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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May 23. 2022

프랑스 어반 댄스 공연 D-construction

딸아이 학교에서 받은 팸플릿을 가져왔다.

학교 힙합 댄스 선생님이 16시 30분에 공연을 한다고 보러 가겠다고 한다.

당일 옆동네 카니발이 늦게 끝나 불행히도 16시 30분 공연은 볼 수 없었다.


17시 30분이 돼서야 행사장에 도착했다.

만들기 아뜰리에 등은 여러 부스들은 집에 가기 위해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어떤 부스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대충 어떤 만들기가 있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매 행사마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문화센터나 클럽의 선생님들이 무료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시청에서 각 협회에 돈을 지급한다.


그럼 시청 예산이 많으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세금을 많이 내느냐?

우리 동네는 '동쪽의 라데팡스'라 불리며 금융 기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프랑스 은행 베엔페 BNP, 쏘씨에떼 제네랄 société générale 등 수많은 은행과 보험 회사들이 위치해 있다.

세금은 회사에서 내고 혜택은 지역 어린이들이 받고 있다.



학교 친구들은 딸아이를 반겼다. 아이들은 핫도그(소시지를 넣은 바게트 빵)를 먹고 있었는데 축구장 옆에서 소시지를 구워 무료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며 알려주었다.

아이들 행사만큼은 정말 끝내주게 잘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나 스포츠 클럽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전시나 공연도 일 년 내내 끊임없이 진행될 정도다. 우리 동네 참 좋은 동네다.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장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2개의 공연을 보았다고 아이들이 나에게  조잘조잘 알려준다. 머리가 다 젖을 걸 보니 얼마나 놀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청 직원이 마이크를 통해 마지막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나는 의자를 챙겨 자리를 잡고 신나게 뛰어오는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은 공연에는 별 관심 없어 보였다. 이미 15시 공연을 보았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공연 시작 때 나란히 앉아있다가 하나둘씩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딸아이에게 '에피벙 공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나의 '안된다'라는 말 한마디에 딸아이는 45분 동안 조용히 공연을 보았다.

공연을 보러 이곳에 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도 친구들을 따라가려 하진 않았다.

학교에서 매일 10시간을 같이 노는 친구들이다. 지금은 공연을 봐야 하는 것이 맞다.


나도 이곳으로 오는 길에 알았다.

에피벙 공원 길을 경찰차가 막고 있길래 경찰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행사 있어?"

"몰랐어? 오늘 애들 행사 있는데 빨리 가봐 19시까지 하니까."

"오늘은 저쪽에서 공연하다고 해서 거기 가보려고"

"2주 후에도 저 아래에서 애들 행사 있으니까 가봐"

"그래 고마워"


사실 지난주에도 동네 아래쪽 지역에서 애들 행사가 있었다.

집에서 25분 걸어가야 하는 위치였는데 나는 동네 행사 대신 파리 미술관에 다녀왔다.


이미 3시간 행사장에 있는 아이들이 에피벙 공원이 문 닫기 전에 가려는 모양이다.

여름이 오나보다 여기저기 행사가 많은 걸 보니 말이다.

공연이 시작됐다.

팸플릿에 공연 설명이 있나 가방에서 꺼내보았다. 무용수의 이름만 있을 뿐.. 그 어떤 자료도 경력도 쓰여있지 않았다. 오히려 편견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어반 댄스라..스트릿 댄슨가?


장벽을 넘고 싶은 욕망, 이곳을 벗어나길 바라는 감정의 표현. 자유에 대한 갈망

나 혼자가 아닌 다 같이 함께 장벽을 넘어가는 우리


현대무용과 비보잉도 보이는데...

춤이라는 것 안에 장르 구분 없이 그냥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하는 공연이 어반 댄스가 아닐까


공연 중간중간 댄서들은 제4의 벽을 넘어 관객석을 휘젓고 다니고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관객석에 앉아 있던 댄서 2명은 공연이 시작되고 십여분이 지나서야 무대에 등장했다.

30분 공연 후 무용수들이 장벽을 넘어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나는 한순간 무대 앞에서 무대 뒤를 바라보게 되었다. 무대가 한순간 바뀐 거다.

 방금 전까지 창살 사이로 바라보던  반대쪽 아이들은 이제 바로 눈앞에서 댄서들의 동작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댄서들의 티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다.  디테일한 표정과 팔 근육과 땀방울까지 보며 무용이란 얼마나 많은 힘을 쏟는 작업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아는 현대 무용하는 사람은 식사량이 엄청나다. 하루 종일 연습하려면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 친구도 통통한 편이지만 몸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몸매 신경 써서 밥을 적게 먹으면 힘이 부족해 몸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거칠게 숨을 내뱉는 댄서들에게 사람들은 기립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아이들은 이렇게 공연을 보며 에티켓을 배운다.

또 다양한 것들을 접하면서 보는 시야도 넓어져 어떤 것에 흥미를 갖는지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MKfbL-q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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