 카드가 없어서 적립을 안 하면 그 돈은 사라지는 거야.

그럼 적립카드를 만들어서 다음에 설치대를 공짜로 받는 게 좋을까 적립을 안 하고 10유로를 안 받는 게 좋을까?"

"당연히 받아야지~"

"적립카드는 네 이름으로 해놨으니까 다음에 계산할 때 네 이름만 말하면 돼"


아들이 어느새 나보다 키가 더 컸고 신발은 아빠 신발을 신을 만큼 훌쩍 자랐다.

조만간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이 매장에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들은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한다며 점심을 먹고 일찍 집을 나갔다.

아마도 하루 종일 신나게 게임하고 지금은 곤히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나이에 맞게 잘 커주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점점 엄마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프기도 했다.



건담 이야기가 뜬금없이 슬프게 끝났다.

죄송...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어반 댄스 공연 D-constructi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